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의 전통적인 펍 문화가 변화의 기로에 서 있다. 그동안 밤 11시면 어김없이 “마지막 주문”을 알리고 손님들을 내보내던 영국의 선술집들이 앞으로는 더 늦게까지 문을 열 수 있을 전망이다.
독일 일간지 《쥐트도이체 차이퉁》은 10월 9일 보도에서 “영국 정부가 외식업계의 경기 부양을 위해 펍과 바의 영업시간 연장을 보다 쉽게 승인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전했다.
현재까지 영국의 지방 행정 당국은 술집이 영업시간 연장을 신청할 때 ▲고객 안전 ▲범죄 예방 ▲아동 보호 ▲공공 방해 방지(예: 소음) 등 네 가지 요건을 충족해야만 허가를 내줄 수 있다. 그러나 정부가 새로 임명한 실무 그룹은 여기에 **“경제 회복 기여도”**를 다섯 번째 고려 사항으로 추가할 것을 제안했다.
즉, 영업시간을 늘리는 것이 지역 경제에 도움이 되고, 소규모 펍의 매출 증대와 일자리 창출로 이어진다면 연장 허가를 보다 쉽게 받을 수 있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이 제안은 특히 잉글랜드와 웨일스 지역을 중심으로 논의되고 있으며, 소상공인 단체와 외식업계의 큰 관심을 끌고 있다. 업계는 코로나19 이후 매출 감소와 물가 상승으로 어려움을 겪어왔고, 이번 조치가 회생의 기회가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영국 정부는 현재 경기 둔화 속에서 새로운 성장 동력을 찾고 있다. 집권 15개월째를 맞은 노동당 정부는 재정적 부담이 큰 상황에서 “지역 경제의 활력을 되살리는 데 초점을 맞추겠다”고 강조했다.
키어 스타머 영국 총리는 “펍과 바는 지역 사회의 심장박동”이라며 “사람들이 모여 이야기하고 교류하는 문화의 중심”이라고 평가했다. 그러나 업계는 정부가 내세운 경기부양책 중 실제 외식업계에 실질적 혜택이 돌아온 경우는 많지 않다고 지적하고 있다.
한 영국 외식업 협회 관계자는 “코로나19 이후 수많은 펍이 문을 닫았다. 규제 완화가 현실화되면 지방의 소규모 술집들이 다시 숨통을 틀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이번 정책이 단순한 영업시간 연장을 넘어, **‘지역 공동체의 재활성화’**라는 상징적 의미를 가진다고 분석한다. 펍은 오랜 세월 영국 사회의 소통 공간이자 문화의 중심 역할을 해왔기 때문이다.
만약 정부의 계획이 현실화된다면, 영국 특유의 “밤 11시 셧다운” 풍경은 머지않아 사라질 수도 있다. 이제 영국의 펍들은 ‘일찍 문 닫는 전통’ 대신 ‘밤의 경제’를 다시 깨울 준비를 하고 있다.
이창우 기자 cwlee@nv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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