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리뉴스 이상명 기자] 이재명 정부가 '2040년 석탄화력발전 전면 폐지'를 국정과제로 내걸었지만 이를 담당하는 기후에너지환경부(기후부)는 "사회적 합의가 먼저 이뤄져야 한다"며 조심스러운 입장을 내비쳤다.
정부의 '재생에너지 중심 에너지 대전환' 정책과 달리, 현장에서는 실질적인 보상 문제, 고용, 지역경제 충격 등 현실적인 과제를 더 신경 쓸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14일 국회 기후에너지환경노동위원회 소속 이용우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공개한 기후부의 서면 답변서를 보면 정부는 "2040년 이후에도 남아 있을 21기의 석탄화력발전소를 전부 폐지하려면 막대한 보상이 불가피하다"고 밝혔다. 이어 "국가 재정과 산업 전반에 미치는 영향을 감안할 때 사회적 합의가 반드시 필요하다"는 입장도 함께 내놨다.
국내에는 현재 석탄화력발전소 61기가 가동 중이며, 설비용량은 약 40GW에 이른다. 이 가운데 40기는 제11차 전력수급기본계획에 따라 2038년까지 순차적으로 문을 닫을 예정이지만, 나머지 21기는 경제성, 설비 수명, 지역 전력 수급 문제 등을 이유로 당분간 유지 대상에 포함돼 있다.
정부는 2040년까지 모든 석탄화력발전소를 폐지하겠다는 목표를 밝혔지만, 정작 담당 부처가 '사회적 합의'를 내세우면서 속도를 조절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안팎에서 나오는 상황이다.
무엇보다 석탄발전 감축은 단순한 에너지 전환을 넘어 산업구조 변화와 지역 고용 문제까지 걸려 있다. 한국노동연구원이 2022년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2036년까지 석탄화력발전소 28기를 줄일 경우 약 1만6000개의 일자리가 사라질 것으로 예측됐다.
LNG 발전으로 3천 개 일자리가 새로 생긴다고 해도, 결과적으로 1만3000명이 일터를 잃는 셈이다. 충남과 강원처럼 석탄발전소가 집중된 지역에서는 대체 일자리 마련이 당장 시급하다.
세계적으로 에너지 전환은 이미 속도를 내고 있다. 영국, 아일랜드, 핀란드는 석탄발전을 완전히 중단했고, 스페인은 올해, 이탈리아는 2028년까지 탈석탄을 마무리할 계획이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여전히 전체 발전량의 4분의 1가량을 석탄에 의존하는 상황이다. 2023년 기준 석탄화력 발전량은 16만7152기가와트시로, 총 발전량의 28%를 차지했다. 18년 만에 LNG에 1위 자리를 내줬지만, 여전히 '기저부하' 전력의 중심에 있다.
문제는 법과 제도가 아직 뒷받침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탈석탄 지원을 위한 법안만 22대 국회에 15건이 올라왔지만 모두 계류 중인 상태다. 이용우 의원은 "정의로운 전환이 보장되지 않으면 탈석탄은 불가능하다"며 "재생에너지 확대와 함께 산업 구조 전환책도 함께 추진해야 한다"고 꼬집었다.
기후부 역시 이러한 현실을 인정하면서도 "석탄발전을 급하게 줄이면 전력 수급 안정성과 지역 공동체가 크게 흔들릴 수 있다"며 신중한 태도를 강조했다. 기후부 관계자는 "발전소만 닫는 문제가 아니라 수천 명의 일자리와 그 지역의 산업기반이 함께 걸려 있다"고 설명했다.
정부는 올해 하반기 12차 전력수급기본계획 초안에서 2040년 탈석탄 로드맵을 좀 더 구체화할 예정이다. 다만 이번 서면 답변서를 보면, 부처 간의 이견도 만만치 않아 보인다. 국회가 '속도전'을 요구하는 반면 정부는 '사회적 합의'라는 전제를 내세우며 갈등의 골이 쉽게 메워지지 않을 전망이다.
에너지 전문가들은 "탈석탄은 정치적 슬로건이 아니라 산업, 노동, 복지 정책이 복합적으로 맞물린 거대한 구조개혁 과제"라며 "보상과 재정 계획, 그리고 지역 일자리 대책 없이 서둘러 추진하면 오히려 사회 갈등을 키울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용우 의원은 "정부가 선언한 2040 탈석탄 목표를 이루려면 과감한 투자와 전환 지원이 필요하다"며, "단지 명분에 기대기보다, 구체적이고 실효성 있는 실행계획을 내놓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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