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빌리어즈=김도하 기자] '당구 황제' 프레데리크 쿠드롱(벨기에)이 오래전에 풀지 못한 홈그라운드 당구월드컵 우승의 한을 이번에 과연 풀 수 있을까.
자국 당구월드컵에서 31년 전 아깝게 우승을 놓쳤던 쿠드롱. 지난 94년에 쿠드롱은 한국의 '3쿠션 레전드' 고 이상천과 '겐트 당구월드컵' 결승에서 대결했다.
그러나 쿠드롱은 세트스코어 1-3으로 이상천에게 패하면서 우승을 놓쳤고, 이후 3쿠션 당구월드컵이 열린 대부분의 국가에서 우승트로피를 들어 올렸던 쿠드롱은 벨기에 대회만 유독 우승과 인연이 없었다.
'당구 전설' 레이몽 클루망과 루도 딜리스, 그리고 현재 현역에서 같이 뛰는 동료 선수 에디 멕스까지 90년대 앤트워프와 후글레데 등에서 한 차례씩 우승을 차지했는데, 쿠드롱만 우승을 하지 못했다.
그러나 쿠드롱은 이번에 6년 만에 개최된 이번 '앤트워프 3쿠션 당구월드컵' 16강에 진출하며 자국 당구월드컵 우승에 다시 도전하고 있다.
이번 대회는 세계 무대에 복귀한 쿠드롱이 처음 자국 당구 팬들 앞에 서는 대회다. 쿠드롱은 지난 2019년 6월에 한국의 프로당구(PBA) 투어에 출전하면서 세계캐롬연맹(UMB)의 제재를 받아 프로 시합 외에 다른 당구대회에 출전하지 못했다.
물론, 쿠드롱이 없던 그 시기에 벨기에는 한 번도 3쿠션 당구월드컵과 세계선수권 등 국제 시합을 유치하지 못했다.
벨기에에서 열린 마지막 대회는 2019년 6월에 열린 '블랑켄베르크 3쿠션 당구월드컵'이었다.
당시 '호찌민 당구월드컵'을 우승한 쿠드롱은 블랑켄베르크에서 열린 3쿠션 당구월드컵에서 8강까지 올라가며 2회 연속 우승으로 유종의 미를 거두려 했으나, 한국의 허정한(경남)에게 36:40(17이닝)으로 덜미를 잡히면서 준결승 진출에 실패했다.
클루망과 쿠드롱의 나라인 벨기에는 80년대 중반 3쿠션 당구월드컵이 시작되던 초창기에 매년 대회가 열리는 3쿠션 원류의 중심 국가였다.
클루망이 세계당구월드컵협회(BWA)를 결성하고 86년에 처음 시작된 '3쿠션 당구월드컵'은 40년 가까이 역사를 이어오며 3쿠션 종목 프로화에 뿌리가 됐다.
86년에 열린 초대 당구월드컵이 프랑스 파리에서 개최된 뒤 두 번째 대회가 바로 벨기에의 수도 브뤼셀에서 열렸다.
87년에 앤트워프로 장소를 옮겨 88년까지 개최된 벨기에 당구월드컵은 89년 두르네, 90년 앤트워프, 그리고 91년부터 94년까지 겐트에서 해마다 대회가 열렸다.
이어 95년부터 97년까지는 앤트워프와 후글레데에서 매년 2회 대회가 개최되기도 했다. 98년 후글레데 대회를 마지막으로 한동안 개최되지 않다가 2004년에 앤트워프에서 한 차례 더 개최된 뒤 2018년에 14년 만에 대회가 열렸다.
중간에 2013년 세계선수권이 바로 앤트워프에서 한 차례 열렸는데, 쿠드롱은 이 대회를 우승하며 처음 자국 대회에서 우승트로피를 들어 올렸다.
오랜 시간이 흘러 다시 도전하게 된 홈그라운드에서의 우승을 과연 쿠드롱이 이뤄낼 수 있을까.
쿠드롱은 11일 오후 7시(이하 한국시간)에 시작하는 16강전에서 '튀르키예 강호' 타이푼 타슈데미르와 대결한다.
UMB 복귀 후 처음 톱랭커 시드를 받아 이번 대회에 출전한 쿠드롱은 전날 조별리그전에서 라이벌 멕스를 40:31(20이닝)로 꺾었지만, 한국의 황봉주(시흥체육회)와 차명종에게 패하며 1승 2패로 자존심을 구겼다.
두 번째 경기에서 대결한 황봉주에게 32:40(18이닝)으로 패한 쿠드롱은 본선행이 걸린 마지막 승부도 차명종에게 33:40(22이닝)으로 져 탈락 위기에 놓였다가 최종전에서 멕스도 차명종에게 33:40(22이닝)으로 패하면서 애버리지에서 멕스를 따돌리고 2위 자리를 차지했다.
최근 열린 유럽 리그에서 쿠드롱은 애버리지 2점, 3점대의 여전한 실력으로 승승장구했다. 따라서 이번 앤트워프 당구월드컵에서 활약이 기대됐는데, 조별리그에서는 다소 부진했다.
쿠드롱이 결승까지 가는 길은 험난할 것으로 예상된다. 16강전 상대도 그렇지만, 8강에서 타이홍찌엠(베트남)-루벤 레가스피(스페인)의 승자와 만나게 되고, 준결승에 오르면 '애버리지 10' 신기록의 주인공인 바오프엉빈(베트남)과 '이집트 강호' 사미흐 시덤 등과 승부를 벌여야 한다.
16강에서 바오프엉빈과 대결하는 괴크한 살만(튀르키예)은 앞서 포르투 당구월드컵 8강전에서 쿠드롱은 50:44(28이닝)로 꺾은 선수다.
또한, 시덤은 올해 '호찌민 당구월드컵' 조별리그전에서 쿠드롱이 경기 중 경기장 밖에서 일어난 상황으로 기권을 하면서 논란이 되기도 했다.
쿠드롱과 반대편 대진표에는 당시 조별리그에서 쿠드롱에게 승리한 마르코 자네티(이탈리아)가 한국의 '세계랭킹 1위' 조명우(서울시청)와 대결하고, 쿠드롱을 이겼던 황봉주와 김행직(전남-진도군청)을 비롯해 '베트남 1번' 쩐뀌엣찌엔, 같은 나라의 '클루망 손자' 피터 클루망과 글렌 호프만, 마틴 호른(독일) 등이 승부를 이어간다.
한편, 이번 16강전은 오후 7시에 쿠드롱-타슈데미르, 레가스피-타이홍찌엠, 바오프엉빈-살만, 시덤-카타뇨가 대결하고, 오후 9시 30분에 조명우-자네티, 김행직-황봉주, 쩐뀌엣찌엔-호른, 클루망-호프만 등이 8강행을 다툰다.
16강전이 끝나면 12일 자정과 새벽 2시 30분에 두 차례 8강전이 치러지며, 준결승은 이날 저녁 7시와 9시 30분, 결승전은 13일 새벽 1시에 열릴 예정이다.
이번 대회의 본격적인 우승 경쟁이 펼쳐지는 16강전과 8강전, 준결승 및 결승전은 SOOP의 온라인 플랫폼과 SOOP TV 등 케이블채널에서 생중계된다.
(사진=SOOP 제공)
Copyright ⓒ 빌리어즈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본 콘텐츠는 뉴스픽 파트너스에서 공유된 콘텐츠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