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일 산업통상부의 '9월 수출입 동향'에 따르면 올해 1~9월 누적 수출액은 5197억8000만 달러로 지난해 같은 기간대비 2.2% 늘어났다.
우리나라 수출은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출범한 1월과 품목별 관세가 부과되기 시작한 4월을 제외하고는 꾸준한 증가세를 보였다. 분기별로는 1분기에 전년 동기 대비 2% 감소했지만 2분기와 3분기에는 각각 2%, 7% 증가하며 회복 흐름을 탔다. 특히 3분기 수출액은 1850억3000만 달러로 분기 기준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미국의 보호무역 강화로 대미 수출은 감소했지만 아세안, 유럽연합(EU) 등을 중심으로 한 수출 증가세가 이를 일정 부분 상쇄하면서 4분기에도 양호한 흐름이 이어질 것이라는 게 시장의 중론이다.
그러나 불확실성도 상존한다. 우선 긴 추석 연휴로 조업일수가 줄며 10월 수출 실적이 일시적으로 위축될 수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추석은 9월이었지만 올해는 10월로 넘어오면서 조업일 감소 영향을 본격적으로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달도 수출이 전년 동기 대비 12.7% 늘어났지만 조업일수를 고려한 일평균 수출액은 오히려 6.1% 감소했다.
미국과 EU의 철강 수입 규제 강화도 부담 요소다. EU는 철강시장의 공급 과잉을 이유로 한국산을 포함한 해외 철강에 대한 수입 장벽을 한층 높이고 있어 한국의 주요 수출 품목 전반이 타격을 입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여기에 미·중 무역 갈등이 다시 고조되고 있다. 최근 중국이 희토류 수출 통제를 강화하자 미국은 100% 추가 관세와 핵심 소프트웨어 통제 카드로 맞대응에 나섰다. 이후 양국은 최근 서로의 기업을 겨냥한 제재·조사 등 압박 수위를 높이며 지난 4월 이후 잠시 진정됐던 긴장 수위가 또다시 높아지는 양상이다.
한국 주력 수출 품목인 반도체, 전기차, 이차전지 등은 희토류 의존도가 높아 미중 갈등의 직접적인 영향을 받을 수 밖에 없다.
다만 업계는 당장 큰 혼란은 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 희토류 비축분이 충분하다는 이유에서다. 앞서 산업통상부는 지난 4월 중국산 희토류의 국내 수급 동향을 점검하면서 디스프로슘과 이트륨은 최소 6개월분 이상의 공공 비축량을 보유하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하지만 단기적 대응 여력이 있다고 해서는 안심하긴 이르다는 지적도 나온다. 전문가들은 미중 갈등이 단순한 일시적 마찰을 넘어 한국 수출 구조 자체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은 미중 갈등이 기술 패권 경쟁과 공급망 분절화를 동시에 심화시키며 중간재 중심의 한국 수출 구조에 구조적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또 통상 불확실성 자체가 투자 위축, 환율 변동성 확대, 기업 생산계획 차질 등의 파급효과를 유발할 수 있다고도 경고했다.
이에 지속되는 미중 무역 분쟁이 한국 무역 환경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을 최소화하려면 무역 정책을 더 정교하게 수립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곽도원 고려대 국제대학원 교수는 "글로벌 가치사슬 재편 과정에서 한국 기업들이 유연하게 대응할 수 있도록 정부의 정책적 지원이 필수"라며 "특히 미국의 통상정책 불확실성이 증가하는 상황에서 환율 변동성에 효과적으로 대응할 수 있도록 거시경제 정책의 신속성과 유연성을 높이는 제도적 개선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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