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전자가 14일(현지시간) 인도 뭄바이 국립증권거래소(NSE)에 인도법인(LG Electronics India Limited)을 상장시키며 세계 최대 인구 시장이자 고성장 신흥국인 인도에서 '국민 기업(National Brand)'으로 자리매김하겠다는 비전을 공식화했다.
이번 상장은 단순한 해외 자회사 IPO가 아니라, LG전자의 글로벌 사우스(Global South) 전략을 현실화한 상징적 사건으로 평가된다.
공모가는 희망밴드 상단인 1,140루피(한화 약 1만8,000원)로 결정됐으며, 주식배정 경쟁률은 54배에 달했다. 이는 2008년 이후 인도 IPO 역사상 최대 규모의 청약 열기다. 공모가 기준 인도법인의 기업가치는 약 12조 원, LG전자는 구주 매출을 통해 약 1.8조 원의 현금을 국내로 조달했다.
차입금 없이 대규모 현금 유입이 이뤄지면서 재무건전성이 개선되고, 향후 AI·프리미엄 가전·전장(電裝) 등 미래성장 투자 여력도 대폭 확대될 전망이다.
■ 인도 시장, LG전자의 '두 번째 내수시장'
인도는 이제 LG전자에게 단순한 '수출 시장'이 아니라 '제2의 내수시장'이다.
1997년 진출 이후 28년간 LG전자는 인도 전역에 걸쳐 제조, 유통, 서비스망을 완비했고 이미 가전 시장점유율 1위 브랜드로 자리 잡았다.
이번 상장을 계기로 현지 투자자와 고객이 주주로 참여하게 되면서, LG전자가 인도 경제의 성장 서사에 '국민 브랜드'로 편입되는 구조가 완성됐다.
보스턴컨설팅그룹(BCG)에 따르면, 인도 내 중산층 가구(연소득 6,000~3만6,000달러) 비중은 2020년 29%에서 2030년 46%로 확대될 전망이다.
이는 가전 수요 급증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LG전자는 여기에 맞춰 인도 소비자 전용 '국민가전' 라인업을 전격 공개했다.
모기퇴치 에어컨, 사리(Saree) 세탁 기능을 갖춘 AI 세탁기, UV살균 정수기 등 인도의 생활환경에 맞춘 '현지 맞춤형 가전 포트폴리오'를 강화하며 시장 확대를 노리고 있다.
■ 3단 성장 비전: "Make for / in / from India"
조주완 CEO는 상장식에서 'Make for India(인도를 위해)', 'Make in India(인도에서)', 'Make India Global(인도를 세계로)'의 3단 성장 비전을 제시했다.
Make for India – 인도 고객의 생활환경과 문화에 최적화된 가전·서비스를 기획해 '현지에서 사랑받는 브랜드'로 진화.
Make in India – 노이다, 푸네에 이어 스리시티(Sri City) 신공장에 6억 달러를 투자해 생산능력을 대폭 확충. 연간 ▲냉장고 360만 대 ▲세탁기 375만 대 ▲에어컨 470만 대 등 제조거점 경쟁력 강화.
Make India Global – 인도를 글로벌 사우스 중심의 생산·수출·R&D 허브로 육성. 벵갈루루 SW연구소를 중심으로 AI, SoC, 플랫폼 기술 등 차세대 핵심 기술의 글로벌 개발 거점으로 확대.
이는 LG전자가 '현지화(Localization)'를 넘어 '현지발(發) 글로벌화(Globalization from India)'로 진화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 1.8조 원 현금 확보, 재무·성장 두 마리 토끼
이번 상장은 재무적 측면에서도 큰 의미를 가진다.
LG전자는 차입이나 지분 희석 없이 1.8조 원 규모 현금 유입을 확보했다.
이는 △차입금비율 개선 △금융비용 절감 △신사업 투자 여력 확보로 직결된다.
특히 인도 현지 매출과 이익이 이미 그룹 내 주력 사업 수준으로 성장한 만큼, 향후 배당·환류 구조를 효율화해 지속 가능한 글로벌 포트폴리오를 완성할 것으로 전망된다.
■ ESG·사회공헌까지 현지화: "진짜 국민기업으로"
LG전자 인도법인은 단순한 제조 거점이 아니라 지역사회에 뿌리내린 글로벌 기업 시민(Global Corporate Citizen)으로서도 역할을 강화하고 있다.
'LG 희망기술학교(LG Hope Technical Skill Academy)'를 통해 소외계층 청소년에게 전자·IT 수리 기술 교육을 제공하고 'Life's Good Nutrition Program'을 통해 영양 불균형 학생 6만여 명에게 식사를 지원한다.
또한 대국민 헌혈 캠페인, 인도 GPTW(Great Place To Work) 인증 등으로 '좋은 일터이자 신뢰받는 기업'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이러한 ESG 활동은 인도 사회 내에서 LG전자 브랜드가 단순히 외국계 기업이 아닌 '국민과 함께 성장하는 브랜드'로 인식되는 결정적 배경이 되고 있다.
■ 종합 평가: 인도에서 시작된 'New LG'
이번 인도법인 상장은 LG전자의 글로벌 사업 포트폴리오 전환점이자, 향후 10년을 내다본 ' 글로벌 사우스 전략의 실험장'으로서 의미가 깊다.
LG전자는 인도를 통해 현지 중심의 제조–R&D–유통–사회공헌의 완결형 생태계, 글로벌 사우스 중심의 신흥시장 성장모델, 안정적 현금 확보 기반의 투자 여력 확충 이라는 세 가지 축을 동시에 달성했다.
인도 증시 상장은 곧 LG전자가 '현지화 기업'에서 '현지 국민기업'으로 진화했음을 보여주는 선언적 사건이다.
조주완 CEO의 말처럼 "LG전자와 인도법인의 성장을 동시에 가속화하겠다"는 비전은 이제 말이 아닌 현실로 구현되기 시작했다.
[폴리뉴스 정철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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