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스경제=전시현 기자 | 세계 최대 암호화폐 거래소 코인베이스가 자체 암호화폐 발행을 위한 본격적인 준비에 들어갔다. 지난달 토큰 발행 계획을 공식 발표한 코인베이스가 지난 11일 관련 전문가 채용에 나서면서 구체적인 실행 단계에 접어든 것으로 보인다.
14일 업계에 따르면 코인베이스는 최근 '토큰 및 거버넌스 연구 전문가(Token & Governance Research Specialist)' 채용 공고를 게시했다. 여기서 토큰(Token)은 디지털 화폐나 각종 권리를 나타내는 전자적 증표를 뜻한다. 채용 공고에 명시된 주요 업무는 베이스 토큰의 목적 정의, 단계별 거버넌스 로드맵 수립, '베이스 헌장' 초안 작성, 온체인 투표 및 입법 시스템 설계 등 토큰 발행의 핵심 업무들이다.
이 직책은 기술팀, 법무팀, 커뮤니티팀과 협업해 탈중앙화를 실현하는 역할을 맡는 것으로 명시돼 있어 단순한 검토 수준을 넘어선 실질적 준비 작업임을 시사한다. 코인베이스는 채용 공고에서 이를 "베이스와 온체인 프로토콜의 미래를 만들어갈 일생일대의 기회"라고 표현했다.
앞서 지난달 15일 브라이언 암스트롱 코인베이스 최고경영자는 '베이스캠프 2025 행사'에서 "베이스 네트워크 토큰 발행을 검토 중"이라고 공식 발표했다. 당시 그는 "탈중앙화 가속화와 크리에이터, 개발자 성장 확대를 위한 훌륭한 도구가 될 수 있다"면서도 "구체적인 계획은 없다"고 선을 그었다. 하지만 한 달 만에 전문 인력 채용에 나서면서 실행 의지를 명확히 드러냈다.
사실 코인베이스의 이런 움직임은 뒤늦은 감이 있다. 이미 주요 거래소들은 자체 가상자산을 운영하며 큰 성과를 거두고 있기 때문이다. 코인마켓캡 자료에 따르면 세계 1위 거래소 바이낸스의 'BNB'는 현재 시가총액이 220조원에 달한다. 중국계 거래소 OKX의 'OKB'도 27조원 규모다. 이들 거래소 전용 암호화폐는 거래 수수료를 할인해주거나 새로운 코인 투자 기회를 제공하는 등 다양한 혜택을 준다.
코인베이스가 발행할 예정인 가상자산는 '베이스'라는 이름의 블록체인 네트워크에서 사용될 예정이다. 베이스는 코인베이스가 작년에 만든 차세대 블록체인으로, 기존 이더리움보다 빠르고 저렴한 거래를 가능하게 한다. 토큰터미널 데이터에 따르면 현재 이 네트워크를 매달 2000만명 이상이 사용하고 있어 가상자산 발행의 기반이 충분히 마련된 상황이다.
제시 폴락 베이스 책임자는 최근 포천지 팟캐스트에서 "가상자산 발행을 통해 더 많은 개발자와 투자자들의 관심을 끌 수 있을 것"이라면서도 "서두르지 않고 신중하게 접근하겠다"고 말했다. 이는 코인베이스가 처음 베이스를 출시할 때 "별도 가상자산는 만들지 않겠다"고 했던 입장에서 180도 바뀐 것이다.
전문가들은 베이스 가상자산의 시장 가치를 최대 70조원으로 전망하고 있다. 가상자산 미디어업체인 언체인드와의 인터뷰에서 코인베이스 벤처스 출신 라이언 예는 "초기 27조원에서 시작해 54조~70조원까지 성장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그는 "발행될 가상자산의 20~40%는 코인베이스가 보유하고, 20% 정도는 커뮤니티 운영 자금으로 쓰이며, 나머지는 사용자들에게 무료로 나눠줄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이번 코인베이스의 결정이 특별한 이유는 상장회사 최초 가상자산 발행 사례이기 때문이다. 가상자산 분석업체 메사리의 분석가는 "일반적인 가상자산 발행과는 다르게 주주 이익을 최우선으로 고려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즉, 단순히 가상자산 가격만 올리는 게 아니라 코인베이스 주식 가치까지 함께 끌어올리겠다는 전략이다.
다만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폴락 책임자는 포천 인터뷰에서 "가상자산 발행이 수익을 가져다주는 동시에 생태계에 해를 끼칠 수도 있다"며 신중론을 보였다. 실제로 과거 여러 프로젝트에서 무분별한 암호화폐 발행으로 투자자 피해가 발생한 사례가 있어서다.
그럼에도 업계에서는 코인베이스의 이번 시도가 성공할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이미 베이스 네트워크가 안정적으로 운영되고 있기 때문이다.
국내 가상자산 거래소 관계자는 "현재 진행 상황을 보면 코인베이스의 토큰 발행에 대해 전문 인력 채용부터 시스템 설계, 법적 검토까지 동시에 진행되고 있어 올해 말이나 내년 초 공식 발표가 나올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어 "코인베이스의 이번 도전이 성공한다면 국내 거래소들도 비슷한 시도를 할 수 있을 것"이라고 귀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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