ㅣ데일리포스트=김정은 기자ㅣ중동 이란의 일부 지역에서 지반이 빠르게 내려 연간 최대 34cm까지 침하가 발생하고 있다. 이로 인해 약 65만 명이 물 부족과 식량 불안 등 다양한 위험에 노출될 가능성이 커졌다.
영국 리즈대학교(University of Leeds) 연구팀은 위성 데이터를 활용해 2014년부터 2022년까지 이란 전역의 지표 변화를 추적한 결과, 일부 지역에서 심각한 지반 하락이 나타났다고 밝혔다. 연구팀은 지하수 과다 추출을 이번 현상의 주요 원인으로 지목했다.
연구 결과는 'Journal of Geophysical Research: Solid Earth'에 게재됐다.
◆ 농업이 부른 '빠른 지반 침하'
이번 연구는 이란 국토의 약 2%에 해당하는 3만1400㎢, 106개 지역에서 연간 10mm 이상의 지반 침하가 진행 중임을 보여준다. 특히 중앙부 라프산잔(Rafsanjan) 지역은 건조한 기후와 피스타치오 농장을 위한 대규모 지하수 사용으로 연간 34cm가 내려, 10년이면 지반이 약 3~4m 가라앉는 심각한 상태다. 연구팀은 이러한 침하 대부분이 불가역적이며, 향후 지하수 복원만으로는 원상 복구가 어렵다고 분석했다.
연구팀에 따르면 지반 침하의 77% 이상이 농업용 지하수 추출과 관련돼 있다. 지하수는 지표수와 달리 계절적 복원력(탄성 회복)이 존재하지만, 추출량이 과도하면 지하수층 입자가 압축돼 불가역적 침하가 발생한다. 이는 건물, 도로, 철도 등 구조물의 안정성을 위협하며, 테헤란, 카라즈, 마슈하드, 이스파한, 시라즈 등 주요 도시가 직접적인 영향을 받고 있다. 연구팀은 일부 지역에서 건물을 포기해야 하는 사례도 있다고 전했다.
이러한 현상은 이란만의 문제가 아니다. 멕시코시티, 미국 캘리포니아 센트럴밸리, 중국, 이탈리아 등 세계 주요 도시에서도 대규모 지반 침하가 발생하고 있다.
버지니아공대 지구물리학 준교수 마누첼 실르자이(Manuchehr Shirzaei)는 "이란의 최고 지반 침하 속도는 멕시코시티나 센트럴밸리와 맞먹으며, 세계 최악 침하 지역 중 하나"라고 평가했다. 실제 2021년 멕시코시티 지하철 고가교 붕괴 사고도 지반 침하로 인한 경사 변화가 한 원인으로 지목됐다.
◆ 지반 침하가 불러온 물 부족과 기후 위기
지반 침하는 단순히 건물 피해뿐 아니라 담수 자원 손실을 초래한다. 실르자이 준교수는 "지하수층이 계속 압축되면 저장 능력의 상당 부분이 영구적으로 사라져 가뭄 시 물 부족이 심화되고, 기후 변화에 대한 회복력이 낮아지며, 복원이 점점 어려워진다"고 설명했다.
연구팀은 장기적으로 지하수 과다 추출과 지반 침하가 결합될 경우, 이란 내 도시와 농촌 주민의 생계와 안전이 심각하게 위협받을 수 있다고 경고했다.
연구를 주도한 페인 박사(Leeds University)는 과학매체 라이브 사이언스(Live Science)와의 인터뷰에서 "연간 10mm 이상 침하가 발생하는 지점이 전국적으로 약 100곳에 달한다. 유럽에서는 5~8mm만 넘어도 극단적 사례로 간주되는 것과 비교하면 매우 빠른 속도"라며, 이란 지반 침하의 심각성을 강조했다.
연구팀은 지하수 관리 정책 개선과 지속 가능한 농업용수 활용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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