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썰 / 임나래 기자] 자영업자 대출이 12년 만에 최대치를 기록했다. 겉으론 총액이 소폭 감소했지만, 이는 상환 능력이 떨어진 차주들이 시장에서 이탈한 결과로, ‘질적 부실’은 오히려 심화되고 있다. 특히 비은행권을 중심으로 연체율이 급등하면서 방어 한계가 드러났다. 금융당국이 충당금 확충과 채무조정으로 대응에 나섰지만, 업계에서는 “리스크 관리만으로는 한계”라며 “자영업자의 실질적 매출 회복이 병행돼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빚은 줄었지만 위기는 커진다…‘착시효과’의 함정
한국은행에 따르면 2분기 말 기준 자영업자 다중채무 대출 잔액은 750조5000억원으로, 1분기(753조3000억원)보다 0.37% 감소했다. 언뜻 감소세처럼 보이지만, 이는 차주 수가 줄면서 총량이 줄어든 ‘착시효과’다. 1인당 평균 대출액은 4억3000만원으로 4분기 연속 변동이 없었다. 빚이 실제로 줄었다기보다, 상환 능력이 떨어진 차주들이 시장에서 퇴출되며 통계상 잔액이 줄어든 셈이다.
연체율은 1분기 1.92%에서 2.07%로 상승해 11년 9개월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이 구간에 속한 차주는 추가 대출이 사실상 어렵고, 금리 인상이나 매출 감소에 직접적인 영향을 받는다.
결국 ‘부채 감소’로 보이는 수치는 상환능력 취약 차주 중심의 구조적 악화를 가리고 있는 셈이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총량만 보면 안정적으로 보이지만, 내실을 들여다보면 오히려 악화됐다”며 “상환 능력이 없는 차주가 빠지고, 남은 차주의 부채는 고착화되는 구조”라고 말했다.
◇비은행권, 부실 확산의 최전선
부실 리스크는 비은행권을 중심으로 빠르게 번지고 있다. 한국은행 ‘금융안정상황’ 보고서에 따르면 2분기 말 기준 비은행권의 취약차주 대출 비중은 가계 60.5%, 자영업자 53.9%로 절반을 넘어섰다.
특히 여러 금융기관에서 중복 대출을 받은 차주가 많아, 한 명의 부실이 다수 금융사로 확산되는 구조적 위험이 존재한다.
이에 금융당국은 비은행권에 대손충당금 확충과 리스크 관리 강화를 요구하고 있다. 그러나 업계는 “충당금을 쌓는다고 근본적 부실을 막긴 어렵다”는 입장이다.
한 저축은행 관계자는 “금리 수준과 경기 상황을 고려하면 단기 방어에는 한계가 있다”며 “결국 자영업자의 매출 회복 없이는 구조적 리스크를 해소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금융권 관계자 역시 “비은행권은 정책금융의 사각지대이자 경기 둔화의 1차 충격을 그대로 받는 구조”라며 “매출이 살아나야 대출도 회복된다”고 지적했다.
◇리스크 관리의 한계…‘매출 회복’이 유일한 해법
금융당국은 상환 능력 제고를 위해 채무조정과 이자 부담 완화에 나섰다. 지난 9월 금융위원회는 ‘성실상환 소상공인 금융지원 대책’을 내놓고 대출 갈아타기, 중도상환수수료 완화 등 다양한 지원책을 시행 중이다.
하지만 정책 효과는 제한적이라는 평가가 많다.
한 저축은행 관계자는 “정책 취지는 좋지만, 연체 차주보다는 상환 이력이 양호한 차주 중심으로 적용돼 가장 취약한 계층에는 실질적 도움이 되기 어렵다”고 말했다.
시중은행 관계자도 “대출을 줄이기보다 소상공인의 매출을 회복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게 현실적”이라며 “수익 기반 회복과 부채 구조 개선을 병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결국 단기적 금융 완화보다 영업환경 개선과 매출 회복이 근본적인 해법으로 부상하고 있다.
금융연구원 관계자는 “일시적 부실 완화는 가능하지만, 매출이 회복되지 않으면 리스크는 다시 확산된다”며 “단기 유동성 지원을 넘어 구조적 대응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Copyright ⓒ 직썰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본 콘텐츠는 뉴스픽 파트너스에서 공유된 콘텐츠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