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표는 ‘활개’ 플랫폼은 ‘나 몰라라’···K스포츠 열기에 가려진 ‘회색시장’

실시간 키워드

2022.08.01 00:00 기준

암표는 ‘활개’ 플랫폼은 ‘나 몰라라’···K스포츠 열기에 가려진 ‘회색시장’

이뉴스투데이 2025-10-10 15:04:04 신고

3줄요약
[사진=연합뉴스]
[사진=연합뉴스]

[이뉴스투데이 김진영 기자] 최 대 인기 스포츠 프로야구 포스트시즌 개막과 함께 암표 시장이 다시 들썩이고 있다. 온라인 예매가 시작되자마자 인기 좌석이 1분 만에 매진됐고, 중고거래 플랫폼에는 실시간으로 웃돈을 붙인 티켓 판매 글이 쏟아졌다. 정가 15만원짜리 입장권이 40만원 이상에 거래되는 등 포스트시즌 열기가 불법 거래로 번지고 있다. 과거보다 단속은 강화되고 있지만, 정작 거래 중심에 선 중고거래 플랫폼은 책임에서 비켜서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온라인을 통한 암표 거래는 이미 고질적 문제로 자리 잡았다.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소속 박수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문화체육관광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공연 분야 암표 신고 건수는 2020년 359건에서 2022년 4224건으로 10배 이상 급증했다. 2023년 2161건, 2024년 2224건으로 다소 줄었지만 여전히 높은 수준이다.

거래 규모가 빠르게 커진 반면, 실제 처벌로 이어진 사례는 극히 적다. 2023년부터 올해 8월까지 접수된 암표 신고 5400여 건 중 ‘유효 신고’로 인정된 비율은 5.6%에 불과했고, 발권 취소 등 실질 조치가 이뤄진 건은 206건에 그쳤다. 때문에 제도적 단속이 형식에 그치고 있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앞서 한국야구위원회(KBO)는 경찰과의 공조를 통해 암표 단속을 강화하겠다는 방침을 내놨다. 포스트시즌 입장권은 디지털 취약계층을 위한 일부 현장 발권을 제외하고 전량 온라인 예매로만 판매된다. 취소표는 경기 시작 2시간 전부터 현장에서 재판매하는 방식으로 투기성 수요를 차단한다는 계획이다.

KBO 관계자는 “포스트시즌의 공정한 운영을 위해 매크로 탐지와 암표 단속을 병행하겠다”고 밝혔다. 경찰청도 올해 KBO와 업무협약(MOU)을 체결하고 암표 거래 단속에 착수했다. 경기장 주변 순찰을 강화하고, 온라인상 불법 거래 신고가 접수될 경우 즉시 수사에 나선다는 방침이다.

다만 비공개 채팅방이나 개인 간 송금 등 플랫폼 내 은밀한 거래까지 실시간으로 추적하기 어렵고, 현장 단속만으로 온라인에서 체계화된 암표 거래 구조를 차단하기에는 역부족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문제의 근본 원인은 ‘신고 불가능 구조’에 있다. 공연법은 웃돈을 붙여 판매하거나 매크로를 이용한 예매를 금지하고 있지만, 이를 입증하기 위한 근거를 예매처가 직접 수사기관에 제출해야 한다. 소비자가 중고거래 앱이나 커뮤니티에서 발견한 게시물을 신고해도 플랫폼은 “사기 거래가 아닌 이상 삭제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티켓 거래 주요 경로는 네이버 카페(37%), 오픈채팅방(23%), 중고거래 앱(19%), SNS(13%) 등으로 97%가 온라인을 통해 거래되고 있다. 그러나 대부분의 플랫폼에는 암표 전용 신고 기능조차 마련돼 있지 않다. 당근마켓·번개장터·중고나라·티켓베이 등 주요 중고거래 플랫폼에서도 티켓 재판매 게시물이 단순 거래 글로 분류돼 자동 필터링이 사실상 불가능한 구조다.

불법거래 시장을 단속할 인력도 턱없이 부족하다. 한국콘텐츠진흥원이 운영하는 ‘온라인 암표신고센터’ 전담 인력은 단 한 명에 불과하다. 이 인력도 암표 관련 업무 외에 다른 공정거래 과제를 함께 맡고 있어 사실상 상시 대응이 어렵다. 신고 시스템 역시 수동 입력 방식으로 운영돼 실시간 모니터링이 불가능한 실정이다. 박수현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전담 인력 확충과 상시 모니터링 체계 구축이 시급하다”며 “정부 부처와 예매처, 플랫폼 간 공조가 뒷받침돼야 한다”고 언급했다.

보안 기술을 통한 대응 움직임도 나타나는 양상이다. NHN링크가 운영하는 티켓링크는 최근 에버스핀의 웹 보안 설루션 ‘에버세이프’를 도입해 매크로·스크래핑 기반의 부정 예매를 차단하고 있다. 비정상 클릭이나 조작된 IP 접근을 실시간 탐지해 예매 공정성을 높이는 방식이다. 티켓링크 관계자는 “비정상 트래픽을 걸러내 정상 이용자를 보호하고 예매 시스템 과부하를 최소화하겠다”고 전했다.

일각에서는 해외처럼 ‘공식 2차 거래 플랫폼’을 도입해야 한다는 요구도 나온다. 미국 프로야구 메이저리그(MLB)는 글로벌 티켓 중개사 ‘스텁허브(StubHub)’를 공식 재판매 파트너로 지정해 티켓 거래 투명성과 소비자 신뢰를 동시에 확보하고 있다.

티켓 재판매를 공식화해 거래 투명성을 높이고, 구단과 수익을 공유하는 구조를 마련한 것이다. 정가 이하 가격 선택권과 환불 보장 제도를 도입해 소비자 피해를 최소화한 점도 특징이다. 유럽의 ‘비아고고(Viagogo)’와 ‘시트긱(SeatGeek)’ 역시 프로 스포츠와 공연 시장과 협력해 유통 질서를 제도권 안으로 끌어들였다.

반면 국내는 여전히 문제 발생, 단속 강화, 시장 통제로 이어지는 규제 중심 대응에 머물러 있는 모양새다. 김주희 동덕여대 문화예술경영학과 교수는 “2차 거래 플랫폼은 불법이 아니라 1차 시장의 한계를 보완하는 핵심 메커니즘”이라며 “규제 일변도에서 벗어나 기술 혁신과 자율 협력이 결합된 정책 전환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한 중고거래 플랫폼 관계자는 “가을야구뿐 아니라 K팝·뮤지컬·연극 등 공연 시장 전반에서 암표 거래가 구조화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현행처럼 불법 여부를 수사기관이 일일이 입증해야 하는 구조로는 실효성 있는 대응이 어렵다”며 “플랫폼 단계에서 부정 거래를 자동 탐지하고 신고 기능을 의무화하는 제도적 장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Copyright ⓒ 이뉴스투데이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본 콘텐츠는 뉴스픽 파트너스에서 공유된 콘텐츠입니다.

다음 내용이 궁금하다면?
광고 보고 계속 읽기
원치 않을 경우 뒤로가기를 눌러주세요

실시간 키워드

  1. -
  2. -
  3. -
  4. -
  5. -
  6. -
  7. -
  8. -
  9. -
  10. -

0000.00.00 00:00 기준

이 시각 주요뉴스

알림 문구가 한줄로 들어가는 영역입니다

신고하기

작성 아이디가 들어갑니다

내용 내용이 최대 두 줄로 노출됩니다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이 이야기를
공유하세요

이 콘텐츠를 공유하세요.

콘텐츠 공유하고 수익 받는 방법이 궁금하다면👋>
주소가 복사되었습니다.
유튜브로 이동하여 공유해 주세요.
유튜브 활용 방법 알아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