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3분기 영업이익 12조 돌파…'AI 반도체 회복 사이클' 본격화

[사진=삼성전자]

[폴리뉴스 정철우 기자] 삼성전자가 2025년 3분기 잠정실적에서 매출 86조 원, 영업이익 12조 1,000억 원을 기록하며 AI 수요 회복세에 힘입은 실적 반등을 입증했다.

전기 대비 매출은 15.3%, 영업이익은 무려 158.6% 급증했으며, 전년 동기 대비로도 각각 8.7%, 31.8% 증가했다.

분기 영업이익은 지난해 2분기(10조4,400억 원) 이후 5분기 만에 10조 원대를 회복했다.

또한 2022년 2분기(14조1,000억 원) 이후 3년여 만에 최대치를 기록했다.

매출은 86조원을 기록했는데 삼성전자 분기 매출이 80조원대를 넘어선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번 실적은 삼성전자가 반도체 업황 침체기를 벗어나 'AI 슈퍼사이클'의 수혜를 본격적으로 누리기 시작했다는 신호로 평가된다.

업계에 따르면, 3분기 실적 개선의 핵심은 단연 메모리 반도체 부문(DS)이다.

AI 서버와 데이터센터 확장에 따라 HBM(고대역폭 메모리)·DDR5 수요가 폭증하며, 삼성전자의 제품 단가와 가동률이 동반 상승했다.

특히 엔비디아, AMD 등 글로벌 AI 칩 고객사들의 공급 확대에 대응하기 위해 HBM3E 제품 출하를 늘리고, 파운드리 사업에서 AI 전용 칩 수탁생산이 확대된 것이 실적 개선을 이끌었다는 분석이다.

증권가는 DS부문이 3분기 6~7조 원 수준의 영업이익을 거둔 것으로 추정하며, 이는 2023년 하반기 적자 국면 이후 불과 1년 만의 완전한 회복이다.

스마트폰·가전 등 세트사업 부문도 안정적 수익성을 유지했다.

갤럭시 Z 폴드6·플립6 등 프리미엄 신제품 출시 효과와 AI 기능을 강화한 가전제품 판매 호조가 수익성을 방어했다.

특히 LG전자와 마찬가지로 미국발 관세 리스크와 고금리 소비 둔화에도 불구하고 삼성전자는 '고부가 중심 포트폴리오'를 유지하며 글로벌 시장에서 가격 방어력을 입증했다.

삼성전자는 2009년 7월 국내 기업 최초로 분기 실적 전망치를 공개한 이후, 2010년부터 국제회계기준(IFRS)을 선제적으로 도입했다.

이번 잠정 실적 역시 결산 종료 전 투자자 판단을 돕기 위한 예비 수치로, 정보공시 신뢰도 제고와 주주가치 강화 노력의 연장선에 있다.

삼성전자는 "투자자들이 보다 정확히 실적을 예측하고 기업가치를 평가할 수 있도록 글로벌 스탠다드에 기반한 투명한 경영을 지속하겠다"고 밝혔다.

시장에서는 삼성전자가 올해 영업이익 30조 원 회복이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

다만 향후에는 메모리 가격 상승세가 둔화할 가능성과 AI 투자 사이클 조정, 글로벌 지정학 리스크가 주요 변수로 꼽힌다.

한 증권사 반도체 담당 애널리스트는 "AI 반도체 수요가 내년까지 구조적 성장세를 유지할 것으로 보이지만, 공급 경쟁이 심화될 경우 가격 탄력성이 낮아질 수 있다"며 "삼성은 차세대 HBM4 양산 시점과 파운드리 2나노 기술 확보에서 시장 리더십을 재확인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삼성전자의 이번 3분기 실적은 단순한 숫자 개선을 넘어, AI가 산업 구조 전체를 재편하며 한국 반도체 산업의 회복 신호탄이 됐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AI가 만든 12조의 반등'은 단순한 실적이 아니라 삼성전자가 다시 한 번 글로벌 반도체 사이클의 중심으로 돌아왔다는 선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