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시론] 송도유원지 되살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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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시론] 송도유원지 되살리기

경기일보 2025-10-13 19:04:19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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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석 명절로 지방을 오가던 길에 철 지난 바다 몇 곳을 들렀다. 넓게 펼쳐진 백사장, 끝없이 밀려와 부서지는 파도가 머릿속까지 시원하게 해줬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내 고향 인천의 현실이 떠올라 아쉽고 안타까웠다.

 

8월 우리 재단은 송도달빛공원에서 7일 일정으로 ‘송도해변축제’를 열었다. 길이 30m, 너비 15m의 물놀이장과 비슷한 넓이의 모래밭, 캠핑장과 먹거리 구역을 만들어 놓고 여러 공연도 했다. 숨이 턱턱 막히는 뜨거운 날씨에도 이런저런 사정으로 도시를 떠나지 못한 시민 7만여명이 피서를 위해 찾아왔다. 거기서 좁은 물놀이장과 모래밭이나마 즐거워하는 아이들과 그 아이들로 인해 흐뭇해하는 부모들을 마주하면서, 여기저기 어렵게 공간을 찾아 텐트를 치고 도란도란 얘기를 나누는 가족과 연인들을 보면서 내내 생각난 것이 송도유원지였다.

 

많게는 한번에 2만여명까지 들어갈 수 있었던 송도유원지는 수문(水門)을 여닫는 방식으로 바닷물을 조절하는 넓은 해수욕장과 그를 빙 둘러싼 긴 모래밭, 여러 놀이기구와 보트장까지 갖춘, 그야말로 인천을 대표하는 랜드마크였다. 유원지의 뒷문 쪽 갯벌에 바닷물이 빠지면 드러나는 길을 따라 건너편 아암도를 걸어서 오가던 낭만은 또 어땠는가. 그랬기에 여름이면 수많은 사람들로 북적였고 계절이 바뀌어도 해변의 정취를 찾아 이곳에 오는 사람이 적지 않았다. 시(市)의 끝자락에 자리한 송도유원지는 대중교통을 이용해 쉽게 오갈 수 있었기에 인천을 넘어 전국적인 명소가 될 수 있었다.

 

그랬던 송도유원지가 2011년 문을 닫고 14년이 지났다. 인천시가 만든 특수목적회사(SPC)가 운영해 왔지만 세월이 흐르며 전국 각지에 새로 생긴 관광지들과의 경쟁에 밀리다 결국 문을 닫았다고 한다. 그 이유가 무엇이든 이로써 인천은 바다가 있지만 섬에 가지 않으면 바닷물 수영이나 백사장 산책을 할 곳은 전혀 없는 ‘특이한’ 도시가 되고 말았다. 그리고 인천시민들은 지난 ‘송도해변축제’에서처럼 임시로 만든 작은 수영장과 모래밭마저 아쉬워 찾아와야 하는 신세가 됐다. 해운대처럼 도시의 바닷가에 넓고 멋진 백사장을 갖춘 해수욕장이 여럿 있어 사시사철 사람들을 끌어들이는 부산과 얼마나 다른가.

 

그나마 인천에서 유일하게 그런 역할을 했던 송도유원지가 사라진 자리에는 지금, 북적이던 사람들 대신 팔려 갈 날을 기다리는 중고차들이 가득 차 있다. 숱한 추억을 남겨준 아암도는 그대로 있지만 대형 트럭이 휭휭 달리는 해안도로가 가로막아 오갈 수 없다. 바다를 즐길 곳이 없는 해안도시, 갯벌이든 어디든 공간만 생기면 아파트부터 빽빽하게 채우는 도시가 과연 갈수록 ‘문화가 경쟁력이 되는 시대’를 잘 헤쳐 나갈 수 있을까.

 

그런데 얼마 전 언론을 통해 이곳 송도유원지 땅에 관한 인천시의 개발 계획이 보도됐다. 복합문화시설을 갖춘 호수공원과 중·저밀도 주거단지를 만들겠다는 내용이다. 이 계획이 어떻게 진행될지는 지켜봐야 알 것이다. 하지만 보도된 내용으로 보면 역시 옛 송도유원지의 풍취(風趣)나 기능을 대신하기는 영 어려울 것 같다. 송도유원지를 다시 살릴 길은 정녕 없는 것인가. 인천은 고작 이렇게 흘러가는 도시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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