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법개혁] ⑦ 판결문 공개 확대 대법도 공감…쟁점은 정보보호·재판독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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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법개혁] ⑦ 판결문 공개 확대 대법도 공감…쟁점은 정보보호·재판독립

연합뉴스 2025-10-12 07:00:01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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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확정판결만 공개… 재판 투명화 등 차원서 하급심 확대 필요성 제기

개인정보 침해·방어권 약화·상업적 남용 등 우려…재판 독립 담보 숙제

대법 "공개범위 민·형사소송법 명시·국민권리보호 등 입법적 보완해야"

대법원 대법원

[연합뉴스 자료사진]

(서울=연합뉴스) 이도흔 기자 = 더불어민주당이 제시한 사법개혁 5대 의제 중 하나인 '하급심 판결문 공개범위 확대'는 사법절차 투명화의 시금석으로 평가받으며 꾸준히 필요성이 제기돼왔다.

헌법 109조는 '재판의 심리와 판결은 공개한다'고 규정하지만, 대법원에서 판결이 확정되기 전인 하급심 판결문 열람은 상당 부분 제한된다.

민주당 사법개혁 특별위원회는 하급심 판결문 공개 범위를 확대해 재판의 투명성을 높이는 한편 국민의 사법 접근성을 확대하겠다는 입장이고 대법원 역시 그 원칙에 공감해 전향적 방향으로 검토 중이다.

다만, 법조계 일각에서는 사건 당사자의 사생활 침해와 재판에 대한 부당한 영향력 행사 등의 우려가 있어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나온다.

12일 법조계에 따르면 현재 우리나라에서 공개되는 판결문은 대부분 대법원에서 판결이 확정된 사건 일부에 한정된다.

법원 홈페이지 '판결서 인터넷 열람'을 통해 당사자가 아니더라도 익명 처리한 판결문을 볼 수 있지만, 형사 사건은 2013년 1월 이후 확정된 판결만 열람이 가능하다.

민사·행정·특허 사건도 2015년 1월 이후 확정되거나 2023년 1월 이후 선고된 판결로 공개 범위가 제한된다.

사법부는 지난 20여년간 정치권·학계 등의 요구에 따라 판결문 공개 범위를 점진적으로 확대해 왔다.

2003년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사이트에서 극소수 주요 판례를 공개한 것을 시작으로 2013∼2015년 일부 형사 사건과 민사·행정 사건의 확정판결이 공개됐고, 2019년에는 '판결문 인터넷 열람 시스템'이 도입되며 국민의 판결문 열람 접근권이 한층 넓어졌다.

이후 21대 국회에서 이탄희 당시 민주당 의원이 발의한 민사소송법 개정안이 통과되면서 2023년부터 민사·행정·특허 사건의 미확정 판결문 공개 근거가 마련됐다.

국민중심 사법개혁특별위원회 출범식 국민중심 사법개혁특별위원회 출범식

(서울=연합뉴스) 박동주 기자 = 12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국민중심 사법개혁특별위원회 출범식 및 1차 회의에서 정청래 대표, 특위 위원장을 맡은 백혜련 의원 등 참석자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2025.8.12 pdj6635@yna.co.kr

민주당 사개특위는 재판의 투명성을 높여 국민친화적 사법부로 거듭나려면 확정판결 전의 하급심 판결문을 더 넓게 공개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김기표 민주당 의원은 지난 7월 판결이 확정되지 않은 형사 사건 판결문도 열람·복사할 수 있는 조항이 담긴 형사소송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이에 앞서 이해민 조국혁신당 의원 역시 비슷한 내용의 형소법 개정안을 지난해 7월 발의한 상태다.

대법 확정판결 중심의 구조를 바꾸고, 모든 재판의 심리와 판결을 공개하도록 규정한 헌법 취지를 형사재판에 충실히 반영하겠다는 취지다.

서초동의 한 변호사는 확정판결만 공개하는 형사 사건의 경우 재판 대응에 애로가 크다고 지적한다. 하급심부터 대법 선고까지 몇 년 이상 소요되는데 판결문 열람이 제한되다 보니 선례를 찾기가 쉽지 않다는 것이다.

판결문 전면 공개가 국민에 의한 사법부 감시 시스템으로 작용해 하급심 강화에 도움이 될 거라는 의견도 있다.

김선택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판결문이 공개되지 않다 보니 법관들이 작성에 소홀해지는 측면이 있었고 그간 설득력이 부족한 하급심 판결이 종종 나온 것도 사실"이라며 "각 사건 판결을 공개하면 법원도 재판을 더 투명하게 하고 이는 결과적으로 하급심이 강화되는 선순환 작용을 할 수 있다"고 짚었다.

법원 찾은 민원인 법원 찾은 민원인

[연합뉴스 자료사진]

대법원도 큰 틀에서 판결문 공개 확대에 찬성하는 입장이다. 조희대 대법원장이 직접 2023년 취임 당시 적극 추진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이에 맞춰 대법원은 과거 판결, 미확정 형사 판결 등의 공개를 전향적으로 검토하고 있다.

법원행정처는 사개특위에 낸 의견서에서 "재판공개의 원칙 및 국민의 알권리에 기초해 형사 미확정 판결도 전면 공개하는 입법정책적 결정이 있을 경우 공개 시스템 마련이 가능하다"고 밝혔다.

다만, 개인정보보호 문제를 어떻게 해결하느냐는 여전히 가장 큰 숙제로 남아 있다.

그간 확정되지 않은 판결문이 공개에서 제외된 주된 이유는 재판 당사자의 사생활과 명예 등 문제, 피고인에 대한 무죄추정 원칙과 방어권 침해 등의 우려 때문이었다.

재경지법의 한 판사는 "형사판결문의 경우 당사자들의 민감한 개인정보나 범행 수법, 양측 주장 등이 상세히 적혀 개인정보 유출이나 2차 가해 등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김주현 대한변호사협회 제2정책이사도 8월 국회에서 열린 사개특위 공청회에서 "판결문 공개 범위 확대에 있어 개인정보·영업비밀 유출, 사기업의 상업적 남용 등 부작용 방지책에 대한 신중한 검토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 때문에 대법원은 판결문 공개를 확대하려면 구체적 범위를 민·형사소송법에 명시하는 한편 국민의 권리보호 조치 및 국가 및 공무원의 면책 근거 마련 등의 제도·입법적 보완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판결문 공개가 재판에 부당한 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공개된 판결문을 토대로 법관 개인의 성향이나 판결 스타일이 분석돼 특정 집단으로부터 비판이나 비난 표적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미국 LA 연방법원 청사 미국 LA 연방법원 청사

[촬영 옥철]

외국의 경우 법체계에 따라 판결문 공개 범위가 다소 상이하다.

판례가 법적 판단의 1차적 근원이 되는 '판례법주의'를 택하는 영미법계 국가는 판결문을 비교적 폭넓게 공개하는 가운데 범죄사실의 구체적 기재보단 판결의 법적 분석에 초점을 둔다.

미국 주법원의 경우 대부분 판결문을 전면 공개하는 게 원칙이다.

연방법원 판결문 역시 대부분 PACER(Public Access to Court Electronic Records)라는 공공 접근 서비스를 통해 공개된다. 미성년자 보호나 국가기밀 보안 등 특별한 사유가 있는 일부 정보만 예외적으로 비공개 처리한다.

성문헌법이 없는 영국은 대법 선고 이후 일주일 내로 공식 홈페이지에 판결문 전문을 공개한다. 하급심 판결문은 선별적으로 제공되며 미성년자 범죄·성범죄 등 일부 개인정보만 비식별 처리된다.

캐나다 역시 캐나다법률정보연구소(CanLII)라는 공공 홈페이지를 통해 대부분의 판결문을 무료로 공개한다.

문서로 공포된 법률을 중심으로 삼는 '성문법주의'를 취하는 독일, 프랑스, 일본 등 대륙법계 국가는 대체로 선례적 가치가 있는 중요 판결 위주로 공개한다. 판결 내용이 자세하고 개인정보에 민감해 비교적 판결문 공개에 보수적 입장을 취하는 것이다.

우리나라는 대륙법계 전통을 이어받아 골격을 세웠으나 최근 수십년간 영미법계 요소를 많이 가미해 법체계를 발전시켜 왔다.

판결문 공개에 따른 재판 독립 침해 우려와 관련해선 프랑스 사례도 눈여겨볼 만하다.

프랑스는 공개된 판결문을 통해 법관의 신원 정보가 분석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법관 및 법원 사무직원의 신원 데이터로 직무 관행을 평가·분석·비교·예측할 경우 형사 처벌한다.

법원행정처도 판결문 공개에 앞서 재판의 독립을 담보하기 위한 방안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며 프랑스 사례를 예로 든 바 있다.

사법정보 공개포털 판결문 검색 화면 캡처. 사법정보 공개포털 판결문 검색 화면 캡처.

[법원행정처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leedh@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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