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세·세제 이중 압박…산업 시차가 경쟁력 흔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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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세·세제 이중 압박…산업 시차가 경쟁력 흔든다

직썰 2025-10-11 13:43:00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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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 평택항에 쌓여 있는 컨테이너. [연합뉴스]
경기도 평택항에 쌓여 있는 컨테이너. [연합뉴스]

[직썰 / 안중열 기자] 미국과 유럽연합(EU)의 관세 공세에 국내 세제 강화가 겹치며 산업계가 이중 압박에 직면했다. 정부와 국회가 추진 중인 ‘반도체산업특별법’과 ‘K스틸법’은 대응의 양대 축이지만, 여야 대립 속에 제자리걸음을 거듭하고 있다. 정기국회를 앞둔 지금, 입법 속도가 산업 경쟁력을 가를 분수령으로 떠올랐다.

◇관세·세제, 산업 동시 압박

미국은 6월 철강·알루미늄 제품에 최대 50% 고율 관세를 부과했고, EU는 내년 1월부터 무관세 쿼터를 15% 축소하고 초과분에 50% 관세를 매기기로 했다. 한국 철강 수출의 63%가 두 지역에 집중돼 있어 타격은 불가피하다. 반도체 산업 역시 미국의 보조금 심사 강화와 수출 규제로 부담이 커졌다.

세제 압박도 겹친다. 정부의 2025년 세제개편안에는 법인세 전 구간 1%포인트 인상, 증권거래세율 0.1%포인트 인상, 대주주 과세 강화가 포함됐다. 관세는 수출 통로를 좁히고, 세제는 수익성을 줄이며 투자 여력을 위축시킨다. 특히 중견·중소 제조업체는 재무 완충력이 약해 충격 흡수가 어렵다. 산업 전반이 ‘관세 충격 + 세제 부담’의 이중 압박에 놓인 셈이다.

◇반도체·철강, 시차의 전쟁

AI 확산과 데이터센터 투자 확대로 반도체 수요는 회복 조짐을 보인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글로벌 AI 프로젝트에 참여하며 3분기 D램 출하량은 전년 대비 27% 증가했다. 그러나 산업 회복세와 달리 정책은 제자리다.

4월 패스트트랙에 오른 반도체산업특별법은 10월 중순 상임위 심사기한이 끝나면 법제사법위원회로 자동 회부된다. 최대 330일 내 처리가 가능하지만, 핵심 쟁점인 ‘R&D 인력의 주 52시간제 예외’ 조항이 빠진 채 논의가 교착됐다. 여당은 하위법령으로 보완이 가능하다고 주장하지만, 야당과 노동계는 법률 명시 없이는 안정성이 부족하다고 맞선다. 산업의 ‘투자 주기’와 정치의 ‘정책 주기’가 엇갈리며 시차가 고착되고 있다.

철강업계도 사정은 비슷하다. 2026년 시행되는 EU 탄소국경조정제도(CBAM) 대응을 위해 여야 의원 106명이 공동 발의한 ‘K스틸법’은 산업위 소위에조차 상정되지 못했다. 녹색철강 기술 전환, 세제·융자 지원, 인력 양성, 대통령 직속 위원회 설치 등을 담고 있지만 국회 일정 교착으로 논의가 멈췄다.

EU의 초과 관세 인상이 이미 확정된 만큼 법안 지연은 곧 수출 타이밍 상실로 이어진다. 업계는 “법 제정보다 먼저 필요한 것은 사전 대응 설계”라며 관세 협상, 수출보증, 특별융자 확대를 병행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반도체가 ‘투자 타이밍의 전쟁’이라면, 철강은 ‘규제 타이밍의 전쟁’이다.

◇정치 교착, 산업의 시간 멈추다

여야가 합의했던 민생경제협의체는 정쟁 격화로 사실상 멈췄다. 야당은 쟁점법안 우선 협상을, 여당은 비쟁점 민생법안부터 처리하자는 입장을 고수한다. 정기국회 내 필리버스터나 본회의 충돌 가능성도 커지고 있다.

문제의 본질은 정치적 대립이 아니라 정책 결정 구조의 순환적 병목, 이른바 ‘입법 루프’다. 정치의 주기는 1년, 산업의 주기는 5년이다. 산업은 장기 투자와 설비 주기를 기준으로 움직이지만, 정치 일정은 해마다 초기화된다. 이 불일치가 누적되면서 정책은 사후 대응으로 전락하고, 투자 타이밍은 반복적으로 미뤄진다.

한 산업계 관계자는 “국회의 정치 시계가 돌 때마다 산업의 시간은 멈춘다”고 말했다.

◇타이밍 설계하는 정치로

입법 지연이 장기화하면 정부는 행정명령, 특별융자, 수출보험 확대 등 임시 대응책을 병행할 가능성이 크다. 그러나 이는 산업 구조를 바꾸기엔 한계가 있다. “산업의 시간과 정치의 시간을 맞추려면 정책 설계를 ‘타이밍 기반 시스템’으로 전환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주요 대안으로는 ▲성과 달성 시 세제 혜택을 자동 확대하는 성과연동형 세제 ▲수출 타격 업종에 한시 감면을 적용하는 가변 세율 체계 ▲법안 처리 전 단계에서 금융·보증을 지원하는 사전 유동성 시스템 ▲정책 일정을 투명하게 공개하는 산업 로드맵 제도 등이 거론된다.

결국 핵심은 ‘타이밍 관리 시스템’이다. 산업계가 요구하는 것은 개별 인센티브가 아니라 예측 가능한 정책 시계다.

정기국회는 단순히 법안을 처리하는 절차의 장이 아니다. 관세와 세제가 동시에 산업을 압박하는 지금, 반도체와 철강의 경쟁력은 기술력이 아니라 정치의 속도에 달려 있다. 정치의 타이밍이 산업의 미래를 결정한다. 이것이 곧 ‘타이밍의 정치’이자 ‘설계의 경제학’의 시험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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