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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호택 계명대 경영학과 교수(한국유통학회 부회장·사진)는 최근 이데일리와의 인터뷰에서 “요즘 한국을 찾는 외국인 관광객들은 과거처럼 단순히 제품을 저렴하게 구매하는데 초점을 맞추기 보다는 ‘경험’을 우선시하는 소비 형태를 보여주고 있다. 국내 면세산업 역시 비용 구조와 콘텐츠 측면에서 변화가 필요하다”며 이같이 말했다.
최근 국내 면세산업은 붕괴 위기에 몰렸다. 올 2분기만 해도 국내 면세업체 4사(롯데·신라·신세계·현대백화점) 중 롯데면세점을 제외한 3사가 모두 적자를 이어갔다. 지난해 연간으로는 4사 모두 적자였다.
국내 면세 매출은 중국인들이 이끈다. 전체 매출의 70%나 된다. 과거 중국 보따리상과 단체관광객들로 면세점은 호황을 누렸지만, 이젠 상황이 바뀌었다. 실제 지난달 말 중국 단체관광객 무비자 제도가 시행됐음에도 면세업계의 분위기는 신통찮다. 단체에서 개별 중심으로 관광 트렌드가 바뀌고, 경험을 중시하는 MZ세대 중심으로 소비층이 변화하자 면세점보다 올리브영이나 무신사 같은 신흥 유통채널을 찾는 발길이 늘고 있어서다.
이 교수는 현재의 ‘높은 비용 구조’가 면세업계의 손발을 묶고 있다고 언급했다. 한국산업연구원에 따르면 올해 면세점 임대료 총액은 6445억원으로 2022년대비 359% 늘었다.
그는 “공항면세점의 경우 최고가 입찰식이다 보니, 초반 비용 자체가 매우 많이 들어간다”며 “때문에 트렌드가 개별관광객으로 바뀌어도 과감하게 변화를 이끌지 못하는 부분이 있다”고 지적했다. 수지타산을 맞춰야 하는 만큼 품목 교체 등 변화에 한계가 있다는 설명이다. 그는 이어 “면세가 살아야 공항도 사는데, 현재 구조는 너무 과도하다”며 “비용 구조를 현실화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이 교수는 비용 현실화를 전제로 공항 면세점과 도심형 면세점의 방향성도 재설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최근 중국 등 외국인 관광객들은 K문화를 경험하는 것을 좋아하는 만큼 도심형 면세점을 일종의 ‘플래그십 스토어’로 만들고 공항 면세점은 ‘가져가는’(픽업) 역할로 분류해야 한다”며 “이처럼 기능을 분류하면 양 채널이 서로 보완하게 될 것”이라고 했다. 이어 “콘텐츠 측면에선 최근 관광객들이 자주 가는 ‘올다무’(올리브영·다이소·무신사)와도 협업해 면세점 일부에 매장내 매장(샵인샵) 개념으로 비치하는 식의 변화도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이 과정에서 정부의 유연한 정책 배려가 필요하다는 게 이 교수의 판단이다. 이 교수는 “현재 면세점에서 판매 가능한 품목 및 수량은 관세청의 허가를 받고 있는데, 올다무가 면세점에 들어오더라도 절반 이상은 승인을 받아야 할 것”이라며 “품목 허가 등 정부 정책도 일부 관대해질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이 교수는 면세산업이 현 상태에서 변화하지 못한다면, 결국 도태될 수밖에 없다고 경고했다. 그는 “과거 면세점은 조금 저렴하게 상품을 구매할 수 있다는 이점이 있었지만, 이제는 고객 자체가 다른 것을 소구하고 있다. 면세점도 이젠 빠르게 콘텐츠를 바꿔야 한다”며 “(비싼 임대료 문제 등으로) 트렌드를 따라가지 못한다면 우리 면세산업은 결국 도태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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