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가 야한 소설 썼다는 이유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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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가 야한 소설 썼다는 이유로…

디컬쳐 2025-10-13 11:01:00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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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뮤지컬 <레드북> 공연 모습 / 아떼오드 제공


여성의 인권과 자유가 제한받던, 보수적 색채가 짙었던 빅토리아 시대, 영국. 남자 친구랑 헤어지고, 이틀 전 실직한 안나가 새 직업을 구하려 하지만, 서른 살이나 먹은 여자가 왜 결혼을 안 했느냐며 비난만 받는다.

그때 브라운이라는 변호사가 나타나 돌아가신 할머니가 안나 앞으로 유산을 남겼다며, 남편이 없어 사유재산을 소유할 수 없으니 매달 조금씩 나눠서 주겠다고 한다.

그러지 말고 자기를 고용하면 안 되겠냐는 안나의 제안에 승낙한다.

그러나 슬플 때마다 야한 상상을 하는 안나가 자기 재능을 살려 한 문학회에서 야한 소설을 쓰는 걸 안 브라운이 안나를 해고한다.

석 달 후, 문학회에서 안나의 소설이 포함된 <레드북>이라는 여성을 위한, 여성에 의한 잡지를 발간한다.

여성들에게 선풍적 인기를 끌고, 처음에 비난하던 남성들도 호기심에 <레드북>을 구매한다.

친구들 때문에 이 잡지의 존재를 알게 된 브라운은 친구들 앞에서 어쩔 수 없이 안나를 비난한다. 이 광경을 목격한 안나는 마음을 다잡는다.

뒤늦게 안나의 소설을 읽고 안나가 자기를 주인공으로 소설을 쓴 걸 안 브라운은 속으로 좋아하면서도, 자기를 찾아온 안나 앞에서 명예훼손 운운한다.

안나의 마음을 다치게 한 게 미안해 안나가 활동하는 문학회에 갔다가 안나가 (바람피우다 이혼 소송 중인 자기 의뢰인인) 평론가 딕 존슨을 만나러 갔다는 말을 전해 듣고 깜짝 놀라 안나한테 간다.

한편, 같은 시각 딕은 안나한테 평론을 구실로 추근댄다. 당황한 안나가 그를 응징하고, 이에 화가 난 딕이 시장 등한테 <레드북>을 음해하는 편지를 보낸다.

브라운이 안나한테 정신적으로 문제가 있다고 주장하면 처벌을 피할 수 있다고 제안하지만, 안나는 그렇게 자기가 지워지고, 사라지지 않겠다고 노래한다.

<레드북>으로 삶의 활력을 되찾았다는 수많은 탄원에 판사는 안나의 소설이 연재를 마칠 때까지 판결을 유보한다.

이 작품 속에서 여성은 결혼하는 게 최고의 취업이기에 딱히 나이 먹은 미혼 여성이 취업하려는 이유를 이해할 수 없다거나, 여성이 작가라는 직업을 갖는 것도 문제지만, 남성 작가들처럼 수위 높은 글을 쓰는 건 해외 추방감이라는 등의 대사가 직접적으로 노출된다.

요즘 같으면 상상도 못 할 얘기지만, 19세기 후반 보수적인 ‘신사의 나라’ 영국을 배경으로 한 까닭에 이런 대사가 버젓이 등장한다.

작품 속 안나는 수위 높은 소설을 썼다는 이유로 투옥되고, 재판관 앞에서 “제가 잠시 미쳤었나 봅니다”라고 말해 일단 처벌을 피하자는 변호사의 제안을 거절한다.

만약 그렇게 풀려나더라도, ‘미친 여자’가 쓴 글에 열광한 독자들은 어떻게 될까 싶어서 자기를 부정해 자기가 사라지고, 잊히는 게 싫다고 한다.

이 대목을 통해 예술 활동에 있어서 표현의 자유가 얼마나 소중한지 생각해 보게 한다.

현직 대통령의 이름을 딴 제목의 그림에 빨간딱지를 붙이고, 현직 대통령과 닮았다는 이유로 탤런트의 방송 출연을 막아버리는 사회는 더 이상 용납되어선 안 된다.

예능 프로그램에서 현직 대통령의 이름을 딴 피자를 만들어도 얼마든지 그 이름을 쓰라고 허허 웃는 사회가 올바른 사회다.

과거 <해리포터> 시리즈가 처음 나왔을 때 독일 의회에서 마법이 아이들한테 잘못된 종교관을 심어줄 수 있어, 상영을 금지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와 전 세계적으로 비웃음을 샀다.

영화나 소설, 그림을 그냥 그 자체로 봐야지 여기에 정치색, 종교색을 입혀 어쩌고, 저쩌고 하면 바보 소리를 듣는다.

세계적인 영화제에서 상영을 앞둔 어느 영화 한 편의 내용을 두고 시 차원에서 터치하면 창작 활동이 위축될 수밖에 없다.

지금이 ‘땡전뉴스’ 시절도 아니고, 모든 매체를 정부의 입맛대로 통제하려 해서도 안 되고, 할 수도 없다.

소설이, 코미디가, 뉴스가, 영화가 때론 그림이 금기(禁忌)를 깨고 자유롭게 이야기할 수 있는 사회가 제대로 된 사회다.

그게 바로 <레드북>의 안나가 꿈꾼 사회가 아닐까 싶다.

뮤지컬 <레드북>은 12일 7일까지 유니버설 아트센터에서 공연한다.

/디컬쳐 이경헌 기자 ce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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