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스경제=고예인 기자 | 이번 주 시작되는 국회 국정감사에 국내 주요 유통업계 최고경영자(CEO)들이 대거 증인석에 설 전망이다. 쿠팡, 이마트, 롯데쇼핑 등 온라인·오프라인 유통 대기업 총수급 경영진이 잇따라 소환되며 플랫폼 ‘갑질’, 물류센터 안전사고, 납품단가 후려치기 등 현안이 집중 추궁 대상이 될 것으로 보인다.
최근 경기 침체와 물가 불안 속에서 유통 대기업의 사회적 책임 논란이 커지고 있는 만큼 이번 국감은 업계 전반의 구조적 문제를 짚는 무대가 될 전망이다.
◆쿠팡 대표 첫 증언대…‘노동·배송 안전’ 도마 위
가장 주목되는 증인은 단연 쿠팡이다.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산자중기위)는 쿠팡코리아 김범석 전 의장과 강한승 대표를 모두 증인 명단에 포함했다. 쿠팡은 그간 불공정 거래 논란과 잇따른 물류센터 노동자 사망 사건으로 여야의 도마에 올라왔다. 특히 올해 여름 발생한 대구 물류센터 화재 이후 정부 차원의 안전관리 강화 조치가 잇따른 가운데 쿠팡의 근로환경 개선 여부가 핵심 질의가 될 것으로 보인다.
더불어 플랫폼 내 입점업체들과의 거래 문제도 쟁점이다. 일부 중소 셀러들은 쿠팡이 상품 노출 순위를 조정하거나 과도한 수수료를 부과해 ‘갑질’을 일삼는다고 주장하고 있다. 국회는 쿠팡이 최근 ‘와우 멤버십’ 할인정책을 확대하면서 입점업체 부담을 전가했는지 여부를 집중적으로 따질 방침이다.
◆오프라인 유통 3사, 납품단가·노동 문제 집중 타격
이마트와 롯데, 홈플러스 등 대형마트 3사도 여야의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소상공인·납품업체 지원을 강조해온 국회 산업위와 정무위는 이들 기업의 거래 관행을 문제 삼고 있다. 특히 원자재 가격이 급등한 상황에서도 납품단가 조정이 제때 이루어지지 않았다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일부 의원들은 “공정위의 조사로 드러난 대형마트 납품단가 후려치기 관행이 여전히 개선되지 않았다”며 현장 증언을 통해 개선책을 모색하겠다는 입장이다.
노동 문제도 도마에 오른다. 지난 8월 이마트 물류센터에서 발생한 근로자 사망사고, 롯데 계열 유통점의 알바노동자 장시간 근무 논란 등은 국회 환경노동위원회의 주요 타깃이다. 한 여당 관계자는 “유통 대기업들이 ‘소비자 복지’를 내세우면서도 내부 인력의 안전과 노동권 보호에는 소홀했다”며 “이번 국감에서는 ESG 경영의 실제 이행 여부를 따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온라인·오프라인 경계 희미…플랫폼 독점 견제도 초점
올해 국감에서 주목할 또 다른 흐름은 ‘플랫폼 공정성’이다. 국회 정무위원회와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가 협공에 나서며 쿠팡에 더해 네이버쇼핑·배달의민족 등 플랫폼 기업들도 참고인으로 줄줄이 소환된다. 유통·배송 플랫폼이 국내 소비 흐름을 사실상 장악하는 구조에서, 온라인 가격 조작 및 독점 남용 논란이 다시 쟁점화될 가능성이 높다.
특히 야당은 “쿠팡이 자사 PB상품을 우선 노출하거나, 입점업체 데이터를 활용해 시장지배력을 강화한 정황이 있다”고 주장하며, 공정거래법 개정의 필요성을 거론하고 있다. 반면 여당 일부는 “글로벌 경쟁이 심화되는 상황에서 과도한 규제는 소비자 편익을 저해할 수 있다”며 신중한 접근을 주문하고 있어, 관련 질의에서는 여야 간 시각차가 뚜렷할 것으로 예상된다.
◆ESG·안전 등 사회책임 이행 ‘리트머스 시험대’
국감의 또 다른 초점은 기업의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 실천이다. 환경노동위원회는 물류센터 내 산업재해 예방조치, 친환경 포장재 확대 여부, 탄소배출 저감 목표 등을 질의할 계획이다. 최근 쿠팡과 이마트가 ESG 보고서에서 ‘무재해 사업장 달성’을 내세운 데 비해, 실질적인 안전예산과 투자가 미흡하다는 지적이 이미 제기됐다.
국회 기획재정위원회는 유통 대기업들의 세제특혜와 조세형평성 문제도 점검한다. 쿠팡이 해외 법인을 통한 구조로 세 부담을 최소화하고 있다는 의혹, 롯데·신세계의 복잡한 순환출자 구조 등이 주요 검토 대상이다.
정치권은 올해 국감이 ‘유통 공룡’들의 경영 행태를 정면으로 점검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한 야당 간사는 “쿠팡, 롯데, 신세계 등은 국민 생활 전반에 밀접한 기업들인 만큼 공정성과 투명성, 안전에 대한 국민적 기대가 크다”며 “이번 국감에서는 단순 지적이 아니라 구체적인 제도 개선책을 제시할 것”이라고 말했다.
여당 관계자 역시 “시장 효율성과 공정 경쟁이 조화돼야 한다”며 “과도한 규제보다는 실질적인 경쟁력 강화와 소비자 보호 중심의 개선방안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이번 주 첫 질의는 14일 국회 산자중기위의 공정거래·유통 분야 종합감사에서 시작된다. 쿠팡과 이마트를 비롯해 10여 개 주요 유통기업 대표가 줄줄이 출석할 예정으로 ‘유통 대기업 국감전쟁’의 서막이 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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