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풋볼리스트] 김정용 기자= 몬테네그로 축구 역사에 남을 치욕적인 경기가 벌어졌다.
10일(한국시간) 페로제도 토르스하운의 경기장 토르스뵐루르에서 2026 국제축구연맹(FIFA) 북중미 월드컵 유럽 예선 L조 6차전을 치른 페로제도가 몬테네그로에 4-0 승리를 거뒀다.
이 승리로 페로제도가 조 3위를 차지했다. 3승 3패로 승점 9점을 따냈다. 가능성이 여전히 희박하지만, 조 2위 체코(승점 13)를 따라잡고 본선 진출을 위한 플레이오프까지 진출하는게 산술적으로는 가능한 승점이다. 반면 몬테네그로는 2승 4패(승점 6)로 5팀 중 4위에 떨어졌다.
두 팀의 전력을 보면 몬테네그로가 압도적이다. 니콜라 크르스토비치는 이탈리아 강호 아탈란타에서 뛰는 수준급 스트라이커다. 유벤투스 유망주 미드필더 바실리예 아지치 등 빅 리그에서 뛰는 선수들이 많진 않지만 핵심 포지션마다 포진하고 있다. 이에 비해 파로군도는 현역뿐 아니라 축구 역사를 돌아봐도 빅 리그에 진출한 선수가 아예 없다시피한 축구 초약체국이다. FIFA 랭킹에서 몬테네그로도 80위로 약한 편이지만, 136위 페로제도와 비할 바가 아니다.
이 경기 전까지만 해도 페로제도는 꼼짝없이 조 4위에 머무를 운명처럼 보였다. 최약체 지브롤터 상대로만 2승을 거뒀을 뿐 나머지 경기에서는 모두 패배했기 때문이다. 지난 맞대결 승자도 몬테네그로였다.
몬테네그로는 페로제도전 다음 경기가 월드컵 예선이 아닌 14일 리히텐슈타인과 친선전이었다. 그래서 인천유나이티드의 무고사가 미르코 부치니치 감독에게 요청해 이번 대표팀에서 빠지겠다고 했을 때 허락할 수 있었다. K리그2는 A매치 휴식기에도 계속 진행되기 때문에 무고사는 인천 일정을 소화하기 위해 한국에 남았다. 무고사가 핵심 자원이 아니기도 했고, 부치니치 감독에겐 여유가 있었다.
그런데 페로제도 축구 역사상 최고 승리, 몬테네그로 입장에서는 참사라고 할 만한 결과가 나왔다. 페로제도는 전반 16분 하누스 쇠렌센의 선제골로 앞서갔다. 전반 36분 밀란 로가노비치의 자책골이 나왔다. 후반 10분 쇠렌센이 골을 추가했고, 후반 27분에는 아르니 프레데릭스베리가 페널티킥 쐐기골까지 넣었다. 몬테네그로가 자책골과 페널티킥 헌납으로 자멸한 경기이기도 했다.
몬테네그로는 유고슬라비아, 세르비아몬테네그로에서 독립한 뒤 2010년 월드컵 예선부터 참가한 신생국의 신생팀이다. 월드컵과 유로 본선에 한 번도 나가지 못한 건 페로제도와 큰 차이가 없다. 그래도 현역 시절 스타 스트라이커였던 부치니치 현 감독, 스테판 요베티치, 스테판 사비치 등 스타급 선수를 꾸준히 배출해 왔다. 한국과도 인연이 깊다. K리그 역대 최고 외국인 선수로 꼽히는 데얀 다미아노비치가 현역 시절 몬테네그로 대표로 뛰었고, 지금은 무고사뿐 아니라 강원FC 수비수 강투지(마르코 투치) 두 명이나 대표팀에 선발된다. 강투지는 이번에도 뽑혀 페로제도전 벤치를 지켰다.
사진= 게티이미지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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