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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숨 작가는 최근 서울 중구 KG타워에서 가진 이데일리와의 인터뷰에서 새 장편소설 ‘간단후쿠’에 대해 “10년 전 처음으로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에 대한 소설을 쓴 뒤 갖게 된 여러 복잡한 감정을 담아서 쓴 소설”이라며 “그동안 계속 쓰지 못했던 소설을 이제야 완성해 큰 산을 넘은 느낌이다”고 털어놨다.
◇“위안소의 악몽으로 초대하는 소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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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문학상, 이상문학상, 동인문학상 등을 수상한 김 작가는 그동안 디아스포라(본토를 떠나 타국에서 살아가는 공동체 집단), 조선소 노동자, 시각장애인 등 사회적으로 소외된 이들의 이야기를 소설로 담아왔다. 김 작가 스스로 자신의 소설에 대해 “삶에서 뿌리 뽑힌 사람들의 이야기”라고 말한다.
10여 년 전부터는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들에 주목했다. 그는 ‘한 명’(2016)을 시작으로 ‘흐르는 편지’(2018), ’숭고함은 나를 들여다보는 거야’(2018), ‘군인이 천사가 되기를 바란 적 있는가’(2018) 등 4편의 장편소설과 중편소설 ‘듣기 시간’(2021) 등으로 위안부 피해자의 이야기를 소설로 전했다.
‘간단후쿠’에서 김 작가는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가 겪은 ‘고통’에 집중한다. ‘스즈랑’이라고 불리는 만주의 한 위안소를 배경으로 ‘개나리’라는 이름 대신 ‘요코’로 불리는 15세 소녀가 위안소에 갇힌 다른 소녀들과 함께 겪는 ‘일상’을 소녀의 시선으로 풀어낸 소설이다. 제목인 ‘간단후쿠’는 위안부들이 입고 생활한 원피스를 부르던 일본어로 소녀의 ‘몸’을 상징한다. 김 작가는 “책장을 펼치는 순간 독자들은 위안소에서 어떤 악몽이 펼쳐졌는지를 확인하게 될 것”이라고 소개했다.
김 작가는 ‘한 명’을 발표한 뒤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였던 할머니들을 직접 만나 그들의 이야기를 들었고, 피해자들의 증언집을 통해 이들이 겪은 고통을 마주했다. 만주는 아니지만 일본 오키나와에 남아 있는 위안소를 찾아가 비극의 현장을 목격하고 오기도 했다. 그렇게 작가 스스로 체화한 위안부 피해자의 고통이 소설이 되기까지 무려 10년이라는 긴 시간이 걸렸다.
이번 소설은 296쪽 분량에 불과하지만, 페이지를 넘기는 것이 쉽지 않다. 문장마다 위안부 피해자들이 겪었을 고통이 깊이 배어 있어서다. 집필 과정도 고통스러웠을 것 같지만, 김 작가는 냉철한 마음으로 소설을 집필했다고 한다. 작가의 감정이 지나칠수록 소설 속 인물들의 감정이 왜곡될 수 있다는 생각에서다. 김 작가는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의 고통을 온전하게 담아내는 건 불가능하겠지만, 그럼에도 왜곡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해 오히려 담담한 느낌으로 글을 썼다”고 말했다.
◇“삶에서 뿌리 뽑힌 사람들의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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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녀들은 위안소에서 고향에서의 기억을 떠올리기도 하고, 전쟁이 끝나면 고향으로 다시 돌아갈 수 있다는 희망도 갖는다. 그러나 소설은 끝내 고향으로 돌아가지 못할 것 같다는 체념으로 끝난다. 소설 속 위안부 피해자 소녀들은 고통의 굴레에서 벗어나지 못한다.
김 작가는 ‘작가의 말’에서 “반복되는 전쟁, 폭력과 학살. 간단후쿠를 입고 간단후쿠가 된 소녀들은 여전히 곳곳에 있다”고 썼다. 김 작가는 인터뷰에서 “지금도 전쟁이 일어나고 있지만, 사람들은 현실에 무감각하고 외면하려 한다”며 “인간이 얼마나 무지하고 무감각할 수 있는지, 우리가 현실을 사유하지 않을 때 어떤 일이 벌어질 수 있는지 이야기하고 싶었다”고 언급했다.
김 작가는 다음 작품으로 오키나와에 존재했던 조선인들의 이야기를 구상 중이다. 그는 “삶에서 뿌리 뽑힌 사람들은 우리 주변에서도 흔히 볼 수 있다”며 “그들의 삶이 뿌리 뽑힌 이유는 어떤 것인지, 그들이 느끼는 감정은 무엇인지 알고 싶은 마음이 계속 소설을 쓰게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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