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리뉴스 김승훈 기자] 12·3 비상계엄 관련 내란 행위의 '공범'으로 지목된 박성재 전 법무부 장관의 구속 여부를 결정한 법원 심사가 14일 시작됐다.
특검은 계엄 당일 CCTV영상에 담긴 박 전 장관의 행보와 구치소 수용여력 점검을 지시하는 문건 등을 확보하고 박 전 장관이 내란의 공범이라고 보고 있다.
순직해병 사건 관련 각종 의혹을 수사 중인 이명현 특별검사팀이 사건의 정점으로 거론되는 윤석열 전 대통령에 대해 오는 23일 조사에 출석하라고 통보했다. 조사 후 사망한 공무원과 관련해 김건희 특검팀은 고개를 숙였다.
이상민 잡은 CCTV, 박성재 구속에도 '스모킹건' 될까
특검, 박성재 지시에 '구치소 수용여력 점검' 문건 확보
서울중앙지법 박정호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이날 오전 박 전 장관에 대한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진행 중이다.
앞서 내란특검팀은 지난 9일 박 전 장관에 대해 내란 중요임무 종사 및 직권남용 권리행사 방해 혐의로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이날 오전 9시 55분께 서울중앙지법에 도착한 박 전 장관은 '교도소 수용인원 확인을 왜 했는지', '합동수사본부 검사 파견을 왜 지시했는지', '계엄을 반대한 것이 맞는지' 등 기자들의 질문에 "법정에서 충실히 잘 설명해드리겠다"고 답했다.
박 전 장관은 윤석열 전 대통령의 불법 계엄 선포를 막지 못하고 공모·가담한 혐의를 받는다.
계엄 당일 윤 전 대통령이 자신의 계획을 알리기 위해 가장 먼저 불렀던 '최측근' 인사 중 한 명이며, 이후 비상계엄 선포를 심의한 국무회의와 이튿날 비상계엄 해제 국무회의에도 모두 참석했다.
박 전 장관이 인권 보호와 법질서 수호를 핵심 업무로 하는 법무부 장관 직책을 맡고 있었던 만큼, 다른 국무위원에 비해 비상계엄 선포를 막지 못한 책임이 상대적으로 더 크다는 게 특검팀의 시각이다.
특검팀은 박 전 장관이 단순히 계엄을 방조한 것을 넘어, 윤 전 대통령의 내란 행위에 순차적으로 가담했다고 판단했다.
박 전 장관은 계엄 선포 직후 법무부로 돌아와 간부 회의를 소집했다. 당시 회의에는 법무부 실·국장 등 10명이 모였는데, 이 자리에서 검찰국에 '합동수사본부에 검사 파견을 검토하라'는 지시를 내린 혐의를 받는다.
계엄 당일 법무부 출입국본부에 출국 금지팀을 대기시키라고 지시한 혐의도 있다. 실제로 입국·출국금지와 출입국 관련 대테러 업무를 맡는 출입국 규제팀이 법무부 청사로 출근한 사실도 확인됐다.
계엄 이후 정치인 등을 수용하기 위해 교정본부에 수용 여력 점검 및 공간 확보를 지시했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최근 법무부와 서울구치소 등을 압수수색하는 과정에서 계엄 당시 박 전 장관 지시로 교정본부가 구치소별 추가 수용 인원을 점검한 문건을 확보한 것으로 전해졌다.
특검팀은 교정본부가 박 전 장관 지시로 정치인 등 포고령 위반자를 구금하기 위한 수용 여력을 점검하면서 해당 문건을 작성한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
교정본부는 이후 문건을 삭제했으나 특검팀은 문건을 복구해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검팀은 박 전 장관의 이 같은 지시가 불법 계엄을 정당화하고, 계엄 상태를 유지하기 위한 '국헌 문란 행위'에 해당한다고 보고 있다.
특검팀은 이날 심사에서 230쪽 분량의 의견서와 120장 분량의 PPT 자료, 계엄 당일 국무회의 영상이 담긴 폐쇄회로(CC)TV 영상 등을 토대로 구속 수사 필요성을 주장할 예정이다.
특히 CCTV 영상에는 박 전 장관이 대접견실 책상 위에 놓인 A4용지에 메모를 하거나 종이를 접어 주머니에 넣는 모습 등이 담긴 것으로 알려졌다.
이상민 전 행정안전부장관의 경우 CCTV 속 모습이 결정적 단초가 됐다는 점에서 박 전 장관도 영상 속 모습이 구속을 가르는 증거가 될 가능성이 높다.
박 전 장관 측은 검찰 조사에서 '국회에서 이미 증언한 대로 한 장짜리 계엄선포문이 있었고 그 뒷면에 당시 참석자들의 이름 등을 적은 것에 불과하다'는 취지로 진술했다고 한다. 주머니에 넣은 문건도 법무부 지시사항 등이 담긴 별도의 문건이 아니라 당시 국무위원들 앞에 놓였던 계엄선포문이란 입장이다.
박 전 장관의 구속영장 발부 여부에 따라 특검팀의 향후 수사 속도도 달라질 전망이다.
법원이 박 전 장관의 혐의가 상당 부분 소명됐다고 판단해 구속영장을 발부할 경우 조태용 전 국가정보원장 등 남은 국무회의 참석자들에 대한 수사에 힘이 실릴 수 있다.
반면 기각될 경우 향후 내란 수사 전반에 차질이 불가피할 것이라는 우려도 제기된다.
해병특검, 尹 23일 소환 통보…고개 숙인 김건희특검
해병 특검팀은 윤 전 대통령에게 특검 조사 출석을 요청하는 요구서를 보냈다. 출석 요청일은 23일 오전 10시다.
정민영 순직해병특검보는 13일 정례 브리핑에서 "윤석열 전 대통령은 특검의 주요 수사대상인 수사외압, 이종섭 전 장관 호주대사 도피와 관련해 최종 의사결정권자로 사건의 실체 규명을 위해 반드시 조사해야 할 핵심 피의자"라고 설명했다.
윤 전 대통령은 이른바 'VIP 격노설'과 관련해 공직자들에게 권리가 없는 일을 하게 했다는 직권 남용 혐의를 받고 있다. VIP 격노설은 2023년 7월 집중호우 당시 경북 예천군에 투입된 해병 대원 순직 사건과 관련 해병대 수사결과를 보고받은 윤 전 대통령이 크게 화를 내며 국방부 장관 등을 질책한 것을 의미한다.
정 특검보는 윤 전 대통령이 크게 화를 냈다는 사실과 사건 기록 경찰 이첩 보류 지시, 기록 회수 등 수사 외압으로 볼 수 있는 경위를 구체적으로 확인했다며 윤 전 대통령의 자진 출석을 기대한다고 부연했다. 특검팀은 윤 전 대통령에 대한 조사를 가급적 1회로 마치겠다는 계획이다. 다만 윤 전 대통령이 소환에 응할지는 미지수다. 윤 전 대통령은 특검 조사와 재판 출석에 모두 불응하고 있는 상태다.
14일에는 이시원 전 대통령실 공직기강비서관을 피의자 신분으로 재소환했다.
특검팀은 해병대 수사단이 2023년 8월 2일 임성근 전 해병대 1사단장에 대해 업무상 과실치사상 혐의를 적용한 초동 조사 기록을 경찰에 이첩하자 이 전 비서관이 국방부 관계자들과 소통하며 이 기록을 회수하는 데 관여한 것으로 보고 있다.
실제 이 전 비서관은 기록 이첩 당일 임기훈 전 국방비서관, 신범철 전 국방부 차관, 유재은 전 국방부 법무관리관 등과 여러 차례 연락을 주고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와 관련해 이 전 비서관은 앞선 특검 조사에서 "조태용 전 국가안보실장이 '채상병 사망 초동 조사 기록을 회수해달라'고 요청해서 협조한 것"이라는 취지로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검팀은 수사외압 의혹과 관련해 그간 확보한 진술 및 증거들을 교차 확인하기 위해 이 전 비서관을 다시 부른 것으로 전해졌다.
한편, 김건희 특검팀은 13일 '양평 공흥지구 개발 특혜' 의혹 관련해 수사를 받다가 스스로 운명을 달리한 공무원을 향해서 조의를 표했다. 김건희 특검 관계자는 "고인이 되신 양평군 공무원 분에 대해 다시 한 번 진심으로 조의를 표한다"며 "유족들에게 깊은 위로의 말씀을 드린다"고 밝혔다. 이어 "이번 사건을 계기로 모든 사건 수사 상황과 수사 방식을 면밀히 재점검해 사건 관계자들의 인권 보호에 한치의 소홀함이 없도록 더욱 만전을 기하겠다"고 말했다.
경기 양평군청 소속 개발부담금 담당 부서 공무원 A(57)씨는 지난 10일 오전 자택 화장실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앞서 A씨는 김건희 일가가 공흥지구 개발사업에서 특혜를 받았다는 '양평 공흥지구 개발 특혜' 의혹에 연루돼 지난 2일 조사를 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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