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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태인은 13일 대구삼성라이온즈파크에서 열린 SSG 랜더스와의 준플레이오프 3차전에서 6⅔이닝 동안 105개 공을 던지며 5피안타 1볼넷 1사구 5탈삼진 1실점으로 역투했다. 원태인의 역투를 등에 업은 삼성은 5-3으로 이기고 시리즈 전적 2승 1패로 앞서 나갔다.
이날 경기는 1회말 삼성 공격 도중 갑작스러운 폭우로 37분간 중단됐다. 이미 1회초에 공을 던진 원태인으로선 어깨가 식고 투구 리듬이 깨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정규시즌이라면 선수 보호 차원에서 투수를 교체하는게 일반적이다. 하지만 경기의 중요도가 워낙 큰데다 이미 불펜을 많이 소모한 상황에서 원태인이 계속 마운드를 지킬 수밖에 없었다.
원태인은 실내 훈련장에서 몸을 풀면서 경기가 재개되기를 기다렸다. 빗줄기가 가늘어지자 외야에서 캐치볼을 하면서 다시 어깨를 달궜다. 그런 어려움 속에서도 전혀 흔들리지 않았고 7회까지 마운드를 지키며 승리를 견인했다. 이날 데일리 MVP 역시 당연히 그의 몫이었다.
사실 원태인은 포스트시즌 가을비와 악연이 있다. 지난해 KIA타이거즈와 한국시리즈 1차전에서 5이닝 무실점으로 호투하다가 우천으로 서스펜디드 게임이 선언되는 바람에 투구를 이어가지 못했다. 결국 삼성은 이튿날 재개된 경기에서 역전패하면서 끝내 우승 트로피를 놓쳤다.
지난 7일 NC다이노스와의 와일드카드 결정전 2차전 경기가 비슷했다. 우천으로 경기 시작이 45분간 미뤄지면서 컨디션 조절에 난항을 겪었다. 하지만 이때는 6이닝 무실점 호투로 팀의 3-0 승리를 이끌었다. 지난해 한국시리즈에서 얻은 쓰디쓴 경험이 올시즌 가을야구에서 빛을 발하고 있다.
원태인도 “지난해 한국시리즈 1차전의 아픔이 큰 경험이 됐다”겨 “그 경험으로 버틸 수 있었다”고 인정했다. 그는 “지난 경기는 경기 전 지연이었고, 오늘은 경기 시작 후 중단이었다”며 “오늘이 더 힘들었고 하늘이 원망스러웠지만 잘 버텼다”고 말했다.
박진만 삼성 감독은 원태인에 대한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그는 “원태인이 오늘도 우리 팀을 살렸다”며 “투구 수가 많은 데도 7회에 마운드에 올라가겠다는 헌신, 희생정신을 보였다”고 감탄했다.
원래 6회까지만 던지고 투구를 마칠 계획이었지만 자진해서 7회에 등판한 원태인은 남은 준PO 경기에서 불펜으로 나서겠다는 의지를 숨기지 않았다. 그는 “어떤 역할이든 맡겨만 주신다면 언제든 나갈 것”이라며 “참 낭만적이지 않나”라고 말한 뒤 환하게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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