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썰 / 최소라 기자] ‘에브리싱 랠리(Everything Rally)’에 힘입어 3600선을 돌파한 코스피가 하루 만에 하락 전환했다. 미국과 중국 간 무역전쟁이 재점화될 조짐을 보이면서 글로벌 불확실성이 다시 시장을 짓누르고 있다.
13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코스피는 전 거래일 대비 26.05포인트(-0.72%) 하락한 3584.55에 마감했다. 외국인이 매도세로 돌아서며 삼성전자(-1.17%)와 SK하이닉스(-3.04%)의 낙폭이 두드러졌다.
이번 조정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중국의 희토류 수출 통제 움직임에 강경 대응을 예고한 영향이 컸다. 중국이 희토류를 ‘무기화’하자 트럼프 대통령은 “다음 달 1일부터 중국산 제품에 100% 추가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밝혔다.
◇공매도 급증, 단기 조정 신호
지수 급등에 따른 부담은 공매도 증가로 나타났다. 10일 기준 코스피 시장의 공매도 거래대금은 1조2879억원으로, 4월 초 이후 최대치를 기록했다. 시장이 단기 조정 가능성을 선반영하고 있는 신호다.
공매도는 주가 하락을 예상하고 주식을 빌려 판 뒤, 이후 더 낮은 가격에 되사서 갚는 투자 기법이다.
이경민 대신증권 연구원은 “상승 국면의 되돌림이 진행되는 과열 해소 구간으로 보인다”며 “대중국 관세 부과로 경기·물가 불안이 커지고, ‘골디락스(이상적 성장)’ 기대가 약화된 점이 부담으로 작용했다”고 분석했다.
◇대형주·중소형주 간 격차 확대
최근 금, 비트코인, 주식 등 위험자산과 안전자산이 동반 상승하는 ‘에브리싱 랠리’가 펼쳐지고 있다. 금 가격은 올해 들어 54% 올랐고, 비트코인은 사상 최고치인 12만6000달러를 돌파했다.
국내 증시에서는 반도체가 랠리를 주도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OpenAI, AMD 등 글로벌 AI 기업과의 협력 소식에 힘입어 주가가 상승했다. ‘KODEX 반도체 ETF’는 국내 반도체 ETF 최초로 순자산 1조원을 넘어섰다.
반면 대형주와 중소형주 간 주가 격차는 커졌다. 올 들어 KRX 중대형 지수는 53.54% 상승했으나, 중형·소형 지수는 각각 33.72%, 19.16% 상승에 그쳤다. 코스피가 3600선을 돌파한 10일에도 전체 930개 종목 중 하락 종목(624개)이 상승 종목(276개)을 크게 웃돌았다. 철강, 유통, 호텔·레저, 운송 등 내수·중국 관련 업종은 낙폭이 컸다.
이웅찬 iM증권 연구원은 “반도체·전력 인프라, 인바운드 소비재 등 호재성 뉴스 수혜 업종과 비수혜 업종 간 괴리가 당분간 이어질 것”이라며 “향후 기술주 과열, 관세 협상, 셧다운 장기화, 실적 시즌 등 불확실성을 소화하는 조정 국면이 예상된다”고 말했다.
◇실적·정책 이벤트 주시
시장은 14일 예정된 삼성전자 3분기 잠정 실적과 15일 미국 9월 소비자물가지수(CPI) 발표 등 주요 이벤트를 주목하고 있다. 단기적으로는 기술주 과열, 관세 협상, 셧다운 가능성 등이 변수로 작용할 전망이다.
류형근 대신증권 연구원은 “급등에 대한 두려움보다는 사이클을 즐길 시점”이라며 “반도체 업종 중심의 상승세는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단기 충격, 장기 영향은 제한적”
이번 하락이 일시적 조정으로 받아들여지기도 한다. ‘과거 미·중 무역갈등을 수차례 겪으며 시장이 이미 ‘내성’을 확보했다‘는 평가가 나오는 배경이다.
한지영 키움증권 연구원은 “2018~2019년 무역분쟁과 2024년 관세전쟁을 거치며 시장은 ‘갈등–협상–재갈등–재협상’의 반복에 익숙해졌다”고 설명했다.
조수홍 NH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코스피는 연말보다 내년 상반기, 내년보다 2026년 상반기 레벨이 더 높아질 가능성이 크다”며 “중기적으로 3600선을 안정적으로 회복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Copyright ⓒ 직썰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본 콘텐츠는 뉴스픽 파트너스에서 공유된 콘텐츠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