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스경제=고예인 기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연방정부 셧다운(일시적 업무정지) 사태에도 불구하고 미군 장병들의 급여는 중단 없이 지급되도록 지시했다고 파이낸셜타임스(FT)가 12일(현지시각) 보도했다.
이번 지시는 2026 회계연도 예산안 처리를 둘러싼 백악관과 의회의 극한 대치로 연방정부가 마비된 가운데 나온 조치이다. 이는 국가 안보를 최우선으로 고려한 결정이자 정치적 함의가 큰 행보로 풀이된다.
현재 미국 연방정부는 지난 1일 시작된 2026 회계연도 예산안을 처리하지 못해 12일째 셧다운 상태를 이어가고 있다. 트럼프 행정부와 민주당이 다수당인 하원은 국경 안보 강화 예산, 재정지출 규모 등을 놓고 팽팽히 맞서면서 한 치의 양보도 없는 대치를 벌이고 있다. 이로 인해 국립공원, 국세청 등 비필수 업무 분야의 연방 공무원 수십만 명이 급여 없이 무기한 강제 휴가(furlough)에 들어가는 등 미국 사회 전반의 혼란이 가중되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국방부와 재무부에 "어떠한 경우에도 군 장병들의 급여 지급이 중단되어서는 안 된다"는 내용의 긴급 행정명령을 하달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성명을 통해 "정치적 교착 상태 때문에 조국에 헌신하는 용감한 장병들과 그 가족들이 고통받아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이어 "국가안보의 근간인 군인들의 사기 저하를 막고 이들이 재정적 어려움 없이 임무에만 집중할 수 있도록 급여 지급을 보장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번 조치는 과거 셧다운 사태 때마다 의회가 통과시켰던 '군인 급여 지급 법안(Pay Our Military Act)'에 준하는 효력을 갖는 대통령의 행정명령으로 이루어졌다. 이를 통해 현역 군인들은 셧다운 사태와 무관하게 예정된 날짜에 정상적으로 급여를 받게 될 전망이다.
정치 분석가들은 트럼프 대통령의 이번 결정이 군을 중시하는 자신의 핵심 지지층을 결집시키는 동시에 셧다운 장기화의 책임을 민주당에 돌리려는 다목적 포석이라고 분석한다. 군인 급여 문제를 선제적으로 해결함으로써 '민주당이 다른 연방 공무원과 국민들의 고통은 외면하고 있다'는 프레임을 강화하려는 의도가 깔렸다는 것이다. 공화당은 "대통령의 단호하고 시의적절한 리더십"이라며 즉각 환영의 뜻을 밝혔다.
반면 민주당은 "군인뿐만 아니라 모든 연방 공무원과 국민을 위한 해결책이 필요하다"며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은 "대통령이 선택적 조치로 정치적 쇼를 할 것이 아니라, 예산안 협상에 성실히 임해 셧다운 사태를 전면적으로 해결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군인 급여 문제는 일단락됐지만, 백악관과 의회가 한 치의 양보 없는 '치킨 게임'을 이어가고 있어 셧다운 사태가 언제 끝날지는 미지수다. 사태가 장기화될 경우 미국 경제와 사회 전반에 미치는 충격은 더욱 커질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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