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전 세계에서 태양광과 풍력 발전량이 전력 수요 증가를 넘어섰으며, 재생에너지 발전량이 사상 처음으로 석탄 발전을 추월한 것으로 나타났다.
영국 에너지 싱크탱크 엠버(Ember)가 7일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전 세계 태양광 발전량은 31%, 풍력 발전량은 7.7% 증가했다. 두 에너지를 합친 발전량 증가는 약 400테라와트시(TWh)로, 같은 기간 전력 수요 증가분을 초과했다.
엠버의 수석 전력 분석가 마우고자타 비아트로스-모티카는 “이는 재생에너지가 전 세계적으로 증가하는 전력 수요를 따라잡을 수 있음을 보여주는 전환점”이라고 밝혔다. 그는 “화석연료 발전량 감소 폭은 크지 않지만, 배출량이 안정세로 접어드는 의미 있는 신호”라고 덧붙였다.
엠버는 88개국의 월별 데이터를 분석했으며, 이들 국가는 전 세계 전력 수요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전력 수요 증가는 경제 성장, 전기차 보급, 데이터센터 확대, 개발도상국의 인구 증가, 그리고 기온 상승에 따른 냉방 수요 확대 등이 주요 원인으로 지목됐다.
화석연료 발전은 여전히 온실가스의 주요 배출원으로, 석탄과 천연가스 발전은 이산화탄소와 메탄을 다량 방출해 지구 온난화와 극단적 기상 현상을 유발하고 있다.
보고서는 특히 중국, 인도, 유럽연합, 미국 등 네 지역이 전 세계 발전량과 전력 부문 배출량의 약 3분의 2를 차지하고 있다고 밝혔다.
중국은 상반기 태양광과 풍력 발전 신규 설치 용량이 전 세계 나머지 지역을 합친 것보다 많았으며, 화석연료 발전량은 2% 감소했다. 인도 역시 재생에너지 발전이 전력 수요 증가를 초과하며 화석연료 발전이 줄었다. 이로 인해 두 나라 모두 배출량이 감소했다.
컬럼비아대 사빈 기후변화법률센터의 마이클 제라드 소장은 “그동안 재생에너지가 화석연료 사용을 실질적으로 줄이지 못할 것이라는 비관론이 많았지만, 이번 결과는 그 반대를 보여주는 고무적인 신호”라고 말했다.
그러나 미국과 유럽연합의 상황은 다르다. 보고서에 따르면 미국의 전력 수요 증가율은 청정에너지 발전 증가율을 웃돌았으며, 유럽연합도 풍력과 수력 발전의 부진으로 석탄 및 천연가스 발전이 늘었다. 두 지역의 화석연료 발전과 배출량은 모두 증가했다.
트럼프 행정부는 재생에너지 지원을 축소하고 석탄·석유·천연가스 산업 지원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연방 정책을 전환했다. 청정에너지 프로젝트 자금이 중단되고, 기후 규제 완화와 풍력 개발 중단 조치가 이어졌다. 동시에 석탄 채굴 제한이 해제되고, 석탄 화력 발전소에는 2년간 규제 면제와 함께 막대한 재정 지원이 이뤄졌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지난달 유엔 총회 연설에서 재생에너지를 비판하며 “기후 변화 개념의 진실성에 의문이 있다”고 주장했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정책이 미국의 청정에너지 전환을 지연시키고, 장기적으로는 에너지 공급 불균형을 초래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제라드 소장은 “정부가 인공지능 산업을 적극 육성하면서 전력 수요가 급증하고 있지만, 가장 저렴한 신규 전력 공급원인 태양광과 풍력을 외면하고 있다”며 “결국 공급과 수요의 격차가 커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연구기관 ‘감축계획’의 수석 과학자 아만다 스미스는 “전력 수요가 증가하더라도 재생에너지가 화석연료를 대체할 기회는 여전히 충분하다”며 “미국의 상황은 조심스럽지만, 세계적으로는 낙관적인 흐름이 이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최규현 기자 kh.choi@nvp.co.kr
Copyright ⓒ 뉴스비전미디어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본 콘텐츠는 뉴스픽 파트너스에서 공유된 콘텐츠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