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은행(World Bank)이 10일 발표한 South Asia Development Update: Jobs, AI, and Trade에서 2025년 남아시아 지역 실질 GDP 성장률 전망치를 6.1%에서 6.6%로 상향 조정했다. 그러나 2026년에는 5.8%로 둔화될 것으로 내다봤다. 인도를 제외한 남아시아 성장률도 4.2%에서 4.4%로 상향됐다.
세계은행 남아시아 수석이코노미스트 프란치스카 온소르게(Franziska Ohnsorge)는 “남아시아는 여전히 전 세계에서 가장 빠르게 성장하는 지역이지만, 제조업의 잠재력은 높은 관세와 노동시장 경직성에 가로막혀 있다”며 “AI가 생산성을 밀어올리는 동안 무역개혁이 새로운 고용의 문을 열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세계은행은 남아시아의 △올해 성장률을 6.6% △2026년을 5.8% △2027년을 6.5%로 제시했다. 국가별로 보면 올해 기준 △인도가 6.5% △부탄 7.3% △방글라데시 4.8% △스리랑카 3.5% △몰디브 3.9% △네팔은 2.1%로 제시됐다.
주요 특징은 △인도의 소비·투자 회복세 지속 △부탄의 수력발전 중심 고성장 △스리랑카의 서비스 수출 회복이 전망된다. 반면, 네팔은 역성장(-3.1%p) 할 것으로 분석된다. 프란치스카 온소르게는 이 변동을 “글로벌 수요 둔화와 고금리, 기후 리스크가 중소국 성장의 구조적 제약으로 남아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세계은행은 ‘Jobs, AI, and Trade’의 핵심을 ‘AI 보완적 일자리’ 확대로 규정했다. AI 기술이 기존 일자리를 대체하는 대신, 오히려 생산성을 20~30% 향상시키는 직무 비중이 15%에 달한다고 진단했다. 특히 의료·교육·관리·법률 등 고숙련직은 AI 보완효과로 임금 프리미엄이 평균 30%에 이를 것으로 평가된다.
온소르게 수석이코노미스트는 “AI 도입이 일자리를 없애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숙련 구조를 요구하는 방향으로 이동시키고 있다”며 “정부는 이 전환의 속도를 조절할 재교육·전환 훈련 프로그램을 구축해야 한다”고 말했다.
세계은행은 남아시아의 평균 관세율이 16%, 특히 중간재(투입재) 관세가 10~11%로 신흥국 평균(약 4%)의 두 배 수준이라고 지적했다. 이는 제조업 경쟁력을 약화시키고 수출 기반의 고용 창출을 가로막는 구조적 병목으로 꼽힌다.
세계은행은 ‘무역개혁 시나리오(Box 3.1)’를 통해 “중간재 관세를 우선 인하하고, 노동 이동 비용을 줄일 경우 소득 증가 효과가 1.3%p 추가 확대된다”고 분석했다. 또한 대규모 관세 개혁 이후에도 세수 손실은 GDP 대비 0.1%p 미만으로 관리 가능한 수준이라고 평가했다.
세계은행은 이번 보고서에서 남아시아가 지속 성장을 이어가기 위해서는 세 가지 구조 개혁이 동시에 추진돼야 한다고 제시했다.
첫째, AI 보완형 일자리 확대다. AI 보완형 일자리 확대다. 단순 반복 업무보다 인공지능을 활용해 생산성을 높일 수 있는 직무 중심으로 노동 구조를 전환하고, 이를 위해 고숙련자·여성·신규 노동자를 대상으로 한 재교육과 직업훈련 투자를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둘째, 중간재 관세 인하다. 높은 투입재 관세가 제조업의 원가를 높이고 수출 경쟁력을 약화시키고 있는 만큼, 중간재부터 단계적으로 관세를 낮춰 제조업 경쟁력을 제고하고 수출 기반을 강화해야 한다고 분석했다.
셋째, 노동 이동 비용 완화다. 산업 간 전직이나 지역 간 이주, 구직 탐색 과정에서 발생하는 비용이 높아 노동 전환 속도를 늦추고 있으므로, 이를 최소화함으로써 생산성과 포용을 함께 끌어올릴 수 있다고 제안했다.
온소르게 세계은행 남아시아 수석이코노미스트는 “AI가 상층부를 당기고, 관세가 하층부를 막고 있다”며 “생산성과 포용을 동시에 달성하려면 AI와 무역이라는 두 축을 함께 움직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남아시아는 세계에서 가장 빠르게 성장하는 지역이지만, 동시에 가장 불균형한 지역이다. AI 도입이 고숙련 일자리의 임금 격차를 키우는 사이, 높은 중간재 관세는 저숙련 제조업 고용을 묶고 있다.
세계은행의 이번 제안은 단순히 성장률 전망을 넘어, ‘생산성의 위쪽 이동과 고용의 아래쪽 확장’을 동시에 이끄는 이중 개혁(Double Reform)을 촉구하는 신호다. AI라는 새로운 성장 엔진이 켜진 지금, 남아시아의 과제는 기술이 아닌 제도다.
[뉴스로드] 최지훈 기자 jhchoi@newsroa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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