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썰 / 최소라 기자] 국제 금값이 온스당 4100달러를 넘어서며 사상 최고치를 또다시 경신했다. 주식과 가상자산, 원자재 등 위험자산과 안전자산이 동시에 오르는 ‘에브리싱 랠리(Everything Rally)’가 이어지는 가운데, 금은 그 중심에서 독보적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14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날 국제 금 현물가격은 온스당 4163.97달러를 기록했다. 이는 올해 초(2700달러대) 대비 54% 오른 수준으로, 같은 기간 코스피 상승률(47.65%)과 비트코인(20%대)을 모두 웃돈다.
금값은 3월 온스당 3000달러를 처음 돌파한 뒤 9월 말 3800달러를 넘어섰고, 불과 보름 만에 4100달러대에 안착했다. 단기간 랠리에도 시장은 추가 상승 여력을 주목하고 있다.
◇달러 약세·금리인하 기대·중앙은행 매입이 견인
전문가들은 이번 급등세를 ▲달러 약세 ▲미국의 금리 인하 기대 ▲인플레이션 장기화 우려 ▲글로벌 중앙은행의 금 매입 확대 등 복합 요인으로 분석한다.
특히 달러화가 약세로 돌아서면서 실물자산인 금의 투자 매력도가 높아졌고, 미 연준의 완화 전환 가능성이 부각되면서 금리형 자산에서 금으로 자금이 이동하고 있다.
국제통화기금(IMF)에 따르면 신흥국 중앙은행의 금 순매입 규모는 올해 상반기에만 387톤으로, 역대 최고 수준을 기록했다.
◇거래대금 10배 급증…금 ETF ‘대박 랠리’
국내 금 현물시장에도 불이 붙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순도 99.9% 1kg 금의 일평균 거래대금은 올해 초 259억원에서 9월에는 1400억원, 10월 들어서는 3000억원을 돌파했다.
금 가격 급등과 함께 금을 기초자산으로 한 상장지수펀드(ETF)도 급등했다. ‘ACE KRX 금현물 ETF’의 연초 이후 수익률은 70.15%에 달했고, ‘TIGER KRX 금현물 ETF’ 역시 유사한 상승세를 기록했다.
채굴기업 ETF는 그 이상이다. NH-Amundi자산운용에 따르면 ‘HANARO 글로벌금채굴기업 ETF’는 연초 이후 121.5% 상승하며 투자 대체재로 부각됐다.
◇“온스당 5000달러도 가능”…상승 모멘텀 유효
글로벌 IB들도 낙관적 전망을 내놓고 있다. 골드만삭스는 최근 보고서에서 “2026년 중반 금 가격이 온스당 4000달러, 같은 해 연말에는 4300달러에 이를 수 있다”고 전망했다.
국내 전문가들도 중장기 상승세 지속에 무게를 둔다. 전규연 하나증권 연구원은 “단기 조정이 있더라도 금의 구조적 상승 추세는 변하지 않는다”고 분석했고, 최진영 대신증권 연구원은 “장기 관점에서 금은 온스당 5000달러까지 상승 가능한 매력적 헷지 자산”이라고 평가했다.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실장 역시 “금값은 달러 유동성 확대 기대의 반영이며, 트럼프 대통령 임기 동안 완화적 정책이 지속될 경우 상승세가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봤다.
◇“정책금리 인하 이후는 변수”…단기 과열 경계론도
다만 단기적으로는 과열 신호에 대한 경계도 제기된다.
최진영 대신증권 연구원은 “금은 금리 인하가 예상되는 구간에서는 우수한 성과를 내지만, 실제로 유동성이 본격 확장되는 시점에는 오히려 상대적으로 부진한 흐름을 보인다”며 “추세 전환 시점에 대한 경계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강현기 DB금융투자 연구원도 “정책금리 인하 국면에서는 미국채와 같은 안전자산 간 경쟁이 심화될 수 있다”며 “달러 강세 전환 시 금이 밀릴 가능성도 염두에 둬야 한다”고 조언했다.
국내 시장에서는 이른바 ‘김치 프리미엄’ 현상도 나타나고 있다. 국제 금값 대비 국내 거래 가격이 과도하게 높아지는 현상으로, 투자자들이 단기 시세차익을 노릴 경우 되레 손실 위험이 커질 수 있다.
전문가들은 “금이 단기 고점 구간에 진입했을 수 있다는 점을 감안해 분할 매수나 ETF 비중 조정 등 전략적 접근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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