묵집에서
장석남
묵을 드시면서 무슨 생각들을 하시는지
묵집의 표정들은 모두 호젓하기만 하구려
나는 묵을 먹으면서 사랑을 생각한다오
서늘함에서
더없는 살의 매끄러움에서
떫고 씁쓸한 뒷맛에서
그리고
아슬아슬한 그 수저질에서
사랑은 늘 이보다 더 조심스럽지만
사랑은 늘 이보다 더 위태롭지만
상 위에 미끄러져 깨져버린 묵에서도 그만
지난 어느 사랑의 눈빛을 본다오
묵집의 표정은 그리하여 모두 호젓하기만 하구려
장석주(1955∼ )는 충남 논산 출신으로 고려대학에서 국문학을 전공했다. 시인, 평론가, 소설가로 활동하며 다양한 장르에서 작품을 발표하고 있다. 1979년 조선일보와 동아일보 신춘문예에 각각 시와 문학평론이 입상하면서 등단했다. 산문집 ‘새벽 예찬’, 노자 읽기 ‘느림과 비움’, 시집 ‘붉디붉은 호랑이’ 등 50여 권의 저서를 펴냈다. 2000년 여름에 36년 동안의 서울생활을 접고 경기도 안성의 한적한 시골에 집을 짓고 전업작가로 살고 있다.
샤갈 ‘연인들’(1937). 캔버스에 유채, 108 x 85cm. 이스라엘 박물관 소장
마르크 샤갈(1887∼1985)은 러시아 출생의 프랑스의 초현실주의 화가로 색채의 마술사로 불린다. 샤갈은 22세때 여자친구 집에 놀러갔다가 여자 친구의 친구인 벨라를 보고 첫 눈에 반한다. 샤갈은 부유한 집안의 막내딸인 벨라와 1915년 결혼한다. 꽃에 파묻힌 두 연인은 샤갈과 벨라의 영원한 사랑을 상징한다. 마래의 마을과 가축은 샤갈이 고향에 대한 그리움을 표현한 것이다. 하늘에서 천사가 이를 지켜주기 위해 내려오고 있다.
샤갈은 1944년 아내 벨라를 먼저 저세상으로 보내야만 했다. 유태인으로 태어난 샤걀은 전쟁과 유대인 박해의 아픔을 견뎌내야 했다. 샤걀은 특유의 낙천주의와 천진함으로 고난을 극복하고, 삶의 기쁨과 사랑의 아름다움을 그림으로 그렸다.
사랑 / 이은상 시, 홍난파 곡 / 테너 박세원
테너 박세원(1947∼2024)은 서울예고와 서울대 음악대학 성악과를 거쳐 이탈리아 산타 세실리아 국립음악원을 졸업했다. 서울시오페라단장과 서울음대 성악과 교수로 재직했다. 그는 6살에 노래를 시작해 초등학교 시절부터 국내 성악 콩쿠르를 휩쓸었다. 대학에 다니다 1년 동안 휴학하고 배운 피아노 조율로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유학 학비까지 조달했다. 이탈리아 유명 극장의 피아노를 조율하면서 무대 뒤 성악가들의 애환을 접했다.
그는 이 경험이 성악가로서의 성장에 큰 도움이 됐다고 한다. 서울올림픽 문화축전을 계기로 국내 무대에도 본격 진출하면서 준수한 외모와 뛰어난 가창력으로 성악계 스타로 떠올랐다.
■ 김시행 저스트이코노믹스 논설실장: 한국경제신문 경제부, 산업부, 증권부, 국제부, 문화부 등 경제·문화 관련 부서에서 기자, 차장, 부장을 두루 거쳤다. 한경 M&M 편집 이사, 호서대 미래기술전략연구원 수석연구원을 역임했다.
Copyright ⓒ 저스트 이코노믹스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본 콘텐츠는 뉴스픽 파트너스에서 공유된 콘텐츠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