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리뉴스 이상명 기자] 2차 공공기관 이전 방안이 논의 중인 가운데, 이미 1차로 지방 혁신도시로 이전한 공공기관들이 여전히 수도권에 머물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특히 지방시대위원회의 승인도 받지 않은 채 수도권 사무실을 유지하며, 수백억 원대 부동산과 임차료를 지출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돼 논란이 일고 있다.
국민의힘 권영진 의원(대구 달서병·국토교통위원회 간사)이 국토교통부로부터 제출받은 '혁신도시 이전 공공기관 수도권 잔류 인력 현황' 자료에 따르면 혁신도시로 이전한 공공기관 중 여전히 수도권에서 근무 중인 인력은 총 1,974명에 달했다.
이 중 지방시대위원회의 승인을 받지 않은 '미승인 인력'만 493명으로, 이전 정책의 취지를 무색하게 하고 있다.
문제는 이들이 근무 중인 사무공간 규모와 비용이다.
권 의원실에 따르면 미승인 인력이 근무하는 수도권 내 건물 가액은 약 557억원, 이들이 사용하는 임차 사무실의 연간 임차료와 관리비만 각각 77억원, 45억원에 이른다. 정부가 "지방시대"를 외치며 공공기관의 2차 이전을 추진하는 와중에, 1차 이전기관조차 수도권에 '발을 빼지 못한 셈'이다.
특히 국토부 산하 기관인 한국도로공사는 대표적인 사례로 꼽힌다.
경북 김천 혁신도시로 이전한 도로공사는 여전히 경기도 성남시 소재 68억 원 상당의 자체 건물에서 지방시대위원회 승인 없이 56명의 직원이 근무 중이다. 이 건물의 연간 관리비만 1억 원에 달하며, 해당 직원들은 '스마트도로연구단'과 '데이터융복합센터' 등 핵심 기술부서 소속으로 확인됐다.
또 다른 사례로 한국콘텐츠진흥원은 서울 강남과 중구 등 서울 중심지 3곳에 사무실을 두고 있다. 이 중 20명의 인력은 위원회 승인 없이 근무 중이며, 콘진원이 보유한 서울 강남 논현로 사옥의 가치는 약 190억 원, 추가로 임차 중인 서울 중구와 역삼로 사무실의 연간 임차료만 59억 원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콘진원은 "콘텐츠산업 특성상 수도권 내 정책 대응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이지만, 정작 혁신도시 이전 정책의 실효성을 훼손한다는 비판이 거세다.
권영진 의원은 "2차 공공기관 이전을 준비하는 시점에서 1차 이전기관들이 수도권에 남아 있다는 건 심각한 문제"라며 "무엇보다 국가균형발전의 핵심은 '기능 이전'이다. 이전 공공기관이 수도권 중심의 주요 기능을 계속 유지한다면 지방시대는 요원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특히 국토부를 향해 "혁신도시 정책의 주무부처인 국토부 산하 기관조차 지방시대위원회 승인 없이 수도권 사무실을 운영하는 것은 정책 신뢰를 스스로 훼손하는 일"이라며 "정부는 전수조사를 통해 수도권 잔류 인력의 단계적 이전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한편 국토교통부는 현재 2차 공공기관 이전 대상기관 전수조사를 진행 중이며, 내년 중으로 '2026년 이전 원칙 및 일정'을 담은 로드맵을 수립할 계획이다. 하지만 1차 이전기관의 잔류 문제와 미승인 인력 해소가 선결되지 않는다면, 2차 이전의 명분 자체가 흔들릴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된다.
권 의원은 "수도권 집중을 해소하지 않고는 진정한 지방시대는 불가능하다"며 "공공기관이 솔선수범해 수도권 핵심 기능을 이전해야 국가균형발전이 실현된다"고 거듭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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