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원 역전은 과거 어두운 늪이 있었다. 옛 터미널 근처다. 지나가기 민망한 성매매업소가 길게 이어져 있던 기억을 되뇐 것은 이곳에서 전시를 하게 돼서다. 수원시는 2021년 5월 퇴폐로 얼룩진 이곳을 과감히 정비했다. 처음엔 저항이 심했으나 끝내 설득이 통해 2021년 5월31일 60여년을 이어온 소위 은하수 마을의 불편한 역사는 막을 내렸다. 대부분 스스로 이 거리를 떠나 자진 폐쇄됐다.
시는 이곳을 철거해 소방도로를 만들었고 시민들에게 문화 향유의 공간이 되는 커뮤니티 전시장을 만들었다. 기억 공간 ‘잇~다’다. ‘잇~다’는 암울한 과거와 오늘의 어긋난 간격을 잇고 미래를 향한다는 의미다. 이곳에서 ‘여행오큘러스—우리동네 어반스케치’를 주제로 20여년간 세계의 오지를 여행하며 스케치한 작품들과 산루리라는 수원의 원도심을 주제로 그린 어반스케치를 동시에 전시한다.
세계의 오지를 탐험하면서 모으기 시작한 미니어처 말과 낙타, 국가를 상징하는 이미지가 들어간 기념물품도 함께 전시한다. 성매매업소를 표징한 유리방에 설치하니 어떤 숨겨진 의미의 상징성과 조형미가 어우러져 매력적이다. 한쪽 테이블엔 여러 개의 스케치북과 여행의 단상이 적힌 수첩도 있고 그간 출간한 책들도 전시하며 현재 신문에 연재 중인 글을 모은 ‘어반스케치 에세이 호주머니 속의 시처럼’도 출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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