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컬처 이준섭 기자] 문화가 예술을 넘어 국가 경쟁력의 핵심 축으로 자리 잡은 지금, 이재명 대통령이 문화정책의 대전환을 선언했다. 지난 13일 수석보좌관회의에서 “문화는 국격이자 국력의 핵심”이라며, 문화 콘텐츠 기반 확충을 위한 재정·세제·규제 혁신을 강조한 것이다.
이는 K-팝, K-드라마, K-게임 등 이른바 K-컬처가 세계 시장에서 빠르게 성장하며 국가 브랜드 가치를 높이고 있는 흐름과 맞닿아 있다. 문화가 예술의 영역을 넘어 실질적인 국가 경쟁력의 한 축으로 부상했다는 점을 정부가 공식적으로 천명한 셈이다.
대통령실이 이날 제시한 5대 전략은 콘텐츠 생산 확대, 역사문화의 정통성 확립, 국민의 문화 향유 기회 확대, 문화기술(CT) 융합, 관광 혁신 등으로 구성됐다. 문화 전반을 아우르는 포괄적인 접근이다. 특히 내년도 문화예산을 전년 대비 8.8% 증액하기로 한 결정은 이전 정부들과 비교해도 이례적인 수준이다. 박근혜 정부 시절 문화예산은 연평균 8.2%, 문재인 정부는 5.7% 증가했으며, 윤석열 정부에서는 1.1% 감소한 바 있다. 이번 증액은 예산 조정보다 문화정책 전환의지를 담은 신호로 해석된다. 다만 예산 확대만으로는 충분치 않다. 민간 투자 활성화, 창작 생태계 보호, 디지털 저작권 체계 정비 등 제도적 기반이 병행되어야 지속적인 성과를 기대할 수 있다.
최근 몇 년간 BTS, 영화 '기생충', 시리즈 '오징어게임' 등 세계적인 성공 사례들이 잇따랐다. 이처럼 한국 문화 콘텐츠의 저력은 입증됐지만, 정책은 여전히 개별 제작 지원이나 전통예술 보호에 머무르는 경우가 적지 않았다. 이번 대통령의 발언은 문화를 '지원의 대상'이 아닌 '산업의 기반'으로 인식하겠다는 분명한 방향 전환의 신호로 읽힌다. 세제 개편과 규제 완화 등 산업정책의 도구를 문화 분야에 적용하겠다는 점에서 정책의 무게중심이 실제로 이동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이날 회의에서는 순수 예술인 지원, 동네서점 보호, 해외 문화공간의 통합 관리 등 보다 구체적인 과제들도 함께 논의됐다. 특히 '문화예술인에 대한 사회안전망 강화'는 창작자들이 보다 안정적인 환경에서 활동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정부의 인식 전환을 시사한다. 건강한 창작 생태계는 콘텐츠 산업의 지속 가능한 성장을 가능하게 하는 기반이기도 하다.
문화정책은 단기간에 눈에 띄는 성과를 내기 어려운 분야다. 콘텐츠 산업의 경쟁력은 인프라, 인재, 투자 환경 등 복합적 조건이 갖춰져야 비로소 탄력을 받는다. 정부가 문화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장기적 계획 수립에 나선 것은 바람직한 방향이다. 다만 실질적인 변화로 이어지기 위해서는 정책의 일관성과 실행력, 그리고 현장의 목소리를 반영하는 유연한 접근이 필요하다. 문화가 국력으로 자리 잡기 위해서는 예산 증액뿐 아니라 정책 설계의 세밀함과 민간 창의성을 존중하는 제도적 유연성이 함께 갖춰져야 한다.
K-컬처가 세계 시장에서 확고한 입지를 구축한 지금, 이번 정부의 문화정책 선언이 말에 그치지 않고 제도 개선과 실행으로 이어지길 기대한다. 지속 가능한 성장의 토대를 마련할 수 있느냐는 이제 정책의 설계와 실천에 달려 있다.
뉴스컬처 이준섭 rhees@nc.pres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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