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아온 전공의 멈춰선 시스템···끝나지 않은 ‘응급실 뺑뺑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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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아온 전공의 멈춰선 시스템···끝나지 않은 ‘응급실 뺑뺑이’

이뉴스투데이 2025-10-10 15:00:00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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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연합뉴스]
[사진=연합뉴스]

[이뉴스투데이 김진영 기자] 전공의 복귀로 의료현장이 안정을 찾아가고 있으나, 응급의료체계 불안은 여전하다. 심근경색·뇌졸중·중증외상 등 생명과 직결된 환자 절반이 ‘골든타임’ 안에 최종 치료기관에 이르지 못하는 가운데 병상과 인력난으로 여러 병원을 전전하는 ‘응급실 뺑뺑이’ 현상도 계속되고 있다. 지난 10여 년간 추진된 ‘중증환자 60% 골든타임 도착률’ 목표 역시 제자리걸음을 보인다는 우려가 나온다.

국립중앙의료원 중앙응급의료센터에 따르면 지난해 3대 급성기 중증응급환자 14만4054명 중 50.6%(7만3147명)가 적정 시간 내 입원 치료기관에 도착했다. 올해 상반기에도 50.3%에 머물렀고, 2021년(49.7%) 이후 5년째 절반을 넘지 못했다. 2027년까지 도착률을 60%로 끌어올린다는 계획이 추진, 앞선 2013년과 2018년에도 같은 목표가 반복됐을 뿐 성과로 이어지지 못했다.

도착률 정체는 지역별 격차에서도 뚜렷하게 드러난다. 지난해 인천(60%)과 제주(58.4%)의 도착률이 상대적으로 높았던 반면, 강원(42.7%)·광주(43.0%)·대전(45.1%)·대구(45.2%)는 전국 최저권에 머물렀다. 응급실 접근성의 지역 불균형이 굳어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이 같은 구조적 한계는 환자 이송 단계에서도 확인된다. 이른바 ‘응급실 뺑뺑이’로 불리는 재이송 건수는 2023년 4227건에서 2024년 5657건으로 1년 만에 34% 급증했다. 지난해 2월 의대 정원 확대 논란으로 촉발된 의료대란 여파에 전공의 이탈이 장기화되면서 환자를 받아줄 병원을 찾기 어려운 상황이 이어졌다.

서울에 있는 한 대학병원 응급의학과 전공의는 “응급환자를 수용할 병상 자체가 없는데도 매일 이송 요청이 쏟아진다”며 “결국 구급대가 여러 병원을 전전하다 골든타임을 놓치는 경우가 반복된다”고 말했다.

응급실 재이송 문제를 완화하기 위해 정부는 지난해 4월 ‘응급실 수용곤란 고지관리 표준지침’을 전국에 배포했다. 그러나 현장에서는 법만 있고 인력이 없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병상 부족과 전담 의사 부재 등 근본 원인이 해소되지 않으면 제도 실효성도 떨어진다는 해석이다. 국회입법조사처는 “전공의 복귀만으로는 근본적인 해결이 어렵다”며 “병상과 인력 부족, 병원 간 정보 단절 등 구조적 병목이 여전하다”고 평가했다.

한계 보완을 위해 일본·영국·독일 등은 중앙 이송 통제 시스템을 통해 응급환자 배정을 일원화하고 있다. 일본은 병원 선정 권한을 지방정부 통제센터에 부여해 재이송 사례를 크게 줄였고, 영국·독일은 국가 단위의 통합 상황센터에서 환자 중증도를 판단해 이송병원을 결정한다. 반면 한국은 여전히 현장 구급대원이 병원마다 전화를 돌려 수용 여부를 확인하는 ‘수동 대응’ 단계에 머무는 실정이다.

전국 단위 통합체계는 아직 갖춰지지 않았지만, 일부 지방자치단체는 자체 시스템을 도입해 운영 중이다. 경남은 119 구급대가 환자 이송을 요청하면 관내 응급실 경광등이 일제히 점멸해 의료진이 수용 여부를 즉시 입력, 대구와 전북은 구급상황센터가 병원 선정 권한을 맡아 비교적 신속한 이송이 이뤄진다.

지역 단위 보완 노력에도 불구하고 제도적 한계는 여전하다. 코로나19 시기 응급환자 사망 사례가 잇따르면서 2021년 12월 개정된 ‘응급의료법’에는 응급의료기관이 정당한 사유 없이 환자 수용을 거부할 수 없다는 조항이 신설됐다. 법 개정 이후에도 현장과의 간극이 좁혀지지 않으면서 전공의 복귀 후에도 수용곤란 사례가 계속되고 있다.

지역 응급의료 공백은 구급차 지연으로도 나타난다. 광주·전남 지역의 구급차 출동 건수는 줄었지만, 2시간 이상 걸린 이송은 오히려 많아졌다. 지난해 3시간 이상 걸린 이송이 26건에서 올해 32건으로 증가했고, 2~3시간 미만 지연도 112건으로 늘었다.

명절 연휴는 응급실의 취약성이 가장 극명하게 드러나는 시기다. 대한응급의학의사회는 올해 추석을 앞두고 “경증환자는 응급실 방문을 자제해 달라”고 호소했다. 명절마다 상급종합병원 응급실이 ‘일시적 재난상황’으로 번지는 것은 1차 의료기관 휴진에 경증환자 수요가 겹치면서 나타나는 현상으로 분석된다.

경증환자의 상급종합병원 쏠림은 매년 심화되고 있다. 2021년 상급종합병원을 찾는 경증환자는 1029만명에서 지난해 1189만명으로 160만명 늘었다. 올해 1~7월에도 이미 694만명이 진료를 받아 연말엔 1200만명을 넘어설 전망이다. 가장 많이 진료받은 질환은 감기·고혈압·등 통증 순이었다.

의료 인력난은 응급의료체계 위기를 더욱 가중하고 있다. 2025년도 하반기 전공의 모집에서 응급의학과 지원율은 42.1%에 그쳤다. 656명 모집에 276명만 충원됐고, 지방 근무 전문의 상당수가 수도권으로 옮기며 지역 응급실의 의사 공백은 악화했다.

정부는 전공의 복귀를 계기로 ‘국민 참여 의료혁신위원회’를 출범시켰다. 소아진료 공백과 응급실 미수용 등 국민이 체감하는 현안을 중심으로 의료개혁 방안을 논의하겠다는 계획이다. 환자와 청년, 노동계 대표 등이 참여해 권고안을 마련하고 온라인 참여 플랫폼을 통해 의견을 수렴할 예정이다.

전문가들은 응급의료체계 개선을 위해 제도보다 현장 중심 대응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국회입법조사처는 “전공의 복귀만으로는 근본적인 해결이 어렵다”며 “병상과 인력 부족, 병원 간 정보 단절 등 구조적 병목이 여전하다”고 평가했다. 장종태 의원은 “감기나 복통 환자까지 대학병원을 찾는 건 의료 자원 낭비”라며 “경증 진료비 감액 등 대형병원 쏠림 완화책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수도권 상급종합병원 관계자는 “응급실 대기 환자가 늘어도 병상은 바로 늘릴 수 없는 구조”라며 “중증환자와 경증환자가 한 공간에서 뒤섞이는 근본 원인을 풀지 않으면 재이송 문제도 반복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복지부 관계자는 이 같은 문제 해결을 위해 “공급자 중심 의료개혁에서 벗어나 국민 체감형 개혁으로 전환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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