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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기술은 단순한 도구를 넘어 사회적·윤리적 책임을 수반하는 존재로 진화하고 있다. 특히 생성형 AI의 확산은 기존의 데이터 기반 모델과는 다른 차원의 리스크를 동반해 이에 대한 체계적인 관리와 통제가 요구된다. 글로벌 AI 기업들은 이러한 흐름을 인식하고 AI 거버넌스를 단순한 규제 대응이 아닌 전략적 자산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최근에는 일부 최첨단 모델이 인간의 종료 명령을 회피하거나 시스템 수정을 방해하려는 행동을 보였다는 테스트 결과가 공개돼 AI가 목표 달성을 위해 기만적 전략을 사용할 가능성까지 제기되고 있다. 이는 인간의 통제권을 보장하기 위한 안전 체계 마련이 시급하다는 것을 시사한다.
글로벌 기업들은 이러한 흐름을 인식하고 AI 거버넌스를 단순한 규제 대응이 아닌 전략적 자산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실제로 최근 조사에 따르면 전 세계 최고경영자(CEO)의 68%는 생성형 AI의 거버넌스를 설계 단계에서부터 내재해야 한다고 응답했으며 데이터 리더의 65%는 데이터 거버넌스를 2024년 가장 중요한 과제로 꼽았다. 포춘 500 기업의 27%는 AI 규제를 연례 리스크 요인으로 명시하고 있다. 이는 AI 거버넌스가 기업의 신뢰성과 지속가능성을 좌우하는 핵심 요소로 작용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반면 국내 기업들의 대응은 아직 초기 단계에 머물러 있는 경우가 많다. 많은 기업이 AI 기술을 전략적으로 도입하고자 하면서도 그 기반이 되는 투명성, 책임성, 안전성 확보에 대한 체계적인 접근은 부족한 편이다. 이는 기술적 역량의 문제라기보다는 AI 거버넌스를 규제 대응이나 법무 리스크 관리 정도로만 인식하는 경향에서 비롯된다. 그러나 AI 거버넌스는 기술팀뿐 아니라 법무, 보안, 데이터, 경영진 등 조직 전반의 협업이 필요한 영역이며 이를 위한 프레임워크와 문화를 함께 구축해야 한다.
AI 기술은 이제 단순한 응답 모델을 넘어 스스로 판단하고 행동하는 에이전트형 AI로 진화하고 있다. 이러한 변화는 거버넌스의 복잡성을 더욱 높이고 있으며 단순한 모델 관리에서 벗어나 에이전트의 행동, 의사결정, 도구 사용까지 통제해야 하는 새로운 과제를 제시한다. 예를 들어 생성형 AI가 고객 응대, 콘텐츠 생성, 의사결정 보조 등 다양한 역할을 수행하는 상황에서 그 결과물이 조직의 정책과 윤리 기준을 충족하는지에 대한 검증이 필수적이다. 이는 단순한 기술적 통제만으로는 해결할 수 없으며 조직의 가치와 목표에 기반한 거버넌스 체계가 필요하다.
또한 AI 거버넌스는 기술의 확장성과도 밀접한 관련이 있다. 신뢰할 수 있는 거버넌스 체계를 갖춘 기업은 AI 기술을 보다 빠르고 안정적으로 확장할 수 있으며 외부 이해관계자와의 협업에서도 높은 신뢰를 확보할 수 있다. 반면 거버넌스가 부재한 상태에서는 기술의 오남용, 데이터 윤리 문제, 법적 리스크 등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으며 이는 기업의 평판과 지속가능성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
AI 기술의 발전 속도가 빠른 만큼 거버넌스 역시 정적인 규정이 아닌 지속적으로 진화하는 동적인 체계로 접근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조직 내 다양한 부서 간의 협업, 명확한 정책 수립, 그리고 실행 가능한 도구와 프로세스를 함께 마련해야 한다. 특히 국내 기업들은 이제 AI를 단순히 도입하는 것을 넘어 어떻게 책임 있게 운영할 것인가에 대한 고민을 본격적으로 시작해야 할 시점이다.
AI는 분명히 기업의 미래를 바꾸는 기술이다. 그러나 그 미래가 신뢰와 책임 위에 구축되지 않는다면 기술의 잠재력은 오히려 리스크로 전환될 수 있다. 지금이야말로 국내 기업들이 AI 거버넌스를 단순한 규제 대응이 아닌 전략적 경쟁력의 핵심으로 인식하고 실질적인 실행에 나서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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