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지역사회건강조사 대상 중 서울 거주 성인 2만986명 분석
"의료 인프라 공급 수준 높아도 소득에 따른 불평등 해소 어려워"
(서울=연합뉴스) 성서호 기자 = 1천만명에 가까운 인구가 살아 다른 지역보다 의료 인프라가 월등히 잘 갖춰진 서울에서도 원하는 진료를 제때 받지 못하는 현상이 빚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런 현상은 저소득층 등 사회경제적 취약계층에 더 집중됐고, 종로구와 용산구, 중구 등 도심권에서 가장 두드러졌다.
12일 한국보건경제정책학회에 따르면 손창우 연세대 보건행정학부 부교수와 황종남 원광대 복지보건학부 부교수는 2024년 지역사회건강조사 모집단 중 서울에 거주하는 성인 남녀 2만986명을 대상으로 소득 수준에 따른 미충족의료 현황을 분석했다.
미충족의료 경험률은 최근 1년간 병의원(치과 제외) 검사나 치료를 받아야 할 필요가 있었는데도, 받지 못한 적이 한 번이라도 있는 사람의 비율이다.
서울의 권역은 ▲ 종로·용산·중구 등 도심권 ▲ 성동·강북·노원구 등 동북권 ▲ 서대문·마포구 등 서북권 ▲ 강서·영등포·관악구 등 서남권 ▲ 강남·서초구 등 동남권으로 나눴다.
연구진은 소득 수준과 최근 1년 간의 의료를 제때 받지 못한 경험의 유무를 따져 각 권역의 미충족의료 '집중지수'(CI·-1∼1)를 산출했다.
CI의 값이 0이면 소득 수준에 따라 미충족의료에 차이가 없음을 뜻한다. 그 값이 양(+)인 경우 소득이 많은 집단에 상대적으로 미충족의료가 집중돼 있고, 음(-)의 값은 그 반대를 의미한다.
연구 결과, 서울시 전체의 평균 미충족의료 경험률은 4.28%, CI는 -0.1577이었다. 미충족의료가 저소득층에 더 집중되는 경향을 보인 것이다.
권역별 평균 미충족의료 경험률은 서북권이 7.2%로 가장 높았다. 그다음으로 서남권(4.57%), 동남권(3.79%), 동북권(3.47%), 도심권(3.13%) 순이었다.
도심권의 경우 평균 미충족의료 경험률 자체는 가장 낮았지만, CI는 -0.3526으로 가장 높은 음의 값을 나타내 저소득층의 미충족의료 경험이 다른 권역보다 심했다.
미충족의료 경험률이 가장 높은 서북권의 경우 CI는 -0.1419로, 5개 권역 중 세 번째로 높았다.
연구진은 "소득 수준이 낮은 집단에서 원하는 진료나 치료를 제때 받지 못하는 경험이 집중돼 있다는 것은 의료 인프라의 절대적 공급 수준이 높더라도 소득 수준에 따른 불평등을 해소하기 어렵다는 점을 시사한다"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서북권은 미충족의료 평균과 집중지수가 모두 높아 이를 해결하기 위해 자원 재배치와 정책적 개입 등에 우선순위로 고려할 지역으로 확인됐다"고 덧붙였다.
soh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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