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특집] LG생활건강 주가폭락 원인과 전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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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특집] LG생활건강 주가폭락 원인과 전망

CEONEWS 2025-10-13 19:10:42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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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EONEWS=배준철 기자] 한때 '황제주'로 불리며 시장의 독보적인 아성을 쌓았던 LG생활건강(051900)이 처참하게 추락하고 있다. 2025년 하반기까지 이어진 주가 폭락의 원인은 단순한 경기 침체가 아닌, 수년간 누적되어 온 구조적 패착의 결과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특히, 회사의 핵심 성장 동력이었던 화장품(Beauty) 사업 부문이 사실상 붕괴 수준의 충격을 기록하면서, 과거의 성공 방정식이 어떻게 현재의 치명적인 독이 되었는지를 냉철하게 해부해야 할 시점이다.

■데이터가 증명하는 'Beauty' 제국의 붕괴

LG생활건강의 추락은 숫자로 명확히 증명된다. 가장 충격적인 데이터는 2025년 2분기 실적이다. 이 분기, 화장품사업부문은 매출 6,046억 원, 영업손실 163억 원을 기록하며 적자 전환하는 참담한 결과를 내놓았다. 이는 전년 동기 대비 매출이 19.4%나 급감한 수치이며, 한때 '캐시카우'를 넘어 '황금알을 낳는 거위'였던 핵심 사업이 20년 만에 분기 적자로 돌아섰다는 것은 구조적 위기가 극에 달했음을 의미한다.

■실적 쇼크의 민낯 (2024년~2025년 상반기)

2024년 3분기: 전사 영업이익 1,061억 원 (시장 기대치 크게 하회)
2025년 2분기: 화장품 사업 영업손실 163억 원 (적자 전환)
주가 흐름: 고점 대비 1/4 토막 수준으로 추락하며, 럭셔리 소비재 기업으로서 누려왔던 프리미엄 밸류에이션이 붕괴

이 모든 재앙의 근원은 중국 시장과 면세 채널에 대한 과도한 의존에서 비롯되었다. 경쟁사들이 발 빠르게 '탈(脫) 중국' 전략을 실행하며 북미·유럽 시장으로 피벗하는 동안, LG생활건강은 '후(The History of Whoo)'라는 과거의 영광에 발목이 잡혀 움직이지 못했다.

한 증권사 애널리스트는 "LG생건은 마치 한 우물만 판 농부가 그 우물이 말라버린 후에야 다른 수원을 찾는 격"이라며 "뒤늦은 다각화 전략이 얼마나 효과를 낼지는 미지수"라고 지적했다.

■중국 '황금알' 신화의 배신, 따이공 버블의 덫

LG생활건강의 고속 성장은 중국의 단체 관광객과 이들을 대상으로 한 '따이공(代工, 대리구매)' 중심의 면세 채널에서 나왔다. 특히 럭셔리 한방 브랜드 '후'는 이 채널에서 폭발적인 매출을 기록하며 회사를 명실상부한 K-뷰티의 왕좌에 올려놓았다. 그러나 이 성공은 단 하나의 유통 채널과 단 하나의 브랜드에 기댄 모래 위의 성이었다.

■따이공 쇼크와 '궈차오'의 핵폭풍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중국 정부의 따이공 규제 강화와 함께 중국 내 소비 트렌드가 근본적으로 변화했다.

▲'따이공' 버블 붕괴

면세점 채널의 비정상적인 유통망이 막히면서, '후'의 국내 면세 매출은 급감했다. 이는 수익성이 가장 높았던 부분이 하루아침에 증발했음을 의미한다. 면세점 매출이 전체 화장품 매출의 30% 이상을 차지했던 시절, LG생건은 이를 지속 가능한 성장 동력으로 착각했다.

▲중국 '궈차오(國潮, 애국 소비)'의 대두

중국 현지 소비자들은 자국 브랜드(C-Beauty)에 대한 선호도를 높이고 있으며, 더 이상 K-뷰티 럭셔리 브랜드에 대한 무조건적인 충성도를 보이지 않고 있다. 화신리화(花西子), 페펙트다이어리(完美日記) 같은 중국 로컬 브랜드들은 디지털 네이티브 세대를 겨냥한 공격적인 마케팅과 합리적 가격으로 시장을 빠르게 잠식했다.

▲브랜드 노후화의 함정

경쟁사인 아모레퍼시픽이 '설화수'의 브랜드 리뉴얼과 '코스알엑스(COSRX)' M&A를 통해 북미 시장에서 폭발적인 성공을 거두며 지역 다변화(중국 매출 비중 54% → 23% 이하로 축소)에 성공한 것과 극명하게 대비된다.

LG생활건강은 '후'의 뒤를 이을 '영 제너레이션(MZ·알파 세대) 공략 브랜드'의 발굴이 늦었다는 치명적인 약점을 노출했다. 업계 관계자는 "아모레가 '코스알엑스'로 미국 10대들의 마음을 사로잡는 동안, LG생건은 여전히 40-50대 중국 관광객만 바라보고 있었다"고 꼬집었다.

결국, LG생활건강의 주가 폭락은 '슈퍼사이클' 종료 후 본원적 경쟁력 약화를 만회할 '미래 엔진'을 준비하지 못한 대가다.

■이정애 리더십의 '독배'인가 '희망'인가?

 

위기 극복을 위해 이정애 대표 체제는 '글로벌 사업 리밸런싱(재구조화)'과 '북미 시장 최우선 공략'을 핵심 전략으로 내세웠다. 특히, M&A(인수합병)를 필두로 한 비유기적 성장에 강한 의지를 보이고 있다.

▲북미 전쟁

M&A 시너지는 '제로'인가? LG생활건강은 일본의 긴자 스테파니, 미국의 뉴에이본, 더크렘샵 등 다수의 M&A를 진행해왔다. 그러나 현재까지 북미 시장에서의 M&A 성적표는 암울하다.

▲'에이본(Avon)' 악몽

2024년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미국 자회사 '에이본'은 자본총계 마이너스(-) 1,493억 원을 기록하며 완전 자본잠식 상태에 빠져있다. 매출의 80%가 사양산업인 방문판매에 의존하는 구조를 개선하지 못하고 있다. 한 투자자는 "에이본 인수는 과거의 브랜드 파워만 보고 미래의 성장성을 간과한 전형적인 실패 사례"라고 평가했다. 

▲'더크렘샵' 분쟁

인수 과정에서의 법적 분쟁 리스크까지 노출되었으나, 2025년 5월 분쟁에서 승소하며 지분 100%를 확보, 북미 사업 확장의 동력을 다시 마련한 것은 긍정적 신호다.

▲새로운 희망

럭셔리 외 '빌리프', 'CNP', '더페이스샵' 등 젊은 브랜드를 중심으로 아마존, 세포라 등 북미 주요 온라인 및 리테일 채널에서 유의미한 성과(예를 들어 CNP 립세린의 아마존 립버터 카테고리 1위 장기 달성)가 나오고 있다. 이는 새로운 성장 모델의 씨앗이 될 수 있다. 핵심은 M&A를 통해 외형을 키우는 것을 넘어, '에이본' 사례처럼 인수 후 통합(PMI) 실패로 인한 비용 덩어리를 양산하지 않고 실질적인 시너지를 창출하는 데 달려있다. 경쟁사 아모레퍼시픽이 '코스알엑스' 인수 후 매출을 폭증시키며 북미 시장에서 확실한 깃발을 꽂은 것과 비교할 때, LG생활건강의 북미 M&A 전략은 아직 '계륵(鷄肋)' 수준에 머물러 있다는 냉정한 평가를 피할 수 없다.

■ '황제주'의 부활, 구조적 혁신만이 답이다

LG생활건강 주가 폭락의 원인이 명확하듯, 향후 전망 역시 화장품 사업의 '탈(脫) 중국-탈(脫) 후' 구조조정 성공 여부에 100% 달려있다. 증권가에서는 긍정적인 신호로 2025년 하반기부터 화장품 사업의 실적 회복이 가시화될 가능성을 제시하고 있다. 이는 중국 사업이 정상적인 유통 시스템(비따이공 채널)을 중심으로 회복하고, 북미 지역의 신규 브랜드 매출이 본격화될 것이라는 기대감 때문이다. 하나증권 등 일부 리포트에서는 2025년 3분기 중국 매출이 7% 상승하며 흑자 전환을 기대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는 어디까지나 '기대치'일 뿐이다. CEONEWS의 독창적 분석에 따르면, LG생활건강이 다시 시장의 '황제주' 칭호를 되찾기 위해서는 다음 세 가지 구조적 혁신을 완벽하게 완수해야 한다.

첫째, '올드 럭셔리'의 해체와 재건이다. '후'의 브랜드 포트폴리오를 대대적으로 재편하고, 중국 현지 럭셔리 소비자들의 변화된 니즈(KOL, 라이브 커머스 기반)에 맞춘 '초(超) 디지털' 럭셔리 전략을 즉시 가동해야 한다. 단순히 브랜드를 유지하는 것이 아니라, 디지털 네이티브 세대에게 어필할 수 있는 완전히 새로운 커뮤니케이션 방식을 구축해야 한다.

둘째, '선택과 집중' M&A의 성공 방정식이다. 더 이상 규모의 확대가 아닌, MZ·알파 세대 타겟의 고성장 브랜드에 집중 투자하고, 만성 적자 M&A 자회사(예: 에이본)에 대한 과감한 매각 또는 사업 효율화를 단행해야 한다. '힌스' 같은 신흥 브랜드 인수나 협력을 통해 젊은 세대와의 접점을 확대하는 것이 생존 전략이다.

셋째, HDB·음료의 재평가다. 뷰티 부문의 부진을 상쇄하고 있는 생활용품(HDB) 및 음료(Refreshment) 사업의 '안정적 방어력'이 주가 하방 경직성을 유지할 수는 있으나, LG생건을 성장주로 되돌릴 수는 없다. 이들 사업의 수익성 극대화와 함께 화장품 사업의 '성장 모멘텀'을 동시에 보여주지 못한다면, 시장은 이 회사를 성장이 멈춘 '가치주'로 재평가하게 될 것이다.

■독배를 마시고 환골탈태할 것인가

LG생활건강의 주가 폭락은 과거의 달콤한 성공이 빚어낸 '성장의 함정'이다. 한때 '후'는 K-뷰티 럭셔리의 상징이었지만, 지금은 회사 전체를 짓누르는 족쇄가 되었다. 중국 의존도, 면세 채널 편중, 브랜드 노후화라는 삼중고는 단순히 외부 환경의 변화만으로 설명될 수 없다. 이는 경영진의 전략적 판단 실패와 미래 대비 부족이 만들어낸 인재(人災)다.

2025년 하반기는 단순한 실적 반등을 넘어, 회사의 미래 생존을 가르는 '최후의 변곡점'이 될 것이다. 시장은 더 이상 'K-뷰티 황제'라는 타이틀에 속지 않는다. 이제 파괴적인 혁신만이 주가를 다시 하늘로 쏘아 올릴 유일한 길이다.

독배를 마시고 환골탈태할 것인가, 아니면 과거의 신화 속에 영원히 갇힐 것인가. 투자자들의 피말리는 관찰이 필요한 시점이다. LG생활건강의 선택이 한국 뷰티 산업 전체의 미래를 가늠하는 시금석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과거의 성공이 미래의 독이 되지 않으려면, 끊임없이 자신을 파괴하고 재창조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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