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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일 정치권과 외교가에 따르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오는 26일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에서 열리는 아세안(ASEAN) 정상회의 참석을 시작으로 아시아 순방길에 오른다. 한국은 아세안과 일본을 거쳐 29일께 방문할 것으로 보인다. 한국에 머무는 시간은 당일 혹은 그다음 날까지로, 길어야 하루 남짓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이에 따라 회원국 정상들이 모이는 10월 31일~11월 1일 본 행사에 트럼프 대통령이 불참할 가능성이 높아졌다. 상대적으로 체류 기간이 긴 일본과 비교되면서 ‘한국 홀대론’까지 제기되고 있다.
일각에서는 한미 정상회담 개최 자체도 쉽지 않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3500억달러 규모의 대미 투자 협상이 교착 상태에 놓여 있기 때문이다. 약식으로 진행되거나, 최악의 경우 무산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관측이 제기된다.
전 세계적인 관심이 모이는 미·중 정상회담 역시 개최가 어려울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중국의 희토류 수출 제한과 미국의 보복 관세 방침이 맞물리면서 미·중 무역전쟁 재개 우려가 커졌다. 트럼프 대통령도 APEC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의 회담에 부정적인 입장을 내비쳤다. APEC 주재국으로서 미·중 간 가교 역할을 하려던 이재명 대통령의 계획도 차질을 빚을 가능성이 있다.
더 나아가 트럼프 대통령은 한미동맹의 성격 변화를 꾸준히 요구하고 있다. 기존 ‘대북 억제 중심 구조’에서 ‘인도·태평양 전략의 핵심 축’으로 전환해 중국을 견제하라는 요구다. 중국과의 관계도 중시하는 우리 정부로서는 부담스러운 조건이 아닐 수 없다.
다행인 점은 시진핑 주석이 APEC 본행사에 참석할 것으로 알려졌다는 점이다. 다만 2014년 이후 11년 만에 국빈 자격으로 방문해 서울에서 이 대통령과 별도 회담을 갖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경주 행사장으로 곧장 이동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한국 정부는 APEC의 성공적 개최를 자신하면서 “지나친 억측은 자제해 달라”는 입장이다. 트럼프 대통령과 시 주석의 일정이 모두 확정되지 않은 상황에서 ‘한국 홀대론’을 제기하는 것은 확대 해석이라는 설명이다.
그 근거로 트럼프 대통령의 과거 APEC 참석 이력이 거론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재임 1기(2017~2020년) 동안 단 한 차례만 APEC에 참석했고, 대부분 부통령급 인사들이 대신했다.
시 주석의 방한에 대해서도 우리 정부는 “국빈급으로 대우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서울이든 경주이든 상관없이, 두 정상이 한국에서 열리는 행사에 참석하는 것 자체에 의미가 있다는 취지다.
한편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간 만남은 김 위원장의 외면 속에 성사 가능성이 낮은 것으로 보인다. 북·중·러 연대가 강화되는 가운데 김 위원장은 대남 비난을 멈추지 않고 있다. 북미 대화 분위기를 조성해 중개자 역할을 하려던 이 대통령의 구상도 미뤄야 할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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