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0년 외길… 5대 화혜장인 황해봉, 조선 왕실 '갖바치' 유일한 전승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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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0년 외길… 5대 화혜장인 황해봉, 조선 왕실 '갖바치' 유일한 전승자

경기일보 2025-10-13 13:48:03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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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무형문화재 제116호 화혜장 보유자 황해봉 장인이 꽃신을 어루 만지고 있다. 장인은 60년 외길로 조선 왕실 갖바치의 맥을 5대째 이어온 국내 유일의 화혜장이다. 한상훈기자

 

“기능성이나 착용감은 현대 신발에 미치지 못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그 안에 담긴 전통과 역사적 가치는 무엇과도 비교할 수 없습니다.”

 

국가무형문화재 제116호 화혜장 보유자 황해봉 장인의 말이다. 황 장인은 60년 외길로 조선 왕실 ‘갖바치’의 맥을 5대째 이어온 국내 유일의 화혜장이다.

 

화(靴)와 혜(鞋), 즉 목이 긴 신발과 짧은 신발을 제작하는 화혜장은 순우리말로 갖바치라 불린다.

 

이 길은 송곳과 바늘에 찔리는 고독한 작업의 연속이지만 장인은 전통 계승이라는 절박한 소명의식으로 모든 고난을 감내해 왔다.

 

황 장인은 고종의 의례용 신인 적석(赤舃)을 전담했던 조선의 마지막 왕실 갖바치인 조부 황한갑 선생의 기술을 이어받은 5대째 계승자다. 소학교 시절부터 조부의 곁에서 어깨 너머로 기술을 접했고 아버지를 일찍 여읜 후에는 화혜의 명맥이 끊길 것을 우려해 절박한 심정으로 조부에게 기술을 전수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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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무형문화재 제116호 화혜장 보유자 황해봉 장인이 꽃신을 어루 만지고 있다. 장인은 60년 외길로 조선 왕실 갖바치의 맥을 5대째 이어온 국내 유일의 화혜장이다. 한상훈기자

 

그러나 서양 구두와 고무신의 등장으로 화혜에 대한 수요가 급감하면서 위기가 찾아왔다.

 

결국 전통 수호를 고집하던 장인도 생계를 위해 현실과 타협하며 30여년의 공백기를 거쳐야 했다. 하지만 그는 다시 갖바치의 길을 걷고 있다. 공백을 극복하고 바늘을 다시 잡은 그는 2004년 국가무형유산으로 인정받으며 전통 수호의 사명감을 새롭게 부여받았다.

 

화혜 제작은 고도의 집중과 섬세함을 요구하는 고된 숙명이다. 짧게는 사흘, 길게는 일주일을 오롯이 바치고 70여개의 까다로운 공정을 거쳐야만 한 켤레의 꽃신이 완성된다. 그 과정에서 손은 바늘에 찔리기 일쑤이고 고독과 외로움에 무뎌진 뒤에야 장인의 피와 땀이 꽃신의 유려한 곡선에 새겨진다.

 

노력의 결실은 곧 업적으로 이어졌다. 그는 조선시대 왕과 왕비가 신던 ‘적석(赤舃·황제 신발)’과 ‘청석(靑舃·황후 신발)'을 재현했으며 이는 1982년 최초 복원된 기록과 함께 대표적인 업적으로 꼽힌다.

 

그 공로로 1999년 전승공예대전에서 대통령상을 수상했고 2004년에는 국가무형유산으로 인정받아 국내 유일의 화혜장으로 자리매김했다. 유관순 열사가 신었던 신발 등도 고증을 거쳐 제작, 현재 각 박물관에 전시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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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무형문화재 제116호 화혜장 보유자 황해봉 장인이 전수자로 나선 아들과 대화를 나누고 있다. 아들이 기능 전수에 나서며 6대째 가업을 이어가고 있다. 한상훈기자

 

서양 구두에 밀려 설 자리를 잃고 대중에게 잊혀 가는 전통의 현실은 장인에게 또 다른 고독이었다. 4년 전 광주 퇴촌면에 정착한 후에는 맑은 자연 속에서 심적 안정을 얻게 됐다.

 

그는 기술 재현에 전념하며 “‘정신일도 하사불성(精神一到 何事不成)’을 좌우명으로 삼고 한눈을 파는 순간 일을 그르칠 수 있다는 생각으로 매순간 집중하며 고난을 극복했다”고 회고했다.

 

하지만 이 귀한 전통도 현실의 벽에 직면했다. 현재 황 장인의 아들이 전수자로 나서 6대째 가업을 잇고 있지만 전통 신에 대한 대중의 무관심을 타파하는 것은 여전히 큰 과제다.

 

평생의 숙원이었던 신발 박물관 건립의 꿈을 아직 이루지 못한 점 역시 그의 깊은 아쉬움이다.

 

황해봉 장인은 “경제 발달로 국가 지원이 좋아졌다고는 하지만 여전히 장인들에게는 더 많은 관심이 필요하다”며 “신발뿐만 아니라 젊은 세대가 한국 전통을 소중히 하고 이어가려는 노력을 기울였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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