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작 2000만원” 발언 파장···SK하이닉스 비교에 삼성 노조 ‘폭발’

삼성전자 서초사옥. [사진=이뉴스투데이DB]

[이뉴스투데이 김진영 기자] 삼성전자 반도체 부문이 경쟁사 SK하이닉스와의 성과급 격차 논란에 이어 노조와 임원 간 갈등까지 겹치며 내부 긴장이 고조되고 있다. 노조가 연이어 SK하이닉스와 비교, 사측을 압박하는 가운데 임원 발언 논란까지 더해지며 조직 분위기가 흔들리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삼성그룹 초기업 노동조합인 삼성전자 지부는 최근 홈페이지와 사내 익명게시판 ‘나우톡’을 통해 SK하이닉스 이직자 인터뷰 시리즈를 공개했다. 인터뷰에 참여한 이직자 A씨는 “삼성전자에서 정당한 평가를 받지 못해 우울증을 앓았지만, 하이닉스로 이직한 뒤에는 그런 일이 없었다”고 주장했다. 이어 “삼성에서는 임원 말을 잘 들어야 고과를 잘 받지만, 하이닉스는 업무만 열심히 하면 인정받는다”고 말했다.

A씨는 “삼성 재직 당시 연봉이 약 6000만원이었지만, 현재는 세 배 수준으로 올랐다”며 “삼성의 성과급 산정은 자기들 마음대로지만, 하이닉스는 고과별 차등이 적고 연봉 역전도 보전해 준다”고 설명했다. 삼성전자 지부는 이 같은 인터뷰를 총 4편까지 공개할 계획이다.

노조는 지난달 삼성의 산학협력 파트너인 성균관대학교 인근에서도 여론전을 벌였다. ‘삼성전자 반도체(DS)와 SK하이닉스 중 가고 싶은 회사는?’이라는 제목의 설문조사를 진행해 학생들이 스티커를 붙이는 방식으로 참여하도록 했다. 설문 게시판에는 ‘신입 연봉 삼성 약 7000만원, SK하이닉스 약 1억4000만원(성과급 포함)’이라는 문구가 함께 게시됐다.

업계에서는 노조가 구성원 처우 개선을 위한 활동이라는 점에서는 의미가 있으나, 경쟁사와의 단순 비교로 자사 이미지를 훼손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일부에서는 성과급 제도에 대한 불만이 커진 상황에서 노조가 세를 확장하기 위해 강경 행보에 나섰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이와 별도로 노조는 최근 임원 발언 논란도 공개 비판했다. 삼성전자 지부는 송모 부사장이 소통회 자리에서 “고작 2000~3000만원 가지고 인맥이나 경력을 버리고 이직하지 말라”고 언급했다며 DS부문장 전영현 부회장 등에게 사실관계 조사를 요구하는 공문을 발송했다.

노조는 “2000~3000만원은 직원의 1년 생활비와 주거비를 좌우할 금액인데 이를 ‘고작’이라 표현한 것은 현실을 무시한 태도”라며 “직원을 비하하는 발언”이라고 비판했다. 이에 송 부사장은 직원들을 격려하려는 취지였다고 해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SK하이닉스가 최근 성과급 기준을 변경해 영업이익의 10%를 성과급으로 지급하기로 하면서 평균 성과급이 1억원에 달할 것으로 예상되자, 삼성 노조는 내년 임금·단체협약을 앞두고 성과급 산정 기준 개편을 요구하고 있다. 삼성그룹노동조합연대는 지난달 말 삼성전자 서초사옥 앞에서 경제적 부가가치(EVA) 방식 대신 영업이익의 15%를 기준으로 삼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재계 관계자는 “과반 노조 달성을 목표로 하는 노조로선 이번 사안을 세 확장의 계기로 삼으려는 것으로 보인다”며 “성과급 논란이 임금 협상 국면의 주요 쟁점으로 부상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