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의약품 관세 파고···韓 제약, ‘현지화 방패’ 장착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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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의약품 관세 파고···韓 제약, ‘현지화 방패’ 장착한다

이뉴스투데이 2025-10-14 08:00:00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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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디파짓포토스]
[사진=디파짓포토스]

[이뉴스투데이 김진영 기자] 트럼프 대통령의 ‘의약품 100% 관세’ 선언이 글로벌 제약업계를 뒤흔든 가운데 국내 주요 제약사는 이미 대응 수순에 들어섰다. 셀트리온·삼성바이오로직스·롯데바이오로직스 등은 미국 현지생산 거점을 구축하거나 확장하면서 관세가 현실화되더라도 직접적 충격은 제한적일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복제약 관세 제외 방침으로 한국 기업의 핵심 수출 품목인 바이오시밀러가 반사이익을 볼 가능성도 제기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25일 SNS(트루스소셜)를 통해 “10월 1일부터 해외 생산 브랜드·특허 의약품에 최대 100%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밝혔지만, 정작 1일까지 서명하지 않아 시행이 연기됐다. 이번 조치는 미국 내 생산시설을 보유하거나 착공한 기업을 예외로 두는 내용으로, 제약 생산기지의 ‘미국 내 회귀’를 노린 조치로 해석된다.

국내 제약사들은 이미 미국 현지화 전략에 속도를 내고 있다. 셀트리온은 최근 일라이 릴리의 뉴저지 브랜치버그 공장을 4600억원에 인수하며 현지 생산 거점을 확보했다. 원료의약품부터 완제품까지 직접 생산·판매가 가능한 체계를 갖추면 관세 리스크를 근본적으로 해소할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글로벌 유통망 의존도를 낮추고 자체 브랜드 경쟁력을 높이는 기반이 된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지난 9월 미국 제약사와 약 1조8000억원 규모의 의약품 위탁생산 계약을 체결하는 등 대형 글로벌 제약사로부터의 수주가 잇따르고 있다. 누적 수주액은 약 5조2435억원을 기록했다. 미국 진출은 신중하게 검토 중이지만, 고객사들의 현지 생산 수요가 늘면서 가능성을 점차 높게 보고 있다. 트럼프 정부의 관세 변수는 단기 리스크이자, 동시에 미국 내 공장 설립을 가속할 유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롯데바이오로직스는 뉴욕 시러큐스 공장을 중심으로 항체약물접합체(ADC) 생산 역량을 키우며 미국 내 입지를 넓히고 있다. 지난해 브리스톨 마이어스 스큅(BMS)으로부터 공장을 인수한 뒤 1억달러를 추가 투자해 상업 생산을 시작했다. 미국 내 생산시설을 보유한 만큼 관세 영향을 받지 않는 위치에서, 그룹 차원의 신성장 축으로 바이오 사업을 끌어올린다는 구상이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최근 미국 뉴욕주 시러큐스의 롯데바이오로직스 공장을 찾아 “시러큐스 바이오 캠퍼스는 그룹의 새로운 성장 동력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롯데바이오로직스가 현지 생산시설을 기반으로 ADC 상업화에 속도를 내고 있는 만큼, 그룹 차원의 바이오 사업 육성 전략이 본격화하고 있다는 목소리가 우세하다.

국내 업계가 일찍 대응에 나설 수 있었던 배경으로는 코로나19 이후 심화된 미국 내 공급망 불안이 꼽힌다. 팬데믹을 계기로 의약품 조달 안정성이 주요 정책 이슈로 부상하면서 현지 생산 기지 확보 필요성이 높아졌다. 특히 트럼프 행정부가 반도체·배터리에 이어 제약·바이오를 전략산업으로 포함할 가능성이 거론, 일부 기업들이 미국 내 투자 확대를 검토하기 시작했다는 분석도 나온다.

복제약을 관세 부과 대상에서 제외하기로 하면서 한국 제약업계에 유리한 흐름이 형성되고 있다. 국내 주요 수출 품목인 바이오시밀러가 대부분 복제약 범주에 속해 관세 영향에서 벗어나기 때문이다. 백악관과 상무부는 “복제 의약품에 무역확장법 232조를 적용할 계획이 없다”고 밝혔으며, 이번 방침은 약가 상승과 공급 불안 우려를 고려한 조정으로 해석된다. 복제약이 미국 의약품 사용량의 90%를 차지한다는 점에서 시장 혼란을 완화하려는 조치라는 관측도 나온다.

복제약 관세 제외 논의는 트럼프 정부의 고율 관세 정책이 현실적 한계에 직면했음을 보여준다. 복제약까지 관세를 확대할 경우 약가 급등과 공급 차질이 불가피하다는 우려가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모든 의약품의 미국 내 생산’을 내세운 대선 공약도 실효성보다 시장 충격 완화 쪽으로 무게가 옮겨가는 분위기다.

셀트리온은 레미케이드·휴미라·아바스틴 등 주요 바이오시밀러로 미국 시장 점유율을 빠르게 확대, 삼성바이오에피스와 공동 개발한 제품도 다수 현지 유통망에 안착했다. 양사 모두 미국 매출 비중이 각각 34%, 25%에 달해 관세 제외의 실익이 크다는 평가다. 관세 리스크가 오히려 경쟁국 대비 비용 부담을 낮추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글로벌 제약사들은 관세 압박에 대응해 백악관과 잇따라 협상에 나서고 있다. 화이자는 의약품 가격을 최대 85% 인하하고 미국 내 생산시설에 700억달러를 투자하고 3년간 관세 면제를 받았다. 아스트라제네카도 500억달러 투자와 약가 인하를 조건으로 동일한 혜택을 확보했다. 관세가 사실상 정부와 제약사 간 ‘협상 수단’으로 작동하는 가운데 국내 제약사들은 미국 내 생산 기반을 바탕으로 협상 압박에서 상대적으로 자유로운 위치에 있다.

박혜성 NH투자증권 연구원은 “미국 정부의 궁극적 목표는 의약품 관세를 통해 생산기지의 리쇼어링(해외 공장의 미국 복귀)을 유도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국내에서는 삼성바이오로직스, 셀트리온, SK바이오팜 등이 직접적인 영향을 받을 가능성이 있다”며 “이미 미국 내 생산시설 확대와 투자 등을 선언하며 선제 대응에 나서고 있다”고 덧붙였다.

한 제약업계 관계자는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정책은 단기적 충격보다 산업 구조 재편을 촉진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며 “복제약 중심의 수출 구조와 미국 내 현지화 투자가 맞물리면 한국 제약사는 오히려 경쟁 우위를 강화할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삼성바이오로직스와 롯데바이오로직스의 미국 생산 확대는 방어가 아닌 공급망 주도권 확보 전략으로, 관세 리스크를 성장 기회로 전환하는 사례로 평가할 수 있다”고 부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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