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스경제=임준혁 기자 | 한화그룹이 세계 1위 방산시장인 미국 공략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방산 3사가 미군의 수요에 맞고 국토안보에 적합한 ‘맞춤형 육·해·공 무기체계’를 개발해 미국 방산시장을 두드리고 있다.
13일 업계와 한화에 따르면 한화에어로스페이스와 한화시스템은 오는 15일까지 미국 워싱턴 DC에서 열리는 ‘AUSA 2025’ 전시회에 참가한다.
이번 전시회는 매년 미 육군협회(Association of the U.S. Army)가 주관하는 북미 최대 규모의 지상방산 전시회다. 지난 2017년부터 AUSA에 매년 참가해 온 한화는 전시장 내 279㎡ 규모의 통합부스를 마련했다.
이번 전시에서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미 육군의 자주포 현대화 사업에 맞춘 차륜형 K9A2를 선보인다. K9A2 자주포의 자동장전 포탑을 ‘8×8 차륜형 플랫폼’에 탑재한 솔루션이다. 현재 미 육군은 사거리·정밀도·기동성 향상과 재장전·지속발사 능력을 갖춘 신형 자주포 도입을 추진 중이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폴란드, 루마니아에서 진행 중인 현지화 사업도 미국에 동일하게 적용한다는 계획이다. 이번 전시에서 미국 현지 업체와 파트너십을 맺고 모듈형 추진장약(MCS)의 현지 생산이라는 장점을 강조할 방침이다.
대미 투자도 늘리기로 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현지 탄약 스마트팩토리 투자액을 점진적으로 증액해 생산시설 확충을 통한 수주 활동에 박차를 가하기로 했다. 스마트팩토리에 155㎜ MCS 등의 현지 생산을 맡김으로써 생산능력과 복원력, 현장 투입 속도를 향상시킨다는 방침이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155㎜ 포탄 공급이 부족한 상황에서 한화는 MCS의 미국 현지 생산을 통해 미 육군은 물론 동맹국의 안정적인 탄약 공급망 확보에 기여할 계획이다.
지난해 말 한화오션과 한화시스템이 각각 40%, 60%의 지분율로 1억달러를 투자해 인수한 필라델피아 소재 한화필리조선소에는 50억달러(약 7조원)를 들여 선박 건조 능력을 현재 1~2척에서 20척까지 확대할 방침이다.
한화시스템은 이번 전시회에서 단거리 소형 능동 전자주사식 위상배열(AESA) 레이다와 안티드론 등 미 국토안보 분야에 특화된 ‘다계층복합방호체계’를 선보인다. 이 체계는 현대 전장에서 가장 큰 위협으로 떠오르는 무인기·드론 공격을 방어하는 체계로 공중 위협의 ‘탐지–식별–무력화’ 과정을 통합 운용해 미국 국경의 감시 경계 체계에 적용이 가능하다.
한화그룹은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에서 고위 관료를 지낸 인물을 잇따라 영입하며 미국 방산시장 진입을 가속화하고 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최근 토마스 앤더슨 예비역 미 해군 소장을 한화그룹의 미국 방산법인인 ‘한화디펜스USA’의 조선 사업부 사장으로 임명했다.
신임 앤더슨 사장은 미 해군에서 34년간 복무하며 해군 해상시스템사령부(NAVSEA) 사령관 대행과 프로그램집행사무국(PEO) 책임자 등 요직을 두루 거쳤다. 해군 조함(造艦)과 무기체계 전반에 정통한 그는 앞으로 한화디펜스USA의 조선 부문에서 프로그램 전략과 인프라 개선, 인력 개발 등을 총괄하게 된다.
미 해군의 조선·조달 구조에 밝은 앤더슨 사장이 향후 미국 함정 시장의 높은 진입 장벽을 낮추는 데 기여할지 여부에 업계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국내 주요 조선사들은 미 해군 함정의 유지·정비·보수(MRO) 사업을 넘어 신조 시장 진입을 시도해 왔지만 미국 당국의 해군 함정 자국 건조 원칙 등 까다로운 규제로 인해 함정 건조 시장 진출이 녹록지 않은 것이 현실이다.
앤더슨 사장은 현역 해군 제독 시절인 2023년부터 한화오션과 HD현대중공업 등 국내 조선소를 잇따라 방문해 한국 조선업과 미 해군과의 협력 가능성을 모색해 왔다. 지난해 9월에는 두 조선사의 연구개발(R&D) 시설을 찾아 한국 특수선 사업의 기술력을 직접 점검한 바 있다.
한화오션의 최대 주주이기도 한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이번 인사를 통해 미 해군 함정 수주 및 현지 사업 기반 확대에 나설 계획이다.
이 밖에도 한화는 알렉스 웡 전 백악관 국가안보부보좌관을 한화디펜스USA의 글로벌 최고전략책임자(CSO)로 영입했다. 앞서 지난 2월에는 미 해군 장교 출신이자 군수기업 제너럴 아토믹스(GA)에서 전략개발 이사를 역임한 로저 캠프를 한화디펜스USA의 해양 플랫폼 사업개발 담당 수석 이사로 선임한 바 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아리온스멧(Arion-SMET)의 미국 수출을 위해 전사적인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아리온스멧은 2023년 미 국방부의 해외비교성능시험(FCT)을 하와이 오아후섬 해병대 훈련장에서 성공적으로 마친 바 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2016~2019년 국내 최초의 민군 기술협력 사업으로 개발한 아리온스멧은 보병 전투지원용 다목적 무인 차량이다. 물자 운반을 비롯해 환자후송, 감시정찰, 원격수색, 근접전투 등의 임무를 수행한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 관계자는 “K9A2 차륜형 자주포의 미국 수출과 모듈형 추진장약의 현지 생산을 위한 현지 업체와 협업체계를 구축하는 등 AUSA 참가를 세계 1위 방산시장 진출의 물꼬를 트기 위한 통로로 적극 활용할 것”이라며 “다만 아리온스멧은 2023년 FCT 이후 미군에 공급하기 위한 후속 절차가 아직 많이 남아 있는 상태”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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