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교통은 세계 1위, 결제는 꼴찌?…티머니 인기의 명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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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교통은 세계 1위, 결제는 꼴찌?…티머니 인기의 명암

르데스크 2025-10-13 18:17:01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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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한국을 여행하는 외국인 관광객들 사이에서 티머니(T-money) 교통카드가 '여행 필수템'으로 떠올랐다. 한국에 도착해 가장 먼저 구입해야 할 물품으로 꼽히며 단순한 교통카드를 넘어 한국 여행의 새로운 '인증템'으로 자리 잡고 있다. 산리오 캐릭터, 방탄소년단(BTS) 등 글로벌 인기를 끄는 브랜드와의 협업으로 탄생한 한정판 제품들은 여행 기념품이자 수집품으로까지 인식되고 있는 것이다.

 

티머니의 인기는 단순히 교통 수단 이용 편의성 때문만은 아니다. 귀여운 디자인과 한정판 상품이 결합하면서 외국인들 사이에서 '소장 가치'를 인정받고 있다. 실제 티머니는 산리오, 카카오프렌즈, BTS 등과 협업해 다양한 디자인의 카드를 선보였고 한정판 제품은 발매 직후 품절되는 경우가 많다. 교통카드가 아닌 하나의 '한국 문화 아이템'으로 확장된 셈이다.

 

네덜란드에서 온 메렐(Merel·29)은 "집 근처 시내로 가는 데 40분 정도 걸리지만 요금은 약 5유로(약 8300원)이고, 연착이 자주 발생한다"며 "비나 눈이 많이 오면 예고 없이 운행이 중단되기도 한다"고 말했다. 이어 "한국은 연착이 거의 없고 교통비도 저렴해 만족스럽지만, 여전히 티머니 카드를 써야 한다는 점이 놀라웠다"며 "그래도 다양한 디자인들이 있어서 고르는 재미가 있고, 이번에는 저번에 왔을 때 썼던 교통카드를 챙겨왔다"고 말했다.

 

▲ 한국에 여행 온 외국인들이 사용하고 있는 티머니 교통카드의 모습. ⓒ르데스크

 

독일에서 온 안나(Anna·27)와 밀라(Milla·26)는 "한국의 버스와 지하철은 독일보다 훨씬 쾌적하고 럭셔리한 느낌을 준다"며 "대중교통 요금이 저렴하고 정시 운행된다는 점은 인상적이지만, 지하철 1회용 교통카드를 현금으로만 구매할 수 있는 점은 불편했다"고 말했다. 이어 "오늘 아침 편의점에서 티머니 카드를 구매해 사용 중인데, 1회용 교통카드보다 훨씬 편리하다"고 덧붙였다.


단순히 한국 여행에서 사용하는 것을 넘어서서 일부 한정판 제품은 해외 중고 거래 사이트에서 높은 가격에 판매되고 있다. 특히 아이돌이나 인기 캐릭터가 그려진 티머니 카드는 한국을 찾은 외국인들 사이에서 인기가 높다.


어린 아이들 뿐만 아니라 20대 여성들 사이에서 높은 인기를 얻고 있는 헬로키티 캐릭터로 유명한 일본 기업 산리오 캐릭터가 그려진 교통카드의 경우 국내 편의점에서 5000원에 판매되지만 미국 중고거래 사이트 이베이에서는 최소 24.5달러(약 3만5000원)에서 최대 46.99달러(약 6만7000원)에 거래된다.


▲ 일부 한정판 교통카드의 경우 해외 중고거래 사이트에서는 웃돈을 붙여 판매되고 있다. 사진은 이베이에서 판매되고 있는 티머니 교통카드의 모습. [사진=이베이 갈무리]


방탄소년단 멤버가 그려진 티머니 카드는 국내에서 5000원에 판매됐지만, 중고거래 사이트에서는 39.99달러(약 5만7000원)에 거래되고 있다. 심지어 한국 여행을 온 외국인들에게만 제공했던 것으로 알려진 보이그룹 아스트로 멤버 차은우가 그려져 있는 티머니 카드의 경우 131.50달러(약 18만8000원)에 판매되고 있다.


하지만 티머니 인기의 이면에는 자국에서 사용하는 신용카드로 한국의 대중교통을 이용할 수 없다는 점이 꼽힌다. 아직 한국에선 외국인 관광객이 신용카드를 찍고 지하철을 이용할 수 없는데 이는 교통카드 기능을 하는 'RF칩'이 내국인들이 쓰는 신용카드에만 들어 있기 때문이다. 이에 비자(VISA) 마크가 찍혀 있어도 국내 대중교통에서는 사용할 수 없다.


한국을 찾은 외국인 관광객들은 대중교통을 이용하기 위해 티머니 교통카드를 별도로 구매해야 한다. 교통카드가 없을 경우, 지하철을 탈 때마다 1회용 교통카드를 발급받거나 현금으로 표를 구입해야 하는 번거로움도 겪게 된다.


한국은 2004년 대중교통 환승 시스템을 도입하면서 티머니를 중심으로 한 교통 결제망을 구축했다. 이 시스템은 '클로즈드 루프(closed loop)' 구조로 국내 결제망 내에서만 작동한다. 이로 인해 해외 카드 네트워크와의 호환이 되지 않기 때문에 외국인 관광객들은 별도의 교통카드를 구매해 사용하고 있다.


▲ 티머니가 최근 외국인들 사이에서 한국 여행 필수품으로 손꼽힌다. 사진은 삼성역에서 교통카드를 충전하고 있는 일본인 관광객의 모습. ⓒ르데스크

 

반면 런던, 뉴욕, 시드니 등 주요 선진국 대도시들은 이미 '오픈 루프(Open-loop)' 방식을 도입해 신용카드로 대중교통 요금을 결제할 수 있는 환경을 구축했다. 오픈 루프는 교통카드가 아닌 일반 신용·체크카드로 교통요금을 결제할 수 있는 시스템으로, 유로페이·마스터카드·비자카드(EMV) 등이 컨택리스(비접촉식) 방식으로 운영하고 있다. 현재 홍콩, 두바이 등 전 세계 750여 개 사업자가 오픈 루프 방식을 도입한 상태다.


또한 티머니 카드는 구매 시 해외 신용카드로 구매할 수 있지만, 충전은 여전히 현금으로만 가능하다는 점 역시 외국인 관광객들 사이에서 또 다른 불편함으로 지적된다. 일본에서 온 하루카(はるか·23)는 "한국에 자주 놀러와서 티머니를 가지고 있다"며 "한 번에 많은 금액을 충전하기보다는 이동할 때마다 필요한 만큼만 충전해서 쓰다 보니 하루에도 몇 번씩 충전하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한국을 여행하는 외국인들의 수가 늘어나고 있는 만큼 대중교통 결제 시스템을 단계적으로 수정해 나갈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김남조 한양대 관광학부 교수는 "한국의 대중교통 결제 시스템은 내국인 중심으로 설계돼 효율적이지만, 글로벌 결제망과의 호환성이 낮아 외국인 이용자에게는 진입 장벽으로 작용하고 있다다"며 "향후 외국인 관광객 증가와 K-컬처 확산에 맞춰 교통 결제 시스템을 단계적으로 수정해 나갈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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