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지금 포스코인가?]⑤ 포스코이앤씨, 위기인가 전환점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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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지금 포스코인가?]⑤ 포스코이앤씨, 위기인가 전환점인가

저스트 이코노믹스 2025-10-14 07:56:15 신고

3줄요약

<목차>

제1회 포스코, 철강그룹에서 복합소재·인프라 그룹으로

제2회 철강은 여전히 강한가, 쇠퇴하는가

제3회 포스코퓨처엠(이차전지·소재)의 도전

제4회 포스코인터내셔널의 에너지 연결고리

제5회 포스코이앤씨(인프라·건설) 의 재발견

제6회 역대 회장의 경영학

제7회 장인화 회장의 리더십(1)

제8회 장인화 회장의 리더십(2)

제9회 포스코, 철강 이후를 설계하다

제10회 고 박태준 창업자 오늘에 주는 메시지

패러디 삽화=최로엡 화백
패러디 삽화=최로엡 화백

 포스코그룹 내에서 포스코이앤씨(옛 포스코건설)는 유독 독특한 존재다. 철강·소재·에너지 계열사들이 각각의 기술 포트폴리오를 다져온 반면, 포스코이앤씨는 건설이라는 산업의 외피를 넘어 그룹의 얼굴 역할을 해왔다.

 ‘포스코 더샵이라는 브랜드는 한때 아파트 시장에서 고급화의 상징으로 통했다. 그룹의 신뢰도와 품격을 높였고, 안정적인 현금창출원으로서 그룹 재무에 숨통을 틔워주었다. 그러나 시간이 흐르며 이 회사의 위치는 달라졌다. 부동산 경기의 침체와 시장 경쟁의 과열, 그리고 연이어 발생한 안전사고가 그 명성을 무겁게 짓누르고 있다. 정부의 규제와 여론의 질타 속에서 포스코이앤씨는 초유의 위기국면에 서 있다. 하지만 위기에는 언제나 전환의 기회가 있다. 지금이야말로 포스코이앤씨가 스스로의 정체성을 재정의하고, 그룹의 미래를 떠받치는 새로운 역할을 모색해야 할 시점이다.

 오늘의 위기를 직시하려면 먼저 과거의 영광을 냉정하게 돌아볼 필요가 있다. 포스코이앤씨는 2000년대 초반, 국내 건설시장에서 더샵브랜드를 앞세워 단숨에 프리미엄 주택 브랜드 반열에 올랐다. ‘현대 힐스테이트’, ‘GS 자이’, ‘대우 푸르지오와 어깨를 나란히 하며 신흥 강자로 부상했다. 이는 철강 중심의 포스코그룹이 국민 생활 속으로 직접 들어오는 순간이기도 했다. 그때의 성공은 단순한 분양 성과 이상의 의미를 가졌다. 그룹의 브랜드 가치 상승, 금융시장 신뢰 제고, 그리고 신입사원들에게 젊은 포스코의 이미지를 심어주는 상징적 효과까지 낳았다.

 그러나 이 브랜드 파워가 어느 순간 함정이 되었다. ‘더샵의 성공이 포스코이앤씨의 정체성을 주택건설사로 고정시켜 버린 것이다. 포스코그룹의 기술 DNA와 엔지니어링 역량을 이어받은 본래의 정체성, 엔지니어링 기반의 종합 시공사라는 뿌리가 흐려졌다. 건설 산업이 단순 시공에서 복합 기술산업으로 변모하는 사이, 포스코이앤씨는 여전히 분양 실적중심의 체질을 벗어나지 못했다.

 최근의 연이은 안전사고는 단순한 현장 관리 실패가 아니다. 이는 오랜 기간 누적된 구조적 병폐, 즉 생산성과 공정 효율을 우선시하는 조직문화가 안전과 품질보다 앞서온 결과이다. 그로 인해 회사의 대외 신뢰도는 흔들렸고, 정부의 규제는 강화됐다. 포스코그룹이 지난 수년간 강조해온 기업시민철학과 ESG 경영 기조에도 부합하지 않는 모습이다. 포스코이앤씨의 위기는 단지 건설시장 불황의 부산물이 아니라, ‘조직문화의 낡은 관성업태 구조의 정체가 맞물린 결과다.

 문제의 본질은 포스코이앤씨가 무엇을 짓는 회사인가라는 근본 질문에 명확히 답하지 못했다는 점이다. 철강·이차전지·수소·에너지 등 그룹의 핵심 성장축이 빠르게 미래산업으로 진화하는 동안, 포스코이앤씨는 그 변화의 속도를 따라잡지 못했다. 한때 그룹의 캐시카우였던 주택사업은 이제 리스크 요인으로 변하고 있다. 글로벌 경기침체와 고금리 속에서 분양 실적이 흔들리고, 브랜드 프리미엄이 옅어지고 있다.

 하지만 바로 이 지점에서 포스코이앤씨의 다음 도약이 시작될 수 있다. 시대는 더 이상 단순 시공사를 원하지 않는다. 기술을 이해하고, 에너지·소재·환경을 통합 설계할 수 있는 엔지니어링 플랫폼 기업이 필요하다. 포스코이앤씨가 살아남기 위한 해법은 건설회사에서 엔지니어링 솔루션 기업으로 체질을 전환하는 것이다.

 

<1>포스코이앤씨 혁신 로드맵 4대 축

 우선 산업의 중심축을 인프라·에너지·스마트플랜트 분야로 옮겨야 한다. 그룹의 다른 계열사들이 추진하는 대규모 프로젝트예컨대 포스코퓨처엠의 이차전지소재 공장, 포스코인터내셔널의 수소·암모니아 인프라, 포스코홀딩스의 해외 제철소 및 재생에너지 설비 등이 모두 포스코이앤씨의 전문 영역이다. 이 회사는 단순히 시공을 맡는 하청 조직이 아니라, 그룹의 EPC(설계·조달·시공)를 통합 지휘하는 테크니컬 허브로 자리 잡아야 한다. 철강과 에너지, 소재를 연결하는 물리적 실현력(Physical Execution Capability)’의 핵심이 바로 이앤씨에 있다.

 둘째로, ‘안전이라는 화두를 기술혁신의 출발점으로 바꿔야 한다. 포스코이앤씨는 사고의 상징이 아니라 제로 사고 스마트건설의 상징이 되어야 한다. 인공지능(AI), 로봇, 드론, IoT를 활용한 스마트 안전관제 시스템을 구축하고, 모든 현장을 실시간 데이터 기반으로 관리하는 디지털 시공 플랫폼을 개발해야 한다. 이는 단지 비용 절감의 차원이 아니라, 인명과 기업평판을 동시에 지키는 생존의 문제다. ‘더샵브랜드 역시 이제는 단순 주거 브랜드가 아니라 제로에너지·스마트시티·리빙테크플랫폼으로 재정의해야 한다.

<2>더샵 2.0 구상

 셋째로, 글로벌 건설시장 트렌드를 따라 ESG·탄소감축형 생태계를 구축해야 한다. 유럽과 중동의 대형 프로젝트들은 이미 탄소배출 추적이 가능한 건설사만 참여할 수 있도록 제도화하고 있다. 포스코이앤씨는 그룹 내 철강·소재 계열사와 협력하여 저탄소 철강+모듈러 건설+재생에너지 시공의 통합 ESG 솔루션을 완성할 수 있다. 이를 통해 단순히 공장을 짓는 회사가 아니라, ‘탄소중립 인프라를 설계하는 포스코의 팔로 진화할 수 있다.

 이러한 전환이 성공하려면 그룹 차원의 시너지가 필수적이다. 포스코이앤씨는 포스코퓨처엠, 포스코인터내셔널, 포스코홀딩스와의 연계를 통해 새로운 생태계를 만들어야 한다. 포스코퓨처엠이 글로벌 배터리 기업과 협업해 이차전지 공장을 짓는다면, 포스코이앤씨는 그 EPC 전 과정을 데이터 기반으로 표준화해 글로벌 플랜트 수출의 경쟁력을 높여야 한다. 포스코인터내셔널의 해외 에너지 사업에서도 기술 파트너로 참여해, 개발·시공·운영까지 이어지는 가치사슬을 함께 완성할 수 있다. 나아가 포스코홀딩스가 추진 중인 AI·빅데이터 기반 R&D 통합 플랫폼과 연결해, 설계-생산-시공 전 과정을 하나의 디지털 네트워크로 묶을 수 있다면 포스코이앤씨는 진정한 포스코형 테크빌더(Tech Builder)’로 도약하게 된다.

<3>글로벌 EPC+X 전략 비교

일본 미쓰비시·히타치

사업모델; 플랜트·인프라 중심, 기술상사형

경쟁력축; 엔지니어링, 프로젝트 파이낸스

X요소; 데이터·그린전환

목표; 기술상사형 종합기업

미국 벡텔(Bechtel)

사업모델; 에너지·국방·플랜트 글로벌 EPC

경쟁력축; 프로젝트 관리·AI시공

X요소; AI·디지털트윈

목표; 글로벌 프로젝트 메이커

한국 포스코이앤씨(지향점)

사업모델; 철강·소재·에너지 통합 엔지니어링

경쟁력축; 그룹 기술·소재 결합형 EPC+X

X요소; ESG·AI·스마트시티 연계

목표; ‘엔지니어링 두뇌 포스코

 

 이러한 큰 그림을 실행하기 위해서는 몇 가지 현실적인 조치가 병행되어야 한다.

 첫째, ‘더샵 2.0 프로젝트를 가동해야 한다. 브랜드의 외형적 이미지를 유지하되, 그 핵심 가치를 스마트·친환경·안전으로 재정립하는 것이다.

 둘째, ‘안전·AI 통합관제센터를 신설해 모든 현장의 작업 상황을 실시간으로 감시하고, 사고 예방 데이터를 AI가 분석하도록 해야 한다.

 셋째, 그룹 내 에너지·이차전지·인프라 프로젝트를 통합 관리하는 ‘EPC+X 태스크포스를 운영해, 포스코이앤씨를 그룹의 기술 거점으로 세워야 한다. 넷째, 조직문화를 근본적으로 리셋해야 한다. 현장 중심의 품질 우선, 수직적 보고보다 자율적 책임을 강조하는 문화로 바꿔야 한다.

 지금 포스코이앤씨가 직면한 위기는 뼈아프지만 동시에 희귀한 기회이기도 하다. 건설산업 전반이 전통 산업의 구조적 쇠퇴디지털·친환경 전환이라는 거대한 파고를 함께 맞고 있다. 이 격변기에서 업태 혁신에 성공하는 기업만이 살아남는다. 과거의 성공이 현재의 족쇄가 되지 않으려면, ‘시공 중심에서 엔지니어링 중심으로’, ‘국내 주택에서 글로벌 인프라로’, ‘안전 사고의 상징에서 안전 혁신의 상징으로바꾸는 과감한 결단이 필요하다.

 포스코이앤씨가 다시 일어설 수 있느냐의 문제는 단순히 한 기업의 재도약을 넘어 포스코그룹 전체의 진화와 직결되어 있다. 철강이 산업의 뼈대를 세웠다면, 엔지니어링은 그 위에 산업의 구조를 세운다. 그룹의 물리적 실행력, 만드는 힘을 책임지는 주체로서 이앤씨의 존재감이 다시 빛을 발해야 한다.

 포스코의 역사는 위기를 기회로 바꾸어온 역사다. 외환위기 속에서도 세계 일류 제철소로 거듭났고, 소재산업의 불모지에서 이차전지 소재로 새 길을 열었다. 이제 그 다음 페이지를 써야 할 차례는 포스코이앤씨다. 이 회사가 다시 혁신의 상징으로 서는 날, 포스코그룹은 비로소 철강에서 에너지, 그리고 도시와 인프라까지 아우르는 진정한 글로벌 종합산업 플랫폼으로 완성될 것이다.

 포스코이앤씨의 재탄생은 더샵의 부활이 아니라, ‘포스코 엔지니어링 DNA’의 부활이다. 위기의 현장에서 새로운 시대의 구조체를 설계하는 일, 그것이 포스코이앤씨가 지금 해야 할 진정한 리빌딩이다. 그리고 그것이야말로 한국 건설산업이 다시 세계의 중심으로 돌아가는 출발점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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