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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택은 13일(한국시간) 미국 인디애나주 프렌치릭의 프렌치릭 리조트(파72)에서 끝난 PGA 콘페리투어 최종전 투어 챔피언십(총상금 150만달러)에서 공동 24위(2언더파 286타)를 기록해, 최종 포인트 랭킹 13위로 내년 PGA 투어 루키 자격을 얻었다. 콘페리투어는 포인트 랭킹 상위 20명에게 다음 시즌 PGA 투어 카드를 준다.
최종전을 마친 뒤 이승택은 이데일리에 “미국에 처음 와서 악명 높은 콘페리투어 풀 시즌을 치러 최고의 한해를 보냈다. 모두가 불가능하다고 했지만 계속 두드렸고 결국 해냈다”며 기뻐했다.
이승택은 대회 종료 후 열린 PGA 투어 카드 전달식에서 태극기를 몸에 두르고 활짝 웃으며 브라이언 롤랩 PGA 투어 최고 경영자(CEO)에게 투어 카드도 받았다.
이승택은 그야말로 ‘늦게 핀 꽃’이다. 지난해까지 KPGA 투어에서 10년간 뛴 그는 작년 9월 렉서스 마스터즈에서야 늦깎이 첫 우승을 차지했을 정도로 성과가 더뎠다. 하지만 이 우승을 바탕으로 9월 제네시스 포인트 5위에 올라 상위 2~5위에게 주는 PGA 투어 퀄리파잉(Q) 스쿨 2차전 직행 자격을 획득했다. 당시 공동 14위의 성적을 내 상위 15위까지 주어지는 Q스쿨 최종전 진출 자격을 따낸 이승택은 최종전에서도 공동 14위를 기록해, 상위 40명에게 지급되는 콘페리투어 출전권을 획득했다.
그는 “작년 첫 우승이 콘페리투어를 넘어 PGA 투어까지 진출하게 된 원동력이 됐다. 오랫동안 우승이 없었지만 그 시간이 제 골프를 단단하게 만들어줬다”며 “콘페리투어에서는 샷 정확성이 가장 중요했다. 정확한 거리를 치고 버디 기회를 만드는 아이언 샷 정확도에 집중했더니 콘페리투어에서도 좋은 결과가 나왔다”고 돌아봤다.
이승택은 어린 시절부터 자신의 꿈이었던 PGA 투어 입성을 위해 처음 미국행 비행기를 탔을 때 감정을 잊지 못한다고 한다. 그는 “골프를 시작한 이상 미국 무대에 꼭 가보고 싶었다. 처음 미국에 왔을 때 제 꿈을 향해 온 것 같았다. 늦은 제 나이는 생각도 나지 않을 정도로 매일매일이 꿈 같았다”고 했다.
직접 경험한 콘페리투어는 당연히 힘들다. 매주 대회가 있는데 미국 전역은 물론 시즌 초반에는 바하마, 파나마, 콜롬비아, 아르헨티나, 칠레, 멕시코 등 남미 지역까지 종단해야 한다. 매주 5~7시간 비행기를 타고 다음 대회장으로 이동하고 짐을 싸고 풀고 다시 싸는 생활의 반복이다.
그보다 더 힘들었던 건 컨디션 관리다. 이승택은 “다른 선수들은 콘페리투어 코스를 몇 년간 쳐와서 잘 알지만 전 다 처음 간 코스여서, 대회장에 도착해 바로 코스 답사를 해야 했다. 이런 부분이 힘들지만 그래도 컨디션 관리의 중요성을 배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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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코스 컨디션과 선수 대우는 세계에서 가장 좋다고 했다. 이승택은 “코스 어디서든 연습할 수 있을 뿐더러, 골프 대회에 나왔다고 하면 온 동네 사람들이 ‘필요한 게 없냐’고 물어볼 정도로 많은 관심을 가져줬다. 이런 대우는 처음 받아봐서 행복했다”고 설명했다.
무엇보다 KPGA 투어에서 활동하는 후배들의 새로운 롤모델이 됐다는 점도 고무적이다. KPGA 투어에서 시행하는 제네시스 포인트 제도를 통해 미국 무대에 진출했고, 특히 고생길이 훤해 선수들이 꺼렸던 콘페리투어에서 1년 동안 부딪히면서 PGA 투어 출전권을 따냈기 때문에 훌륭한 교보재가 됐다는 것이다.
이승택은 “콘페리투어가 힘든 투어인 것은 정말 맞다. 경쟁이 무척이나 심하고 ‘잘 치는 선수가 이렇게나 많아?’ 할 정도로 ‘괴물 천지’다. 외롭고 괴로운 감정을 느낄 때면 한국이 그리워진다. 하지만 저는 골프만 생각했다. 매일 좋아진다는 생각에 한 번 더 경쟁하고, 잘 치는 선수들과 라운드 해보고 싶었다”며 “다행히 한국 사람을 좋아해줘서 같이 연습하고 배우는 데 어렵지 않았다. 정말 운이 좋았다”고 겸손하게 말했다.
이승택은 메인 후원사인 경희에도 고마운 마음을 전했다. 콘페리투어에서 이승택은 올해 상금으로만 39만 1885달러(약 5억 6000만원)를 벌었다. 하지만 세금과 1년에 2억원 넘게 들어가는 경비를 제외하면 이승택이 손에 쥔 돈은 크지 않다. 이승택은 “경비가 어마어마하게 들었지만 결과가 좋아서 대성공”이라며 함박 웃음을 지은 뒤 “메인 스폰서 경희의 조준만 대표님께서 훈련에 필요한 게 있을 때 항상 도와주고 후원해주셔서, 금전적인 부분은 걱정하지 않고 경기에만 집중했다”고 설명했다.
이승택은 콘페리투어 최종전을 마친 뒤 곧바로 한국행 비행기에 올랐다. 오는 16일 열리는 KPGA 투어 더 채리티 클래식에 출전하기 위해서다. 또 이승택은 30일 시작되는 렉서스 마스터즈 디펜딩 챔피언으로도 국내 팬들을 만난다.
이제 이승택은 PGA 투어에서 활약할 날만을 기다리고 있다. PGA 투어 루키로서 첫 대회는 내년 1월 열리는 소니오픈이다. 30세의 나이에 많은 사람이 반대하는 ‘늦깎이 도전’에 나섰고 이를 성공한 이승택이 골프계에 시사하는 바는 크다. 마지막으로 이승택에게 ‘도전 정신’에 대해 물었다. 그러자 그는 “제 꿈을 쫓는 일”이라고 답했다. 이승택은 “꿈에 도달하는 과정이 행복하다. PGA 투어에서 더 성장해서 우승하는 선수가 되도록 더더욱 노력하겠다”고 힘줘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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