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중국 간 무역 갈등이 다시 불붙으면서 외환시장이 요동치고 있다. 추석 연휴 직후 1420원을 돌파한 원·달러 환율은 하루 만에 1430원 선을 넘어서며 1년 반 만에 외환당국의 구두 개입을 유도했다.
뉴시스 보도에 따르면, 시장에서는 단기적으로 환율이 1450원대까지 치솟을 수 있다는 관측도 제기되고 있다. 여기에 내년에도 환율이 1400원대를 유지할 수 있다는 전망이 더해지며, '1400원 환율'이 새로운 기준선으로 자리 잡을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14일 서울외환시장에 따르면 이날 오전 9시 35분 기준 원·달러 환율은 전 거래일보다 2.3원 오른 1428.1원을 기록했다. 환율은 지난달 초부터 1390원대에서 등락을 반복하다 10월 들어 급등세를 보이며 1420원대에 진입했다.
전날에는 장중 한때 1434.0원까지 치솟기도 했으나, 외환당국의 구두 개입으로 다소 진정돼 1420원대로 내려왔다. 구두 개입은 외환당국이 실질적인 외화 매매 없이 개입 의지만을 표명해 시장을 안정시키는 정책 수단이다.
환율 급등의 직접적인 배경은 미·중 무역 마찰의 격화다. 트럼프 대통령이 중국의 희토류 수출 제한을 '적대적 행위'로 규정하고, 중국에 100% 추가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하자 외환시장이 크게 출렁였다. 이 발언은 미·중 마찰로 환율이 1487원까지 급등했던 지난 4월을 떠올리게 하며 시장 불안을 자극했다.
이러한 긴장감은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무산 가능성에 대한 경계로 이어졌고, 한미 간 통상 협상에 대한 기대도 약화시켰다. 특히 미국의 3500억 달러 규모 대미 투자, 외환 스와프 재개 등 주요 이슈들이 교착 상태에 빠질 수 있다는 우려가 원화 약세를 부추겼다.
이후 트럼프 대통령이 유화적인 메시지를 내놓으며 시장 불안이 다소 진정됐지만, 환율은 여전히 1420원대를 고수하며 고공 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그는 전날 SNS(소셜네트워크시스템)를 통해 "중국에 대해 걱정하지 말라. 모든 것이 잘될 것"이라고 언급했다.
시장에서는 이번 환율 급등이 일시적인 현상에 머무르지 않고 장기화 될 수 있다는 우려를 내놓는다. 최근 달러가치에 비해 큰 폭으로 떨어진 원화값에 더해진 미국의 대미 3500억 달러 투자 요구와 통상 마찰이 장기간 지속될 것이라는 우려가 전제다.
이 같은 흐름의 배경으로는 대외 의존도가 높은 한국 경제 구조가 지목된다. 상상인증권에 따르면 글로벌 무역량 지수와 원화 환율 간 상관계수는 0.58로, 주요국 통화 중 가장 민감하게 반응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경제 펀더멘털도 부진하다. 한국은행은 올해와 내년 성장률을 각각 0.9%와 1.6%로 전망하고 있다. 이는 시장의 잠재성장률 추정치인 1.8%에 미치지 못하는 수준이다. 아시아개발은행(ADB) 역시 한국의 성장률을 올해 1.0%, 내년 1.6%로 예측한 바 있다.
시장에서는 국내 경제 상황을 옥죄는 대외 불확실성에 상당기간 환율이 1400원대에 머물 것이라는 의견도 나온다. 최예찬 상상인증권 연구원은 내년 평균 원·달러 환율을 1441원으로 제시하며 미국의 대미 투자 요구와 글로벌 통상 갈등의 영향이 불가피하다고 봤다.
최 연구원은 "원화값은 소규모 개방 경제 특성상 글로벌 무역 환경 변화와 미국의 대규모 투자 요구에 따른 자본 유출에 영향받는다"면서 "향후 교역 환경 변화와 금리 경로 수정, 무역 협상 등 불확실 요인이 산재해 변동성은 커질 전망"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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