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컬처 박동선 기자] '플레이브'의 성공사례를 발판으로 메타버스와 인공지능(AI) 기술 발전 속에 K팝 산업의 새로운 대안으로 떠올랐던 버추얼 아티스트들이 실제 대중성 확보와 강력한 팬덤 구축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넷플릭스 '케이팝 데몬 헌터스' 속 헌트릭스, 사자보이즈 등 캐릭터들이 접근하는 것과 달리 버추얼 아티스트의 안착은 여전히 난제로 꼽힌다.
기술적 완성도나 막대한 자본 투입에도 이들이 현실 아티스트 수준으로 접근하지 못하는 배경에는 기술, IP(지식재산권), 자본 등 세 가지 만능주의 함정에 빠져 '팬덤과의 감정적 연결'이라는 핵심 동력을 간과했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버추얼 계 '기술 만능주의' 오해, '기술이 능사? 팬덤 진정성은?'
버추얼 아티스트 업계의 첫 번째 오류는 기술이 모든 것을 해결할 수 있다는 '기술 만능주의'에서 비롯된다. 현실 아티스트가 구현하기 어려운 비주얼과 퍼포먼스, 오프라인 극장형 공연을 위한 실시간 대응형 기술까지 기술적 완벽성을 높이는 데 주력하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완벽성' 노력이 K팝 팬덤 형성에는 독으로 작용한다는 지적이다. 현실 아티스트는 성장 과정의 불완전성과 예측 불가능한 돌발성을 통해 팬들과 함께 호흡하며 '진정한' 서사를 구축한다.
반면 버추얼 아티스트는 완벽한 겉모습과 함께 이러한 면모를 차단함으로써, 아티스트와 함께 성장하는 팬들의 서사 참여 기회를 박탈할 가능성이 높다. 또한 극장형 공연에서 버추얼 아티스트의 움직임에 기술적 요소만 집중할 경우, 물리적 한계에 따른 지연 소통이나 부자연스러운 퍼포먼스 구성 등으로 몰입감을 해치는 장벽이 될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분석한다.
◇버추얼 계 'IP 만능주의', '인플루언서 중심 접근, 아티스트 정체성 높여야'
두 번째 함정은 유명 인플루언서 IP에 의존하여 팬들을 끌어모을 수 있다는 'IP 만능주의'다. 최근 버추얼 아티스트들은 버추얼 유튜버, 아이돌 출신, 혹은 스트리머 등 대외적인 호응도와 인지도가 높은 인플루언서를 안사람(내부 운영자)으로 활용하는 경우가 늘고 있다.
이는 IP의 영향력을 통해 시장에 빠르게 접근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지만, IP의 영향력에만 집중하다 보면 아티스트로서의 정체성을 망각할 수 있다는 위험이 따른다. 현실 아티스트 시장에서도 개인적인 끼와 호응을 넘어 유연하게 콘셉트를 받아들이면서도 대중과 함께 호흡하는 서사를 그려나가지 못하면 실패하는 사례가 많다.
버추얼 아티스트 역시 기존 IP의 유명세에 기대는 것을 넘어, 유동적으로 대중과 소통하고 공감할 수 있는 아티스트로서의 정체성을 분명히 자각해야 할 필요가 있다는 분석이다.
◇버추얼 계 '자본/바이럴 만능주의', '콘텐츠 차별성 없는 과잉 투자의 한계'
세 번째 함정은 막대한 자본 투입과 바이럴 마케팅만으로 성공할 수 있다는 '자본/바이럴 만능주의'다. 이는 앞선 두 사례와 연결되는 문제로, 최첨단 모션캡처 기술과 AI 기술력을 위한 투자와 IP의 매력도를 강조하는 반면, 이를 통해 궁극적으로 보여주고자 하는 아티스트로서의 콘텐츠 그림이 부족하다는 지적이다.
특히 현실 아티스트의 경우와 마찬가지로 K팝 팬들이 자본이나 기술 고도화에 따른 '잘 만들었다'는 평가보다 '얼마나 좋은 음악인가', '어떻게 공감할 수 있나'라는 콘텐츠 자체의 가치에 반응한다는 점을 강조하며, 버추얼 아티스트가 대중을 사로잡기 위한 자본과 바이럴의 효과는 일시적인 유입 이후 팬덤 이탈만 초래할 뿐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이처럼 버추얼 아티스트의 K팝 시장 안착을 위해서는 기술과 자본에 집착하는 것을 넘어, 이를 도구로 한 아티스트로서의 고유한 이야기를 갖고 대중과 함께 만들어갈 자세를 취하는 콘텐츠와 팬덤의 재정의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콘텐츠 업계 한 관계자는 "K팝의 성공은 기술이 아닌 기획력과 소통 방식의 혁신에서 나왔다. 버추얼 아티스트는 막대한 자본을 들여 '불편한 골짜기'는 넘었을지 몰라도, '감정적 골짜기'는 여전히 넘지 못하고 있다. 앞으로는 가상 존재 뒤의 인간적인 요소와 진정성 있는 소통 전략을 통해 팬들의 감성적 투자를 이끌어내는 것이 핵심 과제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뉴스컬처 박동선 dspark@nc.pres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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