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 오프닝]
"도시는 끊임없이 바뀌고 있지만, 변화의 그늘에 남겨진 곳들이 있습니다. 비좁은 골목과 삐걱대는 집, 재개발 계획에서 제외된 노후주택가인데요. 안전은 위태롭고, 지원은 닿지 않는 노후주택가의 현실을 들여다봤습니다."
1. 장위동
[기자 멘트]
"장위동의 한 주택가입니다. 화려한 아파트 옆엔 아직 예전의 모습을 하고 있는 낡은 집들이 남아있는데요. 곳곳엔 붕괴 위험 표시가 붙어있는 집들이 보입니다. 골목은 비좁고 그마저도 주차된 차들이 많아 통행은 더욱 불편한데요. 이런 상황에도 재개발이 안 되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인터뷰]
"사랑제일교회 아시죠? 거기가 10구역이거든요? 목사님이 너무 많이 요구를 해서 트러블이 생겨서 막판에는 헐고 짓기로 했어요. 근데 목사님이 또 돈을 받아내고 집을 또 달라는 거야. 그래가지고 설계도 다 다시 했어요."
[기자 멘트]
"그렇다면 재개발 이후 주민들의 삶은 어떨까요? 노후주택가 옆 재개발 아파트로 가봤습니다. 2020년에 지어진 이곳은 한눈에 봐도 깔끔한 모습인데요. 넓은 주차장은 물론 소방시설도 잘 갖춰져 생활권이 보장돼 있었습니다. 그러나 주변 지역이 재개발이 안 된 탓에 근처에 중학교가 없는 상황인데요."
[인터뷰]
"버스 타고 가야 돼서 좀 개발이 됐으면 좋겠어요. 학교도 더 생기고. 밤에 지나다닐 때 조금 무서워요."
"당연히 이제 재개발을 원하는 것은 학교라던가 편의시설, 주변환경이 좋아지길 바라서 찬성하는 거고 그러다보면 자연히 학교도 추가로 생길 수 있고 아무래도 화재가 발생하면 소화시설도 없고 노후주택에는 대체적으로 연로한 분들이 사시니까 피하기도 어렵고 그게 큰 문제 중에 하나죠."
2. 봉천동
[기자 멘트]
"봉천동의 한 주택가입니다. 이곳도 상황은 비슷한데요. 높은 언덕까지 있어 안전사고가 자주 발생한다고 합니다. 게다가 이곳의 주민들은 대부분 노인들, 안전 사각지대의 놓인 이들은 재개발만을 기다리며 하루하루를 보내는 상황입니다."
[인터뷰]
"지금 완전히 거지 같고 집구석에 벌레 나오고 쥐도 있고 비 오면 조금 새요. 그리고 뒤에가 이만큼 사람 하나가 들어가게 움푹 파였어. 언제 무너질지도 몰라. 언제 주저앉을지도 몰라. 그렇게 (재개발이) 늦게 되더라고요. 여기가 우리 아들 중학교 때 사놨나 고등학교 때 사놨나 그랬을 거예요. 그런데 우리 아들이 지금 마흔 아홉인데."
[기자 멘트]
"주택가 옆 아파트는 2004년도에 재개발 됐는데요. 아파트로 이사 온 노후주택 주민은 재개발에 대해 긍정적 의견을 보였습니다.
[인터뷰]
"배수가 안 되는 거야. 비만 오면 난리인데 감당을 못하니까 싸구려로 내놓고 아파트로 오자고 그러더라고? 그래가지고 왔지 뭐. 단독(주택)은 아니더라고 늙어가지고. 여기서는 우선 문제 되면 관리사무소에 전화하면 와서 고쳐주잖아."
[기자 멘트]
"그러나 아파트가 지어진 지 20년이 넘도록 근처 주택가의 재개발에는 진전이 없습니다."
[인터뷰]
"어차피 한 세상 사는 거 우리나라 정서적으로도 이제 없어져야 되거든. 근데 전부 반대해. 세 놓고 받아먹잖아 그 사람들. 그게 자기들한테는 수입인데 재개발 들어가면 그게 없어지니까 그 사람들이 반대해. 반대편들이 많아 사무실도 따로 있고. 결사반대예요 그것도."
"그런 사람들은 머리가 어떻게 된 사람들이야. 결사반대는 무슨 결사반대야 빨리 돼야지 여기가. 나는 언제 무너질지도 모르는데."
"문제가 되는 건 이제 재건축을 해서 아파트가 들어오면 그거에 대한 개인적인 분담금이 생길 거잖아요. 분담금을 충당을 못 하시는 분들이 굉장히 많으세요. 어르신 입장에서는 5억, 6억 이런 분담금을 낸다는 게 쉽지 않아서 동의를 받기 힘들고 그것 때문에 진행이 어렵지 않은가 싶어요."
3. 상도동
[기자 멘트]
"상도동 주택가의 상황은 더욱 심각했습니다. 사람 한 명이 겨우 지나갈 만큼 비좁은 골목에 집들이 모여 있는데요. 이곳에 오래 거주했다는 한 주민은 땅 문제로 법정 싸움까지 간 사례도 있어 재개발은 더욱 어려운 상황이라고 전했습니다."
[인터뷰]
"양녕대군 이씨 종중들 땅이 겹쳐가지고 옛날에 측량 안 하고 이놈들이 집들 지어가지고 팔아먹고. 집집마다 10평씩 이렇게 밀려나가서 측량 안 하고 집들 지어가지고 그런 실정이 있어서 여기 아주(힘들어요). 내가 남을 속이지를 못해서 여기 평생을 사는 거야. 여기에 하려는 사람이 지금 잡혀 들어가서 조합이라고 해놓고 돈만 다 해먹고 집을 짓지를 못해 지금. 사람들 집집마다 집이 낡아가지고 지금도 이 땅들이 얽힌 게 많을 거야. 여기 사는 사람들 다 하기를 바라. 그걸 우뚝 서가지고 누가 하려고 생각도 안 해."
"나 좀 찍어가. 불편하지 재개발을 안 하니까 지저분하고. 여기 새로운 아파트가 들어서면 얼마나 좋아. 제발 좀 하세요 아주 너무너무 불편해요 여기."
[기자 멘트]
"노후주택가 바로 옆에는 2024년에 지어진 29층 신축 아파트가 들어서 있는데요. 외부인 출입금지 문구가 적혀있는 펜스가 현실의 대비를 더 극명하게 보여줍니다. 재개발의 그림자에 가려진 채 여전히 삶을 이어가는 사람들. 노후주택가는 단순한 주거지가 아니라 우리 사회가 풀어야 할 숙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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