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때 멸종 위기에 놓였던 동물이 인간의 끈질긴 노력으로 다시 생명력을 되찾았다. 바로 ‘푸른바다거북’ 이야기다. 수십 년간 이어진 보존 활동 끝에, 이 생명체는 이제 전 세계 바다에서 다시 활발히 움직이고 있다.
지난 10일(현지시간) 영국 BBC 등 외신에 따르면 세계자연보전연맹(IUCN)은 전 세계 생물종의 보존 상태를 평가하는 ‘적색목록’(Red List) 최신 개정판에서 푸른바다거북의 멸종위기 단계를 기존 ‘위기(Endangered)’에서 ‘관심대상(Least Concern)’으로 하향 조정했다.
IUCN 적색목록은 생물종의 멸종 위험 정도를 ▲절멸 ▲야생절멸 ▲위급 ▲위기 ▲취약 ▲준위협 ▲관심대상 ▲정보부족 ▲미평가 등으로 분류한다. 푸른바다거북이 ‘관심대상’으로 내려간 것은 멸종 위험이 어느 정도 해소됐다는 뜻이다. 어떻게 여기까지 왔을까. 푸른바다거북을 자세히 알아본다.
바다를 누비는 거대한 생명
바다거북 중에서도 유독 푸른빛을 띠는 푸른바다거북은 등 전체가 푸른빛 바탕에 회갈색이나 진한 갈색 무늬가 섞여 있다. 비늘판 가장자리는 청회색이나 황백색 띠로 둘려 있고, 배는 누런 흰색을 띤다. 네 다리 밑에는 흑갈색 무늬가 있다.
다 자란 푸른바다거북의 등딱지는 길이 약 1m, 큰 개체는 120cm에 이르며 몸무게는 150kg 정도다. 산란기는 5월 하순부터 8월 사이로, 암컷은 해변 모래를 파고 약 120개의 알을 낳는다. 하지만, 이 중 바다에 도달해 살아남는 새끼는 한두 마리에 불과하다.
어릴 때는 지렁이, 갑각류, 수서곤충, 해조류 등을 먹지만 성체가 되면 주로 해초와 해조류를 먹는다. 해초가 많은 잔잔한 바다에서 서식하며 체온을 높이기 위해 뭍으로 올라와 일광욕하기도 한다.
우리나라에서는 주로 난류를 따라 동해안과 남해안에서 발견되지만 서식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2021년에는 괭이갈매기가 서식하는 홍도 인근 수심 12m 해역에서 포착됐고, 한라산국립공원 인근 해역에서도 확인됐다.
인간의 식탁에 올랐던 시절
하지만 인간의 욕심으로 무분별한 남획이 이어졌다. 16세기부터 19세기까지 동남아시아, 남태평양, 카리브해 등에서는 바다거북이 주요 단백질 공급원이자 ‘기념일 음식’으로 여겨졌다. 냉장 기술이 없던 시절, 한 번에 수백 개씩 낳는 알은 보관이 쉽고 장거리 운반이 가능한 귀한 자원이었다.
필리핀과 인도네시아 일부 지역에서는 바다거북을 신성한 존재로 여기며 제사나 축제 때 제물로 바치고 그 알을 나눠 먹는 풍습이 있었다. 카리브해와 니카라과에서는 남성에게 좋다는 속설이 퍼지며 고급 보양식으로 소비되기도 했다.
등딱지는 유럽에서 고급 장식품으로 쓰였다. 17~19세기 유럽에서는 등딱지로 빗, 안경테, 브로치, 시계 케이스, 바이올린 활 장식, 장식 상자 등에 사용했다.
사라질 뻔한 생명, 인간이 지켜냈다
이처럼 끝없는 남획으로 푸른바다거북은 급격히 줄어들며 멸종의 위기에 놓였다. 하지만 각지의 환경 운동가들은 산란 후 바다로 복귀하는 바다거북과 그 알을 보호하기 위해 해변 순찰을 강화했다. 갓 부화한 새끼가 갈매기 같은 천적에게 잡히지 않도록 직접 부화시켜 바다에 놓아주는 활동도 이어졌다.
또 남획을 중단하도록 홍보 활동을 벌였고, 바다거북이 어선 그물에 걸리지 않도록 다양한 대책을 세웠다. 이 같은 노력이 50년 넘게 이어지며 푸른바다거북의 개체 수는 전 세계 여러 지역에서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 인간의 탐욕이 불러온 위기를 인간의 손으로 되돌린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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