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기 콘서트와 스포츠 경기 티켓이 예매 개시 직후 품절되고 곧바로 온라인 중고 거래 플랫폼에 정가의 몇 배 가격으로 등장한다. 이런 암표 거래가 법적 제재를 피해 기승을 부리고 있어 논란이다.
10일 여성경제신문 취재를 종합하면 내달 열리는 가수 임영웅 공연은 정가 17만6000원인 LOVE석 티켓이 100만원대에 팔리고 있다. 지난달 삼성 라이온즈 오승환 은퇴 경기 당시도 수백배 가격이 오른 암표가 판매된 것으로 전해졌다.
온라인 중고 거래 플랫폼 ‘티켓베이’, ‘번개장터’ 등이 암표 거래의 주요 창구 역할을 한다는 비판이 나온다. 거래는 ‘개인 간 양도’ 형식을 취하지만 실상은 초고가 재판매다.
현행 '경범죄처벌법' 제3조 2항은 암표매매를 금지한다. "흥행장, 경기장, 역, 나루터, 정류장, 그 밖에 정하여진 요금을 받고 입장시키거나 승차 또는 승선시키는 곳에서 웃돈을 받고 입장권·승차권 또는 승선권을 다른 사람에게 되판 사람은 20만원 이하의 벌금, 구류 또는 과료의 형으로 처벌한다"는 내용이다.
이 조항은 1954년 제정돼 1973년 개정 당시 ‘과도한 노출·장발·새치기’와 함께 ‘풍속 저해 행위’로 추가됐다. 즉 암표 매매는 ‘시장 질서’가 아니라 ‘풍속 위반’으로 규정된 범죄로 유지됐다.
문제는 온라인 거래가 포함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구시대적 조항상 ‘현장 거래’만 명시돼 있어 플랫폼을 통한 중개는 사각지대에 놓여있다. 사이버 수사기관도 법적 근거가 없어 “불법이지만 불법이 아니다”라는 역설적 상황이 벌어진다.
결국 팬들은 원하는 공연을 보기 위해 울며 겨자 먹기로 비싼 암표를 구매할 수밖에 없고 이는 결국 건전한 공연 및 스포츠 문화 생태계를 저해하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플랫폼은 “개인 간 자율거래”라며 책임을 회피하지만 사실상 수익의 일부를 취함으로써 암표시장 덕을 보고 있다.
영국은 플랫폼에 거래자 실명, 가격, 좌석 정보 공개를 의무화했다. 일본은 '티켓 부정전매 금지법'이 있으며 위반자에게 1년 이하 징역이나 100만 엔 이하의 벌금을 부과토록 하는 등 처벌 규정을 뒀다.
국회는 올해 들어서야 문제점을 인식했다. 정무위원회는 지난달 29일 온라인 티켓 중고거래 플랫폼 ‘티켓베이’ 대표를 국정감사 증인으로 채택했다. 위원들은 최근 고가 거래 실태, 플랫폼의 내부 통제 시스템, 암표 방지 정책 등을 집중 질의할 예정이다.
여당 초선 의원은 여성경제신문에 “단속이 불가능한 법적 공백을 방치하면 팬덤 산업이 투기시장으로 변질될 우려가 크다”며 “1954년 제정된 법이 2025년의 디지털 거래를 다루기엔 한계가 명확하다. 올해 안에 제도 개선안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정치권 안팎에서는 법의 패러다임을 ‘풍속 규제'에서 '시장 공정화’로 바꿔야 한다고 본다. 이를 위해 단계별 접근이 필요하다는 제언이 나온다.
먼저 1단계는 신고 및 추적체계 강화다. 문화체육관광부·공정위 공동으로 ‘티켓 거래 신고 포털’을 신설해 거래 데이터 수집·분석을 통한 이상 거래 탐지를 하는 것이다.
2단계는 플랫폼 책임 강화다. 중개 수수료를 받는 플랫폼에 ‘거래공정화 의무’를 부여해 실명 인증, 가격상한제, 구매이력 공개 등 조항을 도입한다.
3단계는 별도 법률 제정이다. 암표를 풍속 위반이 아닌 ‘시장질서 위반’으로 재정의하며 소비자 피해 구제 및 환불 기준을 마련하는 방안이다.
여성경제신문 이상무 기자 sewoen@seoulmed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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