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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데이신문 성기노 기자】이재명 정부가 정권 출범 131일째 만에 처음으로 국회 국정감사를 받는다. 첫 국정감사인 13일에는 법제사법위원회, 정무위원회, 기획재정위원회 등 8개 상임위원회에서 국감이 실시된다.
이 가운데 가장 관심을 끄는 부분은 조희대 대법원장의 출석 여부다. 통상 대법원장은 법사위원장의 양해를 얻어 국감 출석 직후 곧바로 이석해 법원행정처장(대법관)이 답변하는 게 관례였다. 하지만 더불어민주당은 이번엔 이석을 불허하고 조 대법원장을 상대로 이른바 ‘대선 개입 의혹’에 대한 질의를 하겠다는 방침이다.
이런 집권여당의 ‘압박’ 속에서 조희대 대법원장이 어떻게 대처할지가 초미의 관심사로 떠오르고 있다. 국정 감사 첫날 아예 출석을 하지 않는 것은 헌법 존중의 취지에 어긋난다는 견해가 지배적이라 그럴 가능성은 낮다.
일단 조희대 대법원장은 출석 뒤 퇴장의 절충식 대응방안을 마련한 것으로 전해진다. 조희대 대법원장이 13일 국회 법제사법위 국정감사에 출석은 하지만 종전대로 인사말을 한 뒤 곧바로 퇴장하는 것이다.
하지만 민주당은 조 대법원장을 ‘대선개입 의혹’과 관련해 일반증인으로 채택했다. 대법원의 이재명 대통령 공직선거법 위반 파기환송 판결을 ‘대선개입’으로 규정하고 대법원의 ‘정치화’에 대해 ‘정밀폭격’을 가하겠다는 계산이다.
통상 대법원장은 국정감사에서 인사말만 한 후 퇴장해왔다. 그러나 여당은 이같은 관례를 깨고 조 대법원장의 이석을 허용하지 않겠다는 방침이다. 특히 민주당은 ‘예상대로’ 조 대법원장이 불출석할 경우 동행명령 발부와 고발 조치까지 불사하겠다는 입장이라 조 대법원장이 끝까지 ‘불출석 저항’을 할지 관심이 모아진다.
이렇게 민주당이 조 대법원장을 거세게 몰아세우는 것은 그 타깃이 ‘조희대’ 개인에 있다기보다 이재명 대통령이 야당 대표 시절 겪은 사법부 전반의 ‘정치화’ 문제를 이번에 반드시 바로잡겠다는 의지가 숨어 있다.
그동안 민주당이 제기해온 조희대 대법원장과 사법부의 ‘정치화’ 의혹은 여러 가지가 있다. 그 중에서 가장 문제가 되는 부분은 사법부가 대선 관련 사건 배당이나 재판 일정 조정 과정에서 보수 정권에 유리하게 ‘편파 판정’을 했다는 의혹이다. 이재명 대통령의 선거법 위반 재판을 조희대 대법원장이 극히 이례적으로 빨리 추진하려 했다는 것이 대표적 사례다.
최근 법사위에 증인으로 출석한 복소연씨의 증언에 따르면 “법원에서 20년 근무를 했다. 아는 모든 법관이나 지인들에게 물어봤는데 ‘이렇게 재판하는 경우가 없었다’고 말했다. 내가 법원 직원인데 그렇게 빨리 법원 기록을 보내지도 않는다”고 증언한 바 있다.
조희대 대법원장으로서는 비록 ‘말단’ 실무 직원이긴 하지만 대법원의 재판 일정 관례를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복소연씨의 법사위 증언에 대해 명확한 해명과 답변이 있어야 할 것으로 보인다. 복씨가 실무 직원이긴 하지만 그가 법원 직원을 대표해 국회 법사위에서 공식 답변을 했다는 것은 정치적 공세가 아니라 사실 여부를 판가름할 수 있는 중요한 열쇠이기 때문이다.
또한 대법원장 취임 이후 법원 요직 인사가 보수 성향 중심으로 재편됐다는 인사 코드 의혹도 있다. 사실 이 부분은 대법원장의 ‘인사권 독립’이라는 헌법 정신과 민주당의 ‘인사 중립성’의 정치적 주장이 첨예하게 부딪치는 지점이다.
조희대 대법원장이 진보진영의 정치적 시각에서 보기에 보수 편향적 인사를 했다고 볼 여지는 다분하다. 사법부 자체가 어느 정도 보수성향이 짙은 인사들이 많은 조직이다. 애초에 사법부는 역사적, 제도적 특성상 보수적 법철학을 중시하는 ‘관료형’ 법조인들이 우세한 조직이다.
여기에 조 대법원장이 취임 이후 법원행정처와 고등법원 수석부장판사 라인을 법원 내부 기수 서열과 전통 엘리트 라인을 중심으로 재편하면서 결과적으로 진보 성향으로 분류되는 판사 그룹이 배제된 것처럼 보이는 효과도 초래했다는 게 진보진영 법조계의 시각이다.
여기서 사법부와 입법부의 정치적 갈등이 발생한다. 민주당은 이를 두고 “조희대 사법부가 특정 정치 세력에 유리한 구조적 재편을 시도하고 있다”며 견제에 나선 반면 법원 측은 “대법원장은 원래 인사권을 통해 조직의 일관성과 안정성을 유지해야 한다”며 정면으로 맞서고 있기 때문이다.
결국 이 갈등의 본질은 ‘편향 인사 논란’이 아니라 사법부 권력이 누구의 통제를 받아야 하는가라는 더 근본적인 질문으로 이어진다. 민주당은 사법부가 지금까지 한 번도 선거에 의해 선출된 적이 없기 때문에 국민들의 심판과 검증에서도 자유로웠고 그것이 사법부의 권력화와 정치화로 굳어졌다고 본다.
이에 사법부도 민주주의를 존중하고 민주적 통제도 받아야 한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조 대법원장 측은 사법부 독립의 최후 보루가 인사권이라는 정당성을 앞세우고 있다. 대의민주주의, 민주적 정당성과 사법부 독립이라는 두 가지 첨예한 ‘헌법 정신’이 충돌하고 있는 것이다.
이번 국감의 최대 관심사는 민주당과 조희대 대법원장의 정면 대결이 어떤 결말을 맞이할 것인지에 있다. 이 문제는 ‘사법부 인사권은 어디까지 독립이어야 하며, 어디서부터는 견제 대상이 되는가’라는 뿌리 깊은 입법부-사법부 간 권력 구조 논쟁이 그 핵심이다.
민주당은 이번 국감을 통해 보수 편향적이고 기득권화 돼 있는 사법부가 엄정한 중립성을 유지할 수 있는 최소한의 견제장치와 법적, 제도적 장치를 만들려고 한다. 하지만 조 대법원장으로서는 이번에 민주당에 밀리게 되면 사법부가 입법부와 정치권력에 완전히 ‘예속화’되는 최악의 상황이 발생하기 때문에 끝까지 저항할 것으로 전망된다.
조희대 대법원장으로서는 사법부 인사권이 국회나 정치권력의 견제 아래 놓이는 순간 사법권 독립은 사실상 붕괴한다고 판단할 수밖에 없다. 이번 국감에서 한 발 물러서는 순간 사법부는 향후 정권 구도에 따라 입법부의 ‘하위기관’으로 전락할 수 있다는 위기감도 팽배해 있다. 조 대법원장은 어떠한 형태로든 조직 방어를 위한 ‘헌법적 저항’에 나설 가능성이 크다.
그러나 이런 정치적 충돌의 이면에는 불편한 진실도 있다. 오늘날 사법부가 여러 가지 정치적 의혹과 공격을 받게 된 가장 근본적인 배경에는 사법부 스스로 자초한 측면이 있다. 1948년 대한민국 사법부가 처음 탄생한 이래 지금까지 단 한 번도 제대로 된 자기 개혁과 쇄신을 한 적이 없다.
사법농단 사태 이후에도 법원은 책임 회피, 내부 감싸기, 인사 카르텔 비판에도 변한 게 없었다. 그 결과 국민은 여전히 법원을 신뢰하지 못하고 있고 ‘강제로라도 사법부를 바로잡아야 한다’는 외부 개혁론이 힘을 얻고 있는 형국이다.
사실 사법부의 독립을 지키자는 말은 그동안 수없이 반복되어 왔다. 그러나 사법부 독립은 책임과 투명성이 담보될 때만 그 정당성을 갖는다. 사법부가 정치권의 간섭을 막기 위해서라도 오히려 더 높은 기준의 내부 정화 장치를 스스로 만들어내야 한다. 사법부가 입법부 등의 외부권력에 맞설 수 있는 유일한 힘은 엄정한 도덕성과 정치적 중립성이다. 그것은 사법부가 스스로를 구하는 ‘제도적 자기혁신’에서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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