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리뉴스 김승훈 기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경주에서 열리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를 앞두고 샅바싸움을 펼치고 있다.
중국이 희토류 수출통제에 나서자 트럼프 대통령은 10일(이하 현지시간) 내달 1일부터 중국에 100% 추가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밝히면서 APEC에서 시진핑 주석을 만나지 않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그러자 중국은 "우리는 싸움을 바라지 않는다"는 입장을 냈고 트럼프 대통령은 12일 "미국은 중국을 해치려는 것이 아니라 도우려는 것"이라며 APEC에서 시 주석과 회담을 할 것이라면서 갈등을 일단락 짓는 모습을 보였다.
외교가에서는 APEC 정상회의를 계기로 열릴 미중정상회담을 앞두고 협상의 유리한 고지를 선점하기 위한 신경전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中, 미국산 대두 수입 중단 이어 희토류 수출 통제
트럼프 "11월 1일부터 對中 100% 추가관세" 맞불
지난 4월 서로 100% 넘는 초고율 관세를 부과하는 '관세 전쟁'을 벌이다가 이후 고위급 협상을 이어오며 한동안 소강상태에 있던 미중 무역 갈등이 최근 다시 고조되고 있다.
앞서 중국은 미국산 대두 수입을 중단한 데 이어 지난 9일 희토류 합금 수출 통제 강화 방침을 밝혔다. 또, 미국 반도체 기업 퀄컴의 자동차 반도체 설계회사(팹리스) '오토톡스'(Autotalks) 인수에 제동을 걸고 반독점법 위반 조사에 나섰다.
이에 트럼프 행정부는 중국, 싱가포르, 미국 등에 각각 본사를 둔 다국적 네트워크 장비업체 'TP-링크'의 미국 영업을 제한하는 방안을 검토하기 시작했다.
아울러 미국이 14일을 기준으로 중국 선박에 t당 50달러(약 7만1천원)의 입항료를 부과하고 순차적으로 올리겠다고 하자 중국도 14일부터 미국 관련 선박에 대해 t당 400위안(약 8만원)의 '특별 항만 서비스료'를 부과하기로 했다.
이달들어 이어지던 양측의 신경전은 지난 10일 폭발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다음 달 1일부터 중국에 100% 추가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선언한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소셜미디어 트루스소셜을 통해 "중국이 무역과 관련해 극도로 공격적인 입장을 취했다는 것을 방금 알게 됐다"며 이 같은 관세 부과 방침을 발표했다.
현재 미국의 대중국 관세는 평균 55% 수준으로, 여기에 100% 관세가 추가되면 미국으로 들어오는 중국산 제품은 평균 155%의 관세를 적용받을 것으로 전망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중국이 전 세계에 매우 적대적인 서한을 보내 2025년 11월 1일부터 자신들이 생산하는 사실상 모든 제품과 심지어 자신들이 만들지 않은 일부 제품에 대해서도 대규모 수출 통제를 시행하겠다고 밝혔다"고 말했다.
이는 중국의 희토류 수출 통제 조치를 가리킨 것으로 해석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중국이 이런 전례 없는 조치를 한 사실을 근거로, 비슷하게 위협받은 다른 나라들을 위해서가 아니라 미국만을 대표하여, 2025년 11월 1일부터(또는 중국이 추가 조치나 변화를 취할 경우 더 빠르게) 미국은 중국에 대해 현재 그들이 내고 있는 관세에 추가로 100% 관세를 부과할 것"이라고 썼다.
그러면서 "11월 1일, 우리는 모든 핵심 소프트웨어에 대한 (대중국) 수출 통제도 시행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에 앞서 같은 날 올린 트루스소셜 글에서도 "중국이 각국에 서한을 보내 '희토류' 생산과 관련된 모든 요소에 대해 수출 통제를 하겠다고 통보하고 있다"며 "전 세계를 인질(captive)로 잡는 것"이라고 강력 비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경주 APEC을 계기로 시진핑 주석과의 만남도 취소할 수 있다고 시사했다.
그는 "2주 뒤 한국에서 열리는 APEC 회의에서 시진핑(중국 국가주석)과 만날 예정이었지만, 이제는 그럴 이유가 없어 보인다"고 말했다.
中 "희토류 수출 합법…싸움 바라지 않아" 관리 모드
트럼프 대통령이 중국에 대한 보복 조치로 대중국 대규모 관세 부과 의지를 보이면서 미중 관세전쟁 재발 가능성도 커졌다.
하지만 외교가에서는 미중 양국이 오는 11월 10일 만료되는 제2차 관세 휴전을 앞두고 무역 담판에서 유리한 고지를 차지할 목적으로 서로 압박 강도를 높이는 것으로 보고 있다.
양국 모두 4월 '치킨게임' 양상으로 전개됐던 관세전쟁을 거쳐 어느 정도 관리해온 미중관계를 다시 파국으로 몰고 갈 경우 서로 잃을 것이 막대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중국 정부는 트럼프 대통령의 '100% 관세' 발언이 나온 후 "싸움을 바라지 않는다"며 대화의 문을 열어두는 제스처를 취했다.
중국 상무부 대변인은 12일 기자와의 문답 형태로 홈페이지에 게시한 입장문에서 "9일 중국은 희토류 등 물자의 수출 통제 조치를 발표했고, 이는 중국 정부가 법규에 근거해 자기 수출 통제 체계를 완비하는 정상적 행위"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우리는 싸움을 바라지 않지만 그렇다고 두려워하지도 않는다"며 "미국이 고집대로 한다면 중국 또한 단호한 상응조치"를 취하겠다고 밝혔다.
즉, 미국에 단호한 모습을 보이면서도 대화의 여지를 열어둔 것이다. 이는 중국도 대미 관세가 100% 수준으로 올라가 양국 교역이 사실상 단절되고, 첨단 기술 관련 미국의 대중국 수출통제가 강화될 경우 자국 경제에 상당한 타격이 될 것을 우려하고 있는 것으로 해석된다.
이에 트럼프 대통령은 즉각 화답했다.
그는 12일 자신의 SNS에 "매우 존경받는 시(시진핑) 주석이 잠시 안 좋은 순간을 겪었을 뿐"이라며 "그는 자기 나라가 불황을 겪는 것을 원하지 않고, 나 역시 마찬가지"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중국에 대해 걱정하지 말라. 모든 것이 잘될 것"이라며 "미국은 중국을 해치려는 것이 아니라 도우려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는 트럼프 대통령도 추수감사절(11월27일)과 크리스마스 연휴 등 미국의 대표적 소비 시즌을 앞두고 중국과 다시 초고율 관세로 맞설 경우 소비자들의 피해가 커질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하지 않을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물가 상승으로 자신의 경제정책 간판인 관세 정책에 대한 지지는 물론 국정 전반에 대한 지지 하락으로 연결될 수 있음을 트럼프 대통령도 의식할 것으로 추정된다.
트럼프 "11월 1일은 먼 미래" 협상 시사
美무역대표 "트럼프, 대화의사 있어"
결국 APEC 정상회의를 계기로 열릴 미중정상회담 이전에 양국은 치열한 협상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대통령은 12일 이스라엘로 가는 에어포스원(대통령 전용기) 안에서도 취재진과 만나 "나는 우리가 중국과 잘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며 "나는 시 주석과 좋은 관계를 갖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매우 강인한 사람이고 매우 똑똑한 사람이다. 중국의 훌륭한 지도자"라고 덧붙였다.
트럼프 대통령은 그러면서 '11월 1일부터 중국에 100% 추가 관세를 부과하겠다는 계획을 여전히 갖고 있느냐'는 질문에 "지금은 그렇다"면서도 "어떻게 될지 보자"고 말했다.
또 "11월 1일은 나에게 아주 먼 미래와 같다. 다른 사람들에겐 임박한 시점 같겠지만, 내게 11월 1일은 먼 미래처럼 느껴진다"고 말해 자신이 예고한 관세 부과 시점 전까지 협상의 여지가 있다는 점을 시사했다.
미국 무역 정책을 총괄하는 제이미슨 그리어 미국무역대표(USTR)도 같은 날 대화를 통한 갈등 해결 가능성을 열어뒀다.
그리어 대표는 이날 폭스뉴스 인터뷰에서 "중국의 메시지(상무부 대변인 성명) 일부는 중국도 이게 심각한 문제라는 것을 이해한다는 징후 같다"고 평가했다.
그는 트럼프 대통령과 시진핑 주석이 APEC 정상회의를 계기로 만날 가능성에 대해 "(상대가) 대화에 관심이 있다면 대통령은, 잘 알려진 대로 늘 대화할 의사가 있다"며 "우리는 이미 중국과 실무급에서 접촉했으니 지켜보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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