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풋볼리스트] 김정용 기자= 파라과이에는 큰 경기일수록 강해지는 ‘빅매치 헌터’ 디에고 고메스가 있다. 한국전이 고메스 입장에서 빅매치는 아니겠지만 그만큼 한방이 있다는 뜻이기 때문에 조심해야 한다. 과거의 스타 선수들에 더해 유망주 고메스가 합류하면서 파라과이 공격은 한층 강해졌다.
한국은 14일 오후 8시 서울 월드컵경기장에서 파라과이와 국가대표 친선경기를 갖는다. 두 팀은 앞선 10일에도 각각 친선경기를 치렀는데 희비가 엇갈렸다. 한국은 홈에서 브라질에 0-5 대패를 당했다. 파라과이는 일본 원정에서 두 차례 리드를 잡았지만 승리를 놓치고 2-2 무승부를 거뒀다. 그래도 동아시아 시차에 적응했고 최근 흐름이 더 좋다는 점에서 파라과이는 한층 어려운 상대가 됐다.
파라과이에서 주목해야 할 선수로 고메스가 꼽힌다. 고메스는 자국 클루브리베르타드, 미국의 인터마이애미를 거쳐 올해 1월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PL)의 브라이턴앤드호브앨비언으로 합류했다.
지난 시즌 PL 최종전에서 토트넘홋스퍼 상대로 리그 데뷔골과 첫 도움을 모두 기록하면서 강한 인상을 남겼다. 반 시즌 동안 공격 포인트가 없어 압박감에 시달렸는지, 환상적인 중거리 슛을 토트넘 상대로 꽂아 넣은 뒤 울먹이는 모습도 보였다. 이날 손흥민이 뛰진 않았지만 마지막 PL 경기였는데 그날의 주인공 타이틀을 고메스가 가져갔다.
고메스는 공격 포인트가 많지 않지만 큰 경기일수록 더 강해지는 선수다. 일단 파라과이의 2026 국제축구연맹(FIFA) 북중미 월드컵 본선 진출에 일조했는데, 공격 포인트가 1골 2도움에 불과하지만 그 3개가 모두 중요한 경기에서 나왔다. 브라질을 1-0으로 꺾은 선제결승골, 아르헨티나에 2-1 역전승을 거두게 한 프리킥 어시스트, 강호 콜롬비아와 2-2 무승부를 이끌어 낸 어시스트였다.
이번 시즌 PL에서 공격 포인트는 없지만, 중요한 경기일수록 더 활약하는 본능은 그대로였다. 고메스가 경기 절반 이상 소화한 4경기에서 브라이턴은 2승 2무를 거뒀는데 승리한 상대팀이 맨체스터시티와 첼시였다. 고메스가 조금만 뛰었거나 아예 결장한 3경기 성적은 1무 2패에 그쳤으니, 이 정도면 ‘고메스 효과’가 존재한다고 봐도 무방하다.
PL 골이 없다고 해서 최근 득점감각이 무딘 것도 아니다. 하부리그팀을 상대한 리그컵 두 경기에서 5골을 몰아치면서 시즌 공식전 득점만 치면 8경기 5골에 달한다.
이런 흐름이 10일 일본전에서 이어졌다. 고메스는 크로스를 헤딩으로 마무리하며 일본 골문 상대로 골을 터뜨렸다. A매치 2호골이었다. 준수한 체격과 뛰어난 오른발 킥이라는 고메스의 두 강점 중 제공권이 발휘된 경기였다.
고메스는 파라과이 축구 스타일 그 자체다. 파라과이 특유의 끈끈한 경기 운영과 한 방 득점을 몸소 보여주는 선수다. 팀 플레이 능력을 중시하는 브라이턴에서 고메스가 도움 하나 기록하지 못함에도 불구하고 강팀 상대로 중앙 공격형 미드필더를 맡기는 이유다.
일본전에서 득점 직후인 후반 24분 교체돼 체력 소모가 그리 심하지 않다. 한국전에 나온다면 나쁘지 않은 체력 상태로 경기에 임할 수 있다. 한국 미드필더들을 강하게 압박하면서 괴롭히다가 틈만 나면 골을 노릴 선수다. 파라과이의 기존 간판 스타인 공격형 미드필더 미겔 알미론, 스트라이커 안토니오 사나브리아 사이에서 연결고리 역할도 수행할 것으로 보인다.
월드컵 본선에서는 아직 세계적인 스타가 아니지만 전도유망한 선수를 만나기 쉽다. 고메스 같은 선수를 겪어보는 건 한국에 좋은 경험이 될 수 있다.
사진= 게티이미지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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