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올해 국토교통부 국정감사에서 공공직접시행 확대 방침을 공식화했다. 공공택지를 민간에 매각하던 기존 구조를 접고 공사가 직접 시행자로 나서는 이번 전환은, 공공이 책임지는 공급체계 확립이라는 명분 아래 재정·조직·제도의 전면적인 변화가 불가피해진 신호탄으로 해석된다.
14일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국정감사에서는 LH의 재정 안정성과 사업 구조 전반이 집중적으로 도마 위에 올랐다. 특히 교차보전(택지 매각 수익으로 임대사업 적자를 보전하는 구조) 축소에 따른 재정 리스크와 부채 증가 가능성이 핵심 쟁점으로 떠올랐다.
공공직접시행이 본격화될 경우, 민간 분양을 통한 현금 흐름이 급감하면서 LH의 자금 운용이 한계에 부딪힐 수 있다는 우려다. LH는 시장 상황과 무관하게 매년 일정 물량을 공급할 수 있는 공공주도 체계를 만들겠다는 입장이다.
14일 국회에서 열린 국토교통부 국정감사에서 LH의 공공직접시행 확대에 따른 재정 부담과 내부 통제 문제가 집중적으로 다뤄졌다. © 연합뉴스
이는 민간 의존도를 낮추고 공급 안정성을 확보하겠다는 의지다. 하지만 재정 기반이 취약한 현 구조에서 공공성 강화는 곧 재정 부담 확대로 이어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LH 내부에서도 직접시행 체계가 본격화되면 2030년까지 매년 최소 5조원 이상의 부채 발행이 불가피하다는 진단이 나온 것으로 전해졌다. 실제 국회 예산정책처는 LH 부채가 2029년 300조원을 넘어설 수 있다고 분석했다.
이런 경우 공사 차입 여력과 신용도에도 영향이 불가피하다. 정부의 재정 지원이 병행되지 않으면 공공주택 공급 일정 자체가 흔들릴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일각에서는 LH가 부채를 감수하더라도 직접시행으로 공급 안정성을 확보하는 것이 우선이라는 입장이다. 다만 중장기적으로는 재정지원 제도와 공공사업 회계 분리 등 제도적 장치 마련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제시됐다.
공공직접시행 확대에 대해 시장에서는 실효성에 대한 평가가 엇갈린다.
한 건설업계 관계자는 "LH가 직접시행에 나서는 것은 공급 안정성 측면에서 의미가 있지만, 재정 여력이 충분히 뒷받침되지 않으면 실질적 속도는 오히려 늦어질 수 있다"라며 "공공이 모든 프로젝트를 떠안는 구조에서는 자금 회전이 느려지고 위험 부담이 집중될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했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민간 분양이 줄어들면 시장 내 유동성이 감소해 시공사들의 투자 의사결정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라며 "LH가 부채를 감수하더라도 정부 재정이 병행되지 않으면 정책 효과가 반감될 수 있다"라고 전했다.
LH는 건축직 등 기술 인력 200명 이상이 추가로 필요하다고 밝혔다. 그러나 공공부문 인력 충원은 예산심사·정원규제 등 복잡한 절차로 이어져 단기간 내 보완이 쉽지 않다.
이에 따라 조직 구조에 비해 사업 범위가 급격히 확장될 경우 품질 관리와 공정 감독 과정에서 공백이 발생할 수 있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LH는 이에 대해 조직 효율화를 병행하며 단계적인 인력 보완을 추진한다는 방침을 내놨다.
이날 국감에서는 전관예우와 내부 통제 문제도 함께 부각됐다.
감사원 감사 이후에도 퇴직자 재취업이 잇따르고 있다는 지적이 이어졌다. LH는 이에 대해 공직자윤리법상 퇴직 후 3년이 지나면 제재가 어려운 한계가 있으며, 법원 판단에 따라 처벌 절차가 지연되는 사례가 발생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에 따라 내부 감사 기능을 강화하고 재취업 심사 절차를 보완하겠다는 입장을 내놨다.
이한준 LH 사장이 14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국토교통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 연합뉴스
공공기관의 도덕성과 신뢰 회복이 공공주도 정책의 정당성을 뒷받침해야 한다는 점에서, LH 내부 기강 확립 또한 중요한 과제로 꼽혔다.
한편, 현장에서는 공공직접시행이 시장 전반에 미칠 파급력에 대한 시각이 엇갈렸다. 건설업계는 LH의 구조 전환이 시장 전반에 미칠 영향을 주시하고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공공이 직접 시행에 나서면 투명성과 예측 가능성은 높아질 것"이라며 "공공이 일정 수준의 기준을 제시하고 민간이 실행력을 담당하는 협력 구조가 병행돼야 시장이 안정된다"라고 강조했다.
일각에서는 공공과 민간의 역할 조정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으면 주택 공급의 연속성과 속도 모두 저하될 수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즉, 공공이 중심이 되는 구조는 시장 질서의 균형을 재편하되, 속도·효율과의 균형점 찾기가 관건이라는 해석이다.
이번 국감은 LH가 '공공성 강화'라는 기조 아래 공공직접시행 체계를 본격화한 첫 무대이자, 그 과정에서 재정·조직·제도 전반의 구조적 부담이 수면 위로 드러난 자리로 평가된다.
공공이 직접 시행하는 주택공급 모델이 시장 안정이라는 명분을 얻은 만큼, 향후 과제는 명분을 넘어 실행력을 어떻게 담보하느냐에 달려 있다. 결국 공공이 직접 짓는 주택공급 체계가 실효성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재정 기반 안정화 △인력 확충 △내부 통제 강화라는 세 가지 조건이 동시에 충족돼야 한다는 점이 이번 국감을 통해 분명히 드러났다.
정부와 LH가 구조 전환의 방향성을 유지하면서도 재정 리스크를 최소화할 수 있을지, 그 실행력의 성패가 향후 공공주택정책의 신뢰도를 좌우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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